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확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한국 인맥은 그리 넓지 않다. 이는 중앙이 아닌 지방에서 젊은 시절을 주로 보낸 그의 이력과도 관련이 있다. 선친 시중쉰(習仲勳)이 정무원 부총리를 지내면서 잘나갔던 집안은 1960년대 문화혁명을 겪으면서 몰락했다. 이후 부친이 복권된 뒤에도 시 부주석은 푸젠(福建)성, 저장(浙江)성, 상하이(上海)시 등 수도 베이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가 중앙 무대로 진출한 것은 2007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맡으면서부터. “어린시절 수용소도 봤고, 염량세태(炎凉世態)도 봤다”고 말할 만큼 고초를 겪었던 시 부주석은 이 같은 이력으로 인해 외국, 특히 한국의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부주석의 대표적인 한국 내 지인 중 한 명은 김양(57) 국가보훈처장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이자 김신(88) 전 교통부 장관의 아들인 김 처장은 2005~2008년 상하이 총영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상하이는 할아버지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 무대였고 부친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김양 보훈처장과는 중국어로 대화
시 부주석의 부친은 마오쩌둥과 함께 공산당을 창당해 항일운동을 폈던 혁명 1세대. 저장성 당서기를 지낸 시 부주석은 2007년 3월 상하이시 당서기로 자리를 옮겼고, 김 처장과 시 부주석은 상하이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김 처장은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등 항일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에 힘을 쏟고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과 한국 독립운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시 부주석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하이와 항저우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보존·복원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이를 계기로 동갑내기(1953년생)인 두 사람은 친구와 같은 우정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우정을 쌓게 된 이면엔 김 처장의 중국어 실력이 한몫했다. 1962~1970년 주(駐)대만 대사를 지낸 부친을 따라 대만에서 학교를 다닌 김 처장은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김 처장은 드러내놓고 시 부주석과의 인연을 밝히길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적인 관계를 공개적으로 외부에 알리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김 처장은 시 부주석에 대해 “항간에선 부드러운 사람이라 평하지만 부드러움 속에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시 부주석 방한 때 총리 주최 환영 만찬장에서 다시 만나 우정을 재확인했다.
시 부주석이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저장성 당서기였던 2005년 7월에도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그를 초대한 사람은 박준영(64) 전라남도지사. 2004년 항저우를 방문했을 때 시진핑 당시 저장성 당서기로부터 환대를 받았던 데 대한 보답 차원이었다. 2005년 저장성 무역사절단을 대동하고 한국을 찾은 시 부주석은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등 정계와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이를 계기로 넉 달 뒤인 그해 11월 박 지사가 중국으로 건너가 시 부주석의 저장성과 전라남도 간에 자매결연을 하게 된다.
2005년 7월 처음 한국 찾아
박 지사는 “전라남도에서 배를 띄우면 물길을 따라 저장성으로 가게 되고, 저장성에서 띄운 배는 자연스럽게 전라남도에 닿게 된다”며 “역사적으로 두 지역은 많은 교류를 맺어왔다”고 말했다. “중국의 마라난타 존자가 저장성을 출발해 닿은 곳이 지금의 영광 법성포이고, 성리학의 대가인 주희의 3대손이 배를 타고 닿은 곳이 전남 영산포”란 것이다. 박 지사는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시 부주석이 대단히 관심 있어 하더라”면서 “자매결연을 한 뒤 지금까지 공무원 교류, 농업교류와 관련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또 한 차례 만남을 가진 것은 약 2년 뒤인 2007년 7월. 상하이시 당서기가 된 시진핑 부주석을 찾아간 박 지사는 당시 재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인근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상하이 총영사로 있던 김양 현 보훈처장이 ‘임정 청사 인근이 재개발된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 당시 상하이 당서기를 만난 자리에서 상하이는 한국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장소란 사실을 전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던 곳으로 ‘대한민국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는 표현이 우리 헌법 전문에 있을 만큼 한국인에게 중요한 곳이란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임정 청사를 보기 위해 상하이로 관광을 하러 간다고 했죠. ‘한국인에게 무척 중요한 곳인 만큼 잘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시 부주석이 ‘아, 그러냐’면서 즉석에서 관련 공무원들을 불러 한동안 논의를 하더니 ‘임정 청사가 훼손되지 않도록 잘 보존하며 재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습니다.”
