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5500억 달러 공수표? …대미 투자금 조달 미스터리 / 7/26(토) / 중앙일보 일본어판
일본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약속한 5500억 달러(약 81조엔) 규모의 펀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구체적인 운영 방식까지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펀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 시간) 미일 무역협정의 마지막 퍼즐은 5500억 달러에 이르는 펀드라며 펀드 운용 방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무역협정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23일 농산물 시장 개방,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 참여 외에 5500억 달러의 펀드 설립을 약속하기로 미국과의 협상을 마무리했다. 일본 측 대표인 아카자와 료마사 경제재생상은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일본무역보험(NEXI) 등 공적자금 투입과 민간기업 참여를 통해 5500억 달러를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 5500억 달러는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14%에 이른다. JBIC 등의 투자로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JBIC의 지난해 북미 투자금액은 18억 달러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투자가 성사될지, 자금을 어디에 투입할지에 대한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발표된 일본 기업의 투자금을 펀드에 포함시킬지도 확실치 않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미국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제철도 지난달 US스틸을 141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2028년까지 1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직접투자 약속은 모두 신규 자본이라고 주장했다.
수익 분배 방식도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 라토닉 상무장관은 블룸버그TV에 "일본은 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운영자에게 제공하며 수익의 90%는 미국 납세자에게 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측은 출자하는 경우의 이익 배분에 관해 「상호 부담하는 공헌도와 위험도에 근거해 1 대 9로 한다」라고 밝혔다. 대출이 아닌 출자분에 한해, 그것도 '기여도와 위험도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경우 출자비율이 기본적인 기여도와 위험도의 기준이 된다. 앞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펀드를 둘러싼 추측이 난무하게 된 이유는 정교한 논의 없이 즉흥적으로 협상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앞서 스카비노 백악관 부수석보좌관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테이블에 놓인 패널에 적혀 있던 숫자 '4'에는 선이 그어져 있고 대신 '5'가 적혀 있었다. 또 패널에는 '이익공유 50%'라는 글자도 있었는데, 이것이 다시 협상 과정에서 미국 배당 90%로 바뀌었다. 이것에 대해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합의를 어떻게 실시해 나갈 것인가, 그 실시의 확보의 방법 같은 논의는 한 기억이 없다」라고 기자에게 고백했다.
미국 메르카타스센터의 루지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인이 수익의 90%를 받겠다는 애매한 약속은 진지한 무역협상의 결과라기보다 선거 유세에서 나올 법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