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은 출발하기 전이 가장 즐겁다고 했던가. 26일 토요일 저녁 나는 내일 있을 서울 나들이 생각에 들떠 있었다. 동창들끼리 한 버스에 같이 타고 가는 서울 나들이는 상상만 해도 나를 들떠게 할 일임에 틀림이 없다. 새벽에 깨워주지 않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나의 행동 습성 때문에 집사람에게 4시에 일어 나야 한다는 말은 하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에 알람 설정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나보고 동창회 카페에 미쳐있다는 집사람에게 내 이 들떤 마음을 들키고 싶지않아 오늘 따라 애써 침착 할려고 노력해본다. 알람소리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새벽 두시다. 난감하다. 다시 잘 수도 없고 안잘수도 없고 차라리 알람 설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놈의 돋보기가 옆에 없었던게 문제였다. 에라 모르겠다. 이젠 마누라를 믿을 수 밖에 없다. 집사람이 깨운다. 정확히 4시다. 이제까지 살면서 나는 집사람이 신기하다고 느끼는게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늘처럼 깨워야 할 시간에 정확히 깨워주는 집사람의 정신력이다. '당신은 신이다(귀신). 고마워' 아부성 발언을 하면서 거실에 나오니 멀미 잘하는 나를 걱정해 식탁위에 스프가 끓여져 있다. 고맙긴 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여자는 칭찬해 주면 우쭐해지고 거만해진다는 속설을 믿는 나이기에 평소때에도 될수 있는한 집사람에게 칭찬을 하지 않는 나다. 5시 20분 마산역에 도착했다. 동은이와 용배가 먼저와 반갑게 맞이한다. 일찍온 동창들이 추운날씨에 떨까봐 차를 일찍 대기시켜 놓고 있다는 말에 또 한번 동은에에게 감동을 받았다. 하나 둘씩 모여든다. 장하가 부산서 여자동창들을 태우고 왔다. 각자 집이 다를텐데 이시간에 여기올려면 장하도 잠을 설친게 틀림 없어리라. 어제 밤에 와서 찜질방에 자고왔다는 부산 친구들도 있다. 대단한 성의다.장하, 말래, 현옥이, 붓둘이는 지난 동창회에는 참석 못하고 오늘 처음 보는 친구들이라 더 반갑다.우선 표정들이 밝아 너무 보기 좋다. 현옥이 나는 지를 알아보겠는데 지는 날 모르겠단다. 가수나 니 하림 출신 맞나? 말래야! 정말 반갑다. 우리 어릴때 20센티 담 하나 사이에서 삼일 간격으로 태어나 자란 사이가 아니냐 그러면서도 동창회가 없었다면 죽을때 까지 얼굴도 한번 못 볼뻔 했구나. 5시50분 예정 시간보다 20분 늦게 출발 했지만 달리는 차의 속도로 봐서는 예정 시간내 도착 할것 같다. 대구에서 계제와 용달이가 합류 했다. 동은이가 기사를 졸라 노래방이 설치되고 노래 한곡씩 하란다. 차에 노래방 기기가 설치되어 있어 하행길에는 노래 한곡씩 하면 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웬 세상에 내 오래 살지는 못했어도 출발하는 새벽부터 노래하자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문디 지가 부르고 싶나 보다. 모두들 썩 내키지는 않는 표정이었지만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친구들에게서 우리 동창회에 미쳐 있는 동은이의 기 살리기 위한 마음의 배려를 읽을수 있었다. 화면에는 계속 노래 예약이 이어지고 있었고 왠지 한곡씩 하는 친구들의 노래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술도 안 먹었는데 어쩜 소리가 저리 잘나오는지 난 맨정신으로는 소리가 잘 안나오는 체질이라 부럽기만 하다. 도착 예정시간 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우린 한양땅을 밟았다. 