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나날, 나를 품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안온한 바람결이 흩날리는 이 계절에 우리는 산으로, 들로, 강으로, 그리고 바다로 참 많이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렇게 자연을 찾아 떠나는 이유는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환기하고 충전하기 위함이겠죠. 자연을 우리를 살게 해요. 바람 한 가닥으로 무거운 마음도 털어내주고요, 윤슬 반짝이는 물빛은 우리에게 위로를 전달해요. 따뜻한 햇볕은 천연 비타민이죠. 비가 온 후 짙어지는 물기 어린 풀향도 가슴 가득 우리에게 맑은 에너지를 채워줘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낸 여주인공이 우리를 품어주고 다시 살게 해주는 본인이 나고 자란 작은 산 동네로 돌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특별할 거 하나 없지만, 그렇게 나를 위한 하루들이 모인 자연에서의 삶 사실 이 영화는 슬로우 무비가 낯설거나 지루하다 느끼시는 분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어요.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와 사계절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이어지는 스토리는 밥을 지어 먹고, 농사를 짓고, 계절이 변하는 풍경을 지켜보는 것뿐이거든요. 원작이었던 일본판에서는 정말 이것에만 충실한 장면들이 이어지고요, 그나마 한국판에는 우리의 정서에 맞추어 정말 쌀알같은 로맨스, 실오라기같은 우정, 가족애 등이 약간은 뭍어납니다. 저는 일본판도 좋아하지만, 우리의 전통 음식과 친근한 시골 풍경, 그리고 보다 더 생기 어린 느낌의 한국판도 정말 좋아해요. 사계절이 변하는 자연 안에 들어가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에, 저는 바람의 향기가 달라질 때마다 이 영화를 꺼내보곤 합니다. 새로운 계절을 마주하는 의식처럼요. 그리고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나를 입히고, 먹이고, 내가 속한 공간을 가꾸는 알토란같은 하루하루를 챙기는 주인공의 삶이 너무나 풍요로운 자연 그 자체로 느껴져 새 계절을 마주할 마음의 옷을 튼튼히 갖춰 입는 느낌이 들어요. 비록 지금 머물고 있는 이 공간은 그냥 일상 그 자체이지만, 이 영화로 인해 나를 자연 속 가장 포근한 곳에 둘 수 있어요.🌳 먹는 게 곧 '나', 당신은 어떤 것을 먹고 사나요? 이 영화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감각은 '미각'입니다. 주인공이 계절마다 제철 재료로 눈도, 입도, 마음도 즐거운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장면들이 줄지어 등장하거든요. 이번 달 레터의 메인에 걸어둔 사진도 영화 속에 나오는 '봄꽃 파스타'입니다. 산뜻하고 알싸하면서도 고소한 신선한 올리브 오일이 찰기 넘치는 파스타 면을 만나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맛, 그 위에 봄을 한가득 올린 아름다운 꽃들이 장식해주는 담백하지만 풍성한 봄의 맛이에요. 생생한 색감들 덕분에 저는 이 파스타는 딱 지금,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해 한 해가 갈수록 어린 시절, 먹는 게 곧 내가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뼈에 사무치게 다가와요. 입으로 곧장 들어가는 음식들을 정말 말 그대로 우리의 피와 살이 되기도 하고, 나를 먹이고 길러내는 마음의 양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을, 어떻게 먹느냐는 정말 나를 잘 길러내는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라는 게 실감나요. 그래서 저는 요즘 보다 더 잘 먹고 있습니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매일 채소 스무디를 직접 만들어 먹고 있어요.🍏🥑🫐 사실 만든다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간단한 절차와 짧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바쁜 아침에 잠시라도 내가 먹을 것을 손수 준비한다는 기쁨이 이렇게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는게 무엇인지 알겠더라고요. 젊은 날 빈 속에 커피와 초콜렛부터 우겨넣던 과거의 저와는 달리, 건강하고 싱싱한 것들을 나 스스로에게 준다는 것도 참 흐뭇하더라고요.☺️ 여러분은 요즘 어떤 것을 드시나요? 어떤 맛이 특히 당기나요? 특정한 맛이 당긴다는 건, 몸에도 마음에도 나에게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해요. 이럴때 무작정 음식을 찾아헤매며 입에 우겨넣기보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감각'해보시는 순간들이 되어 나를 잘 돌보시기를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