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6회 중봉조헌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정두섭 박복영
■대상
함소입지含笑入地
젖 불기 기다리던 포대기 속 울음이
기다 걷다 발서슴해도
돌아오지 않았다
무젖은 달 마르도록 손금 다 닳리도록
다랑논 어느새도
장돌림 어지간도
어쩌다 사기막도
어차피 갖바치도
다시금 애옥살림 누게막에 돌아오지 않았다
거시기고 아무개라 사초마저 뭇풀인데
죽기야 하겠나
죽기밖에 더 하겠나
한목숨 시위에 걸고 왜바람 가로질러
다시 보는
다시 봄에
김치 치즈 스마일
웃음보 터트리는 걸음나비 포인트로
돌아온
봄의 씨앗 무명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정두섭_시마을문학대상(시), 신라문학대상(시조), 경남신문 신춘문예(시조), 서해종합건설 근무 중
■우수상
뼈들이 전하는 말 -격전지
허허벌판 꽃 무덤아래
알 수 없는 뼈들이 엉켜 있었다
돌멩이를 파헤쳐 열수록
지층이 물고 있는 뼈 조각들
이름 없는 목숨들이 층층으로 덮여 있었다
누군가는 동물 뼈라 했고
어떤 이는 나뭇가지라고도 했다
손가락뼈들은 주먹을 쥔 듯 말려 있었고
머리뼈는 앞을 향해 기울어져 있었다
붓으로 하나하나 걷어내자
부러져 꺾인 무릎 뼈에 쇠구슬이 박혀 있었다
어느 연대의 시간을 관통했을
쇠구슬은 녹슬어 삵아 붉었다
빗소리와 눈보라를 삼키며 연명했을 뼈들
침묵으로 견뎌온
슬픔의 역사를 물고 있다
열면 열수록 뼈들의 전언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개미떼가 의병 같았다
한 방향으로 돌진했을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너진 뼈 조각이 물고 있는 함성이
단번에 흘러나오듯
드러나는 무릎 뼈에 박혔을 총성
부를 이름조차 사라진 자리에
그날들이 발굴되는 동안
저쪽의 꽃 무덤이 흔들리며 또 붉어지고
겹겹이 묻힌 그 날의 항전은
뼈 조각으로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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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정두섭의 <함소입지(含笑入地)>는 결국 돌아오지 못한 의사(義士)의 죽음을 매우 속도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시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대비이다. 간절한 기다림과 돌아오지 못함의 구조 속에 흐르는 비애와 비장의 감정과 웃음과 경쾌함 등이 대비되고 있다. 그러나 결코 대립은 아니다. 함소입지(含笑入地)라는 제목이 함의하듯, ‘무명씨’에게 웃음과 죽음은 다른 영역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 시가 흥미로웠던 것은, 낯선 시어들과 인식의 경계를 넘어선 제한 없는 비유들이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시어 선택과 시에 탄력을 부여하기 위한 배열 등에서도 상당한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박복영의 <뼈들이 전하는 말 – 격전지>는 다소 전형적이지만, 시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그 무게는 진지함과 집중력에서 나온다. 유해(遺骸)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지난 역사의 함성과 현재의 삶을 긴밀하게 연결시킨다. 그 결과는 반추와 새로운 인식인데, 이 뻔한 교훈이 큰 울림을 주는 시다.
첫댓글 시에서 느껴지는 각골난망의 기세는 해 저무는 하늘처럼 붉게 여위어 오고
무엇인가 도전한다는 것이 문학적 충전을 위한 방전임을 보게 된다. 쏟아붓는 만큼 불그스름하게 방전되는 시인의 얼굴
위에 작품을 보니 나 역시도 다시 충전하며 나아가게하는 힘. 그 힘이 있어 나는 시가 좋다.
유단천님도 중봉문학상에 도전해보셔요~^^
@진서우 아이고 문학상 얘기 나오면 어지러워요. 잿밥에 자꾸 눈이 어두워지는 것 같아서요.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