공항 터미널 3층 예식장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어 식장에 참석한 우리 촌사람들과 서울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 보았다. 서울 사람들은 희고 촌 사람들은 검다는 통설이 별로 맞지 않는것 같다. 거의 비슷하다. 이젠 촌사람도 잘 먹어서 그런가. 이곳이 서울에서 중심가에 속한단다. 촌놈이 잘 모르면 그대로 믿어야지 별수 있나. 주위의 건물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곤 피식 웃어본다. 옛날에 들었던 촌놈 이야기가 생각나서다.옛날 어떤 촌놈이 처음 서울가서 높은 빌딩이 신기해서 세면서 위를 쳐다 보고 있던중 서울사람이 나타나서 몇층까지 봤냐고 묻더란다. 이 촌놈 겁먹고 20층까지 봐 놓고선 15층까지 보았다고 하니 한층에 얼마씩 15층까지 계산하여 구경값을 내어 놓으라고 하더란다. 구경값을 지불하고 서울놈이 가고난 뒤 서울놈 어리석다라고 했다나. 원래 먼데 있는놈이 먼저 오게 되어있다는 말들을 하고 있을쯤 경학이를 필두로 서울 친구들이 오기 시작한다. 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서울땅에서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드디어 결혼식 선남 선녀의 만남 정말 보기 좋다. 입장하는 신랑 신부를 바라보니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우린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사라질 몸이지만 앞으로는 저 젊은이들의 세상이 곧 오겠지. 부럽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잠깐만 해 보았다. 문영주씨! 당신은 성공한 사람입니다. 혈혈 단신 서울 올라와서 자식 훌륭히 키워 오늘 같은날 맞이하니 얼마나 기쁘겠오. 우리 19회 동창들은 진심으로 오늘의 당신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서울 온김에 서울사는 여동생이 보고싶다는 생각을 줄곧 버스안에서 했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결혼식때 손잡고 들어갔던 막내동생이다. 결혼식때 신부 손잡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항상 15년 전의 그때 일이 기억난다. 시가집에 데려다주고 작별인사하고 헤어질때 체면을 무시하고 부둥켜 안고 얼마나 울었던지 주위 사람들을 당황케 했던적이 있다. 지금 이 말을 쓰러니 내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난 참 마음이 약하고 감성적인 사람인가 보다. 자주 전화 통화는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통화하면 목소리라도 크게 들을수 있으려나 전화를 했더니 사는집이 10분거리라면서 꼭 오겠다고 한다 20분정도 동생부부와의 짧은 해후였지만 만나 보고 가니 좋다. 친정 오래비 노자돈 하라고 안받겠다는 봉투 한장 억지로 포켓에 넣어주고 간다. 연락하길 잘한걸까..... 점심 식사땐 뷔페도 아니고 음식을 날라다 준다. 뭘 줄지 몰라 처음 주는것은 조금씩만 먹었다. 배 부르고 난뒤 맛있는것 가져오면 억울할것 같아서 삼만원짜리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조금 밖에 안먹었는데 벌써 커피가 나온다. 다 나왔다나 뭐라나. 버스타고 오면서 배가 조금 고팠지만 경모가 내미는 김밥은 손도 안되었는데.....결국 오늘 촌놈짓 했다. 드디어 문제가 발생했다. 청계천 구경가는데 버스기사가 20만원 더내어 놓지 않으면 못가겠다고 한다. 원래 경창관광과 계약하길 버스 대절료 60만원에 청계천 구경, 기사팁까지 20만원을 더주고 계약을 했단다. 그런데 다른 버스가 와 놓고는 더 내놓지 않으면 청계천 구경을 안시켜 준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드디어 서울회장님 열받았고 이어서 총회장님도 열 받았다. 