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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구요?"
[오늘 저녁 7시에 한정식 집으로 오렴. 엄마가 말했잖니. 자리 만든다구. 아버지 오실 거야. 너 또 마음에 안 찬다고
허튼 짓하면 안 된다. 알지?]
"...알았어요."
아, 어쩜 좋지. 윤 우랑 마냥 놀러다니느라 생각도 못했었다. 윤 우는 까맣게 모르고 있는 일이다.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까. 아니, 얘기를 꺼내는게 맞는 일이긴 한건가.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해도 모르겠다. 어렵다. 이거.
화낼게 분명한데. 어떻게 하지. 아니, 그건 그렇고 아버지도 만나는 일이라서 김해단도 불러야 하는데. 으으..
짜증나. 좀 즐거워지려고하면 이렇게 하나씩 말썽이다.
똑똑.
으악! 깜짝 놀라 침대에서 튕기듯이 일어나 앉았다. 들어와.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는 침대 옆에 있는 서랍을
정리하는 척 했다.
"뭐해요?"
"아..그냥. 정리 좀."
"점심 먹고 혼자만 방에 들어와서 한다는게 겨우 이거?"
"뭐, 뭐가. 아.. 있잖아."
"네."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걸터앉는 윤 우. 아, 이렇게 다가와 앉아버리니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우선 김해단부터 호출하라는 얘기부터 꺼내야하는데..
"뭔데 뜸을 이렇게 들여요? 무슨 일인데?"
"김해단 불러."
"...뭐라구요?"
"김해단.. 부르라구."
"그 자식을 왜요."
"나 아버지랑 저녁 식사 약속이 잡혔거든. 근데, 너만 있으면 이상하잖아."
"..알았습니다."
"청와대말고, 근처에 있는 한정식 집으로 가는 거니까 미리 길도 좀 파악하고."
"왜 청와대에서 식사를 안 하시고.."
"외식하고 싶으신가 보지! 하여튼...김해단한테 연락해봐."
내가 발끈해서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것에 좀 놀란 것 같았지만 이내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가는 윤 우.
괜찮을까. 그 방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그 여자를 보기라도 하면.. 그 성격에 가만히 있지는 않을것 같은데..
그럼 여자가 먼저 들어가 있게하고, 내가 늦게 가면 되지 않을까? 집에 다시 올 때는 양해를 구하고 일찍 자리를
떠서 차를 얼른 타고 빨리 출발하게 하면 되는 거고. 그래, 그래야겠다.
갑자기 생각난 좋은 꾀에 안심을 하고는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제발, 내 생각이 그대로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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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들어서니 보이는 건 언짢아보이는 아버지와 머리가 살짝 벗겨지신 아저씨, 그리고 그 옆에는 조금 어려보이는 듯한
느낌의 미모의 아가씨. 인사를 꾸벅하고 얼른 아버지 옆에 앉았다. 상상만으로도 어색했었던 자리는 역시나 몸으로
겪어봐도 확실히 적응하기 힘든 분위기가 느껴졌다.
"너는 그렇게 약속 시간을 일렀는데도."
"하하. 괜찮습니다.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요. 너도 괜찮지? 미란아."
"네. 괜찮아요."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얼른 인사드려라. CK그룹의 정 회장님이시다."
"안녕하십니까. 김아민입니다."
"그래요. 반가워요. 정준식이오."
미치겠다. 이런 분위기는 진짜 싫은데. 그렇게 대충 인사를 나누고는 식사를 시작했다. 나랑 여자는 묵묵히 식사만
했고 아버지와 정 회장은 정계쪽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대충 들어보니 아버지와 정 회장은 서로 필요한
관계인듯 했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던거구만. 에라, 모르겠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진수성찬인데 마음껏
먹어보자해서 이것저것 집어먹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윤 우 생각이 난다. 배고플텐데 저녁도 못 먹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김해단과의 충돌은 없는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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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차에서 기다릴 것 같았으면 부르지 말걸 그랬네."
"아아, 설마 각하 눈에 내가 없으면 이상하기라도 할까봐.. 그래서 날 부른건가?"
"알았으면 그만 가봐. 나 하나로도 충분하니까."
"그래, 뭐. 가긴 가는데 네가 너무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서. 한 마디 해주고 가도록 하지."
"허튼 소리할거면 하지마라."
"나는 그저, 저 안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 네가 알까해서 하는 말인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단순히 각하와 식사자리를 갖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고 괜히
시계만 매만지면서 녀석의 다음 말만을 기다렸다.
"지금 앞에 주차되어있는 저 차. 누구의 차인줄 아나?"
그걸 알게 뭐야. 잘 살펴보니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있다. 그게 뭐 어떻다는 얘기지. 누구 차인게 뭐가 중요해.