박 지사는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시 부주석을 만나면서 매우 진실되고 성실하며 진지한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그 뒤로 중국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위문품을 전달하기도 했고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 지사는 “지난번 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만나기로 했었는데 일정이 빡빡해 만나지 못했다”며 “시 부주석이 주한 총영사를 통해 ‘만나지 못해 유감스럽다’는 메시지를 전해와 ‘감사하다’는 답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심
처음 한국을 찾았던 2005년 시 부주석은 국내 정치권 인사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중 한 사람이 박근혜(56) 전 한나라당 대표다. 만나자는 요청을 먼저 한 쪽은 시진핑 당시 저장성 당서기였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대표실은 일정을 검토했지만 도저히 시간을 뺄 수 없었다고 한다. 시 당서기 측이 재차 만남을 요구했다.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 배석했던 박근혜 대표 공보특보 출신 구상찬(53) 의원은 “시 당시 당서기가 향후 중국서 중요한 일을 맡게 될 인물이라는 점을 박 전 대표에게 전한 뒤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꼭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일정을 바꿔 시 부주석을 만났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중식당이었다. 구 의원은 “당시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 주도하에 전국적인 신농촌 운동을 펴고 있었다”며 “시 부주석은 새마을운동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당초 예정됐던 한 시간은 두 시간으로 늘어났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구 의원은 “시 당시 당서기가 통역을 통해 ‘대단히 만족스러운 만남이었다’고 전했다”며 “박근혜 전 대표도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자료를 자신이 직접 챙겨 두 개의 박스에 담아 전달했다”고 말했다. 구 의원은 시 부주석에 대해 “겸손이 몸에 밴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며 “소박하고 인정이 많으면서도 신중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가장 인상적인 한국인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윤종용(66)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부주석이 지난해 12월 방한했을 때는 김형오(63) 당시 국회의장과 정몽준(59)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60) 민주당 대표 등을 만났다. 정운찬(62) 당시 국무총리와도 만남을 가졌다. 정세균 대표는 시 부주석에 대해 “서민적이면서도 믿음직한 모습이었다”고 인상을 전한 바 있다.
당시 방한 때 3박4일간 시 부주석을 수행한 류우익(60) 주중대사와, 중국대사를 지낸 김하중(63) 전 통일부 장관, 반기문(66) 유엔사무총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도 시 부주석과 수차례 만남을 가진 ‘한국 인맥’으로 분류된다.
삼성·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찾아

- ▲ 지난해 12월 방한한 시진핑 부주석(왼쪽)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 photo 조선일보 DB
시진핑 부주석이 2005년 한국을 찾았던 목적은 저장성에 대한 투자유치였다. 시 부주석은 이 같은 목적에 맞게 저장성 투자설명회를 열고 인재교류를 제안하는 한편 광양제철소와 제주도 등을 방문했다. 시 당시 저장성 당서기가 주력했던 것은 한국 기업인들과의 만남이었다. 시 부주석은 당시 구본무(65) LG그룹 회장, 최태원(50) SK 회장, 윤종용(66) 전 삼성전자 부회장, 노기호(63) 전 LG화학 사장, 차석용(57) LG생활건강 사장 등을 만났다.
그로부터 다시 4년 뒤인 2009년 방한 때, 시 부주석은 달라진 자신의 위상을 과시했다. 그는 주한 중국대사와 차관급 인사 6명 등 주요 인사 58명을 대동해 차기 지도자의 힘을 주위에 느끼게 했다. 재계단체를 잇달아 방문한 시 부주석은 중국과 밀접한 사업관계를 갖고 있는 정몽구(72) 현대·기아차 그룹회장, 조석래(75) 효성 회장, 박삼구(77)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등 국내 유력 재계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시 부주석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방한 때 삼성전자 수원 공장과 기흥사업장을 참관했던 시 부주석은 상하이시 당서기 시절이던 2007년 7월엔 상하이시 당서기 자격으로 중국 쑤저우(蘇州)에 있는 삼성반도체 공장과 장쑤(江蘇)성에 있는 하이닉스 우시(無錫)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던 중국 인사들이 상무위원급 이상이었다는 그간의 관행으로 미뤄 그보다 서열이 낮은 상하이시 당서기가 이 공장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이 사실은 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시 부주석은 올 2월 중국시장 점검차 방중한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최지성(59) 삼성전자 사장과 면담을 가져 주목받기도 했다
첫댓글 우려스러운것은 시진핑 부주석이 한국전쟁 발언이다! '침략에 맞선전쟁'이라고 했다. 누가 누굴 침략했는지 분명히 밝히고 해명해야 할것이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교육을 받고 사상전도 자들이라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차기 지도자들은 혹이나해서 넘쉽게 접근하는것도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는 경향으로 몰고 갈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