차안에 있던 짐 다 내리고 사람도 다 내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오늘 아침에 사무총장 국제로 부터 장부와 동창회비 전액을 인수받고 총무로 정식 대뷔하는 나였기에 수습할 길을 찾아야 했다. 마지막으로 버스를 내리면서 버스기사에게 난 이렇게 얘기했다 30초의 시간을 줄테니 원래 계약대로 할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해 달라고 했다. 29초만에 기사가 미안하다면서 원래 계약대로 하겠단다. 친구들 저기사 버스 타고 가면 생명위험하다고 그래도 안타겠다 했으나 버스기사 지도 죽고싶은 마음은 있겠나. 청계천까지 가는시간에 노래방이 또 설치된다. 서울 친구들 노래를 들어야 한다나... 걸리면 벌금이 20만원 이라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늘 여기서 말하지만 솔직히 서울사람들 노래 별로더라 다음에 만날땐 연습 좀 많이 해오길 바란다. 청계천 물은 맑았다 서울도심에 저런 맑은 물이 흐르고 사람들이 산책할 수 있는길이 있다니 서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참 좋다고 느꼈다. 한 삼백미터 걸었을성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다 보았다고 돌아가잔다. 배경이 똑 같으니 더 갈 필요 없다고... 비싼 서울 복판에 노래방 찾기가 쉽겠나 마는 서울 친구들끼리 서로 통화가 빈번하다 싶더니 결국은 노래방을 찾았나 보다. 3개의 노래방에서 노래가 시작 되었는데 동은이 이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가 싶을 정도로 열창을 하며 격렬하게 몸을 흔든다. 정말로 부러울 정도로 잘 논다. 노래방에서 점란이 뒤늦게 합류한다. 점란아! 오늘 못보나 했는데 뒤늦게라도 만나게 되어 반갑다 서울회장님이 노래방마다 술과 안주를 들고 나타난다. 감동적이다. 잘생긴 얼굴에 웃는 모습이 참좋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노래방을 나오면서 계산대로 향하니 서울 회장님이 나를 밀어낸다. 서울회장님을 비롯한 서울친구들 고마웠다는 인사 여기서 할께. 정말로 그날 고마웠다 서울 친구들아! 하행 버스에 오르기전 기념사진 촬영을 한다. 계제의 카메라 믿을수 있을련지 괜히 폼만 잡은것 같은 느낌이 든다. 헤어지기가 아쉬워일까 작별 인사하는 타임 맞추기가 힘들다. 마산 친구들 버스 태워서 자리에 앉게 하고 서울 친구들 모두 버스통로에 다 서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서울친구들 다음 만날때까지 건강하고 잘살길... 황진옥친구 슬그머니 버스기사 한테 친구들 잘 모시고 가라는 부탁과 함께 봉투를 하나 건네고 간다. 또한번 나를 감동케 한다. 오늘 행사의 결산을 위해 사무국장에게 경비 지출 내용을 물었더니 버스비 이외에 28만원의 경비가 지출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경비를 오늘 참석한 사람들이 부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 되어 회장님 이하 간부진에게 의논을 한뒤 버스안에서 이 경비를 만들기 위해 못보는 사회를 맡아야 했다.잘 불러도 내야 하고 못 불러도 내야 하는 돈 사회자의 반 독재적 징수에 협조해준 친구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 전하고 싶다. 고맙다 친구야! 그리고 하루 삼만원 이상 쓰면 마누라 한테 혼난다는 회장님 초과해서 이를 어쩌죠? 국제야 니는 사회자와 친한 친구라고 더 내라 해서 마안타. 동은이는 두곡 불렀으니 억울할게 없겠고.... 대구도 오기전에 돈은 초과 징수 되었다. 총수입 40만원, 저녁 식사대 8만원 먼거리에 가야할 친구 교통비 4만원 잔액 제로 멋진 장사 한것 같다. 장사 다하고 난뒤는 내 할일은 다한것 같다. 그때부터 테이프의 빠른 음악으로 전환 하였는데 그야말로 광란의 밤이다. 모두다 신나게 흔들어 댄다. 인혜는 체중이 3킬로는 빠졌을 거다 오늘 참석한 친구 서울 구경에 거기다 청계천 구경 이렇게 운동에다 술과 음식에 억울할게 없을성 싶다. 