"전혀 모른다는 얼굴이군. CK그룹 회장 차야."
"그게 뭐."
"똑똑한 줄 알았더니 의외인데. 청와대 경호원 쯤이면 아무리 못해도 각하 주변 인물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파악
하고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아니면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건지. CK회장에게는 20대인 막내딸이 있어. 그게 뭘
뜻하는 줄 알아?"
"......"
그러니까, 지금... 저 안에서는 아민이와 CK회장 딸이 만나고 있다는 건가. 그것도 그 회장과 각하까지 함께.
어째서 말을 하지 않은거지. 아무리 내가 화날까봐 걱정이 되었다고 해도, 그런 큰 자리를 말하지 않을 수 있는거지.
그렇게 숨길 필요는 없었는데. 거짓말까지 하고.
아니, 그것도 그거지만 지금 이 자식. 내가 그 사실을 알면 안 좋아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고 그런 말을 한거지.
진짜 수상하다. 꿍꿍이가 있는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그게 뭐. 나도 이미 영식님께 들어서 알고 있는 얘기인데."
"그래? 그렇다면 됐고."
"너, 뭔데 자꾸 영식님 주위를 들쑤시고 다니는 거지?"
"들쑤시다니. 그럴리가. 난 그저, 경호원으로써 영식님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은 것뿐."
"원래 경호원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어. 정체가 뭐야."
"정체? 난 그런 말을 쓸만한 사람은 못 되는데. 그럼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그리고 지체없이 차에서 나가버리는 자식. 정체가 불분명하고 수상하지만 알아낼 수는 없다. 그리고 고위급 사람들을
줄줄 꿰고 있으며 경호실장 역시 자기 편으로 만든 것 같고, 아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도 없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건... 나와 아민의 사이를 조금이라도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아, 어떡하나. 증거도 없고 실마리도 없으
니 해결할 수가 있나. 그렇게 핸들만 붙잡고 멍하니 있다가 커피라도 사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차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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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렇게 말이 없으신가요?"
"예."
이토록 가시 방석에 앉은 듯이 불편했던 적이 있었던가. 정말로 죽을 맛이다. 아버지랑 정 회장은 스케줄이 있어서
가버렸지, 이 여자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는 나가지도 못하게 말을 다다다 해대지를 않나.
"김아민씨."
"예."
"제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세요?"
"..아,아니 그런게 아니라.."
"귀엽네요. 아민씨."
"예?"
이 여자 왜 이래. 뭐 잘못 먹었나. 귀엽다니. 나보고 귀엽다니. 자기가 맘에 안 드는 것도 눈치챈 여자가 그런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거야?
"저는 아민씨가 맘에 드는데, 아민씨는 저 싫으신가봐요."
"......"
"그래도, 저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정해진 사람과 결혼하는 거 별로 원치 않았는데, 오늘 나와
보니까.. 아민씨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요. 저희 둘이 결혼하는거. 꽤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저기요."
"아마, 아버님께서는 제가, 아니.. 저희 집안이 필요하실 거에요. 그러니까 잘 생각해 보세요. 아민씨."
이 여자. 상당히 위험하다. 이런 발언까지 서슴없이 하다니. 괜히 목이 타서는 찬물을 따라서 벌컥벌컥 마셨다.
반면에 여유롭게 미소까지 지으면서 날 관찰하는 여자. 죽겠다. 당장 이 곳을 뛰쳐나가 윤 우에게로 가고싶다.
한정식이고 뭐고 다시는 안 먹어도 좋으니까 집에만 갔으면 좋겠다. 집에만.
감사합니당!
벌써 26편이네요~~
여기까지 온 것도 다 저에게 힘을 주시는 분들 덕분이에요ㅠㅠ
앞으로도 힘내서 연재하도록 할게용!!!
첫댓글 젬있게 보고가요~
감사합니다~ 소희 맘님 ^^ 오늘밤에 올라올 27편도 많이 예뻐라 해주세용♡
네네!작가님이힘내서연재해주신다니까기분조은데요??정말로벌써라는단어가어울릴정도로26편이군요..ㅜㅜ아직얼마안된것만같은데..ㅜㅜ윤우가쫌서운하겠어요..해단이이노무자식은자꾸괜히얘기하구다니고 저여자는...가만두지않겠어요!
헤헤.. 다행이에용!! 완결까지 힘내서 연재할게요~ 정말로!! 덕분에 너무 힘이나용^^
저 여자는 또 왜 나타나서 방해하는것이야~!! 아웅.. ㅜㅜ 니가 낄자린 없는뎅,,,,
감사합니당~ 27편도 얼른 올릴테니까 재밌게 봐주실거죠?^ㅇ^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넹!! 감사합니다 ~ 저도 으쌰으쌰 힘내서!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