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와 카니발리즘
카니발리즘이란 관습적인(허용되는) 식인행위를 말한다. 특수한 경우에 한하여 사람이 사람의 고기를 먹느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왜 사람의 고기를 먹을까? 배가 고파서 일까?
당연히 배고픔 때문에 사람 고기를 먹는 것은 아니다. 특수한 경우란 종교적인 이유일 때를 말한다. 신성하고, 의미 있는 사람의 살을 먹으므로, 그 사람과 결합한다는 것을 강조한 행위이다. 그 사람은 신성한 능력을 가졌으므로, 즉 신적인 존재임으로 그 사람의 고기를 먹음으로 나도 그 사람의 능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화에서 나타나는 아버지의 살해를 프로이트는 ‘원초적 살해’라고 하였다. 인류의 초기 집단에서는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아버지의 권능을 차지하는 내용의 신화가 많이 전해온다. 신적 존재인 아버지를 살해하여 자신이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는 이야기는 우리 인류가 씻어버릴 수 없는 원죄가 되어서 대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태초의 살해는 부족을 이끌어 가기 위하 어쩔 수 없는 행위로서 - 아버지 살해는 신의 살해라는 종교적 행위로 승격되었다. 아버지의 살해는 신적 존재의 살해로 간주되었고, 아버지의 죽음은 경작지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신성한 행위가 되었다. 신성한 살해 행위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농경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반복적인 살해는 종교 생활을 통하여 반복적으로 올리는 제사의례로 대치했다. 제사의례는 원초적 사건의 추억을 반복하는 행위이다.
제사의례를 올리고 나서, 제물을 부족원들이 나누어 먹는다. 이것을 ‘음복’이라고 한다. 제사읠에서 식인 행위를 이어받은 것이 ‘음복’이다.
원시인에게 제사의례는 모두가 기념의 행위이다. 최초의 신성한 사건을 추억하는 행위이다. 진정한 역사, 인간의 시간 역사가 전해지는 것이 원초적 신화이다. 따라서 신화에는 모든 행동의 원리와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축제 때 암퇘지를 잡아먹는 행위, 식물의 덩이 줄기를 수확하였을 때 첫 수확을 먹는 행위는 신의 육체를 먹는 것과 똑 같은 행위이다. 인간 사냥, 인신공회가 나타난 것도 제사의례가 종교적 의례가 되면서 나타났다. 식인은 원시인이 의미없이 행하는 행위가 아니고, 종교적 생명관에 바탕을 둔 문화 행위이다.
식물계가 계속하여 이어지려면 살해되어야 하고, 살해되지 않으면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질 수 없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버지의 살해는 태초에 일어난 사건이다. 우라노스 - 크로노스 - 제우스로 이어지는 것은 신화적 사건이다. 거세되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천상의 왕위에 오르는 자는 그들의 아들이다. 크로노스도, 제우스도 왕의 아들이다.
미케네 왕가인 아트레우스 가문에는 형제인 티에스테스가 왕위를 두고 다투었다. 티에스테스는 아트레스의 부인과 정을 통했고, 이 사실을 알고 격노한 아트레스는 제우스의 도움으로 티에스테스를 식탁에 초대하여 그의 세 아들을 요리하여 올렸다. 이 사실을 안 티에스테스는 복수를 계획한다. 티에스테스 아들인 아이기스토스가 숙부인 아트레우스를 살해하고, 아버지에게 미케네 왕위를 주었다. 신화상의 내용으로는 죽이고, 죽는 잔인한 이야기들이지만, 이것은 종교 의례를 신화화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잔인하게 죽이는 이야기가 많다. 오딧세이에서도 나오고, 오르페우스에서도 트리키아 처녀들이 오르세우스의 사지를 절단하여 헤브로스 강에 버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메데이아는 남편이 이아손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자기의 아이들을 살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자의 악독한 심성을 말하거니 , 잔인한 살인의 이야기가 아니고, 신화적 사건이고, 신화적 의례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