아참 이말 써야할지 고민하다 쓴다. 우리 회장님 마이크 잡고 점잖게 인사말씀 하시려나 했더니 느닷없이 음담 패설 한마디 한다. 들은대로 옮긴다. 이 세마리가 옷 속에서 서로 여행을 한후 만나기로 하고 각자 길을 떠났는데 한 놈은 머리에 가서 놀다오고 한놈은 겨드랑이에 가서 놀다오고 한놈은 아래쪽으로 갔는데 만날시간이 되었는데도 아래로 간놈이 오지를 않더란다 두놈이 한참을 기다리며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한참후 머리에 붕대를 감고 나타 나서 친구들이 왜그렇나고 물었더니 이친구 죽다가 살아온 얘기를 하는데 그친그 얘기인즉 동굴이 있어 들어가보니 따뜻한게 온도도 적당하고 습기도 적당하고 해서 한숨 자고 있는데 느닷없이 기둥?이 들어와서 이리 치고 저리 치고 하는 바람에 정신을 잃었는데 겨우 일어나 올려고 하니 이번엔 폭포수가 쏟아지는 바람에 죽을고생하고 겨우 살아왔단다. 회장님! 회장님 하신 말씀하고 비슷하게 옮겼습니까? 우린 한바탕 웃었다. 대구에서 까끄리와 용달이가 내린다. 까끄리 고맙소. 그런데 버스안에서 광분해 있을때 카메라 후레쉬가 자주 빤짝이던데 찍은 사진 가려서 카페에 올려주세요. 부탁합니다. 헤어 질때가 다 되어간다 정숙이 영애 친구들 나누어줄 봉과 싸는 모습이 또 한번 감동을 준다. 정숙아 영애야! 우리 집사람 한테 점수 따게 해줘서 고맙다. 니가 싸준 과일 우리 집사람 맛있게 먹었다고 다음 동창회에도 가란다. 그리고 그 덕분에 오늘 이렇게 오랫동안 글 쓸수 있단다. 이제 그만 쓰야겠다. 우리 집사람 컴퓨터 전자파 때문에 정충 다죽는다고 난리다. 벌써 자정이 지나 한시가 다 되어가네. 잘 내려갔나면서 다음 만날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는 오늘 낮의 청산거사님의 문자메세지를 다시한번 읽어 본다. 또 나를 감동시킨다. 개인적으로 오늘 좋은책 선물 너무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 이번 서울 나들이에 시간 내어준 친구들 고맙다는 인사말로 마무리할께. 고맙다 친구들 오늘도 좋은꿈 꾸길....... |
첫댓글 자네가 여동생을 생각할 땐 나를 울리다가, 곧 이어 웃기다가 어느새 찐한 감동을 주어 나가 갈피를 못잡고 엉거주춤해 있으니, 아마도 영문을 모르는 직원들이 날 실성한 사람으로 여기리라. !!!
교감친구! 서울나들이 글 잘 읽고 또 한번 찡한 무언가를 느끼며 살아 갑니다. 언제나 건강 잘 챙기게나...,
친구야 ! 不遠千里 새벽길을 물어 찾아온 벗을 버선발로 맞이하지 못함이 못내 미안하구려
초코렛 같은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찡하여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가 싶든니 이내 박장대소 했습니다.(어쩜 이렇게 잘쓰시는지. 감동+감동= 마음의 정!)
있는 듯 ,없는 듯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내조 잘 하시는 사모님께 항시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 가시기를...
정말 그 남편에 그 아내 .....먼저 큼직하게 쓴 글이 맘에 들어 자꾸읽어보니 실성한 사람 처럼 울다가 웃다가 .........
사진올려 걸릴사람은 일단 내통장으로 현찰입금이되어야 빼준다 안그라모얼런없다 ....
좋은 기억력 !11 술을먹고 그렇케 흔들었는데도 썪이지않고 간지런이 정리한 글이 정겹다 . 글씨좋코 솜씨좋은 교감선생님을 총무로 임명할수있는 군북중학교 19회 동기들 대단하다 그자 .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할것 같다 그쟈 . 동심과 정성과 애정이 흐르는 마음은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
서울가려고 당직까지 바꿨는데 또 다른일로 불참하게되어 못내 아쉬웠는데 교감선생님의 생동감 넘치는 가슴찡한 감동의 글을읽고 서울 다녀온 것과 똑같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