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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1시, 서울시 양천구 양천문화회관 앞에 노란 서류봉투를 든 남성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작업장에서 급히 온 듯 회사 마크가 새겨진 점퍼를 입은 유모(51)씨는 초조한 듯 줄담배를 피우며 몇 번이고 봉투에 든 교육참가 신청서를 들여다봤다. 유씨는 “전화도 하루 이틀이지, 도망갈까 겁이나 이번에는 꼭 중국에 있는 아내를 데려와야 한다”며 교육장으로 향했다.
법무부가 국제결혼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12곳에서 처음 시행됐다. 법무부가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남성들은 반드시 사전교육을 한 차례 이수해야 배우자의 초청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양천문화회관에서 실시된 이 프로그램에는 121명의 남성을 비롯해 불법체류 상태인 외국인 아내, 70대 노모 등 모두 127명이 참가했다.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은 2명의 강사가 현지국가의 문화와 국제결혼 가정의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강의들을 한 뒤 서울출입국 측에서 결혼사증 발급절차를 설명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강의가 시작되자 남성들이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첫 번째 강의를 담당한 홍익대 김옥남 박사는 “열심히 뽀뽀해주고, 안아주고 두드려주고 예뻐해 주세요”라며 무뚝뚝한 한국 남성들의 성격을 지적했다. 김 박사는 “아내가 한국에 와서 적응하는 것은 남편 몫”이라며 “남편이 아내 나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몇몇 남성들은 졸거나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이번 교육시간을 이수해야 ‘결혼사증’이 발급되기 때문에 왔다는 황의건(67)씨는 답답한 듯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황씨는 “새로 국제결혼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국제결혼이 2번째”라며 “상처하고 난 후 혼인신고 없이 베트남 아내와 살았는데 마음이 맞지 않아 헤어졌다”고 했다. 그는 “국제결혼이라고 해서 별다를 것이 없다”며 “결혼은 마음이 맞아야지 남편만 잘하라고 훈계하는 것이 듣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번 강의의 취지에 동감하는 남성들도 많았다. 김명훈(61)씨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을 받고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처(喪妻)하고 난 후 중국인 부인(51)을 맞이해 혼인신고 없이 7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그런데 아내가 입국 당시 받았던 취업비자가 만료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뒤늦게 혼인신고를 하려고보니 중국으로 우선 나갔다와야 한다고 해 부인은 지금 중국에 가 있는 상태다. 그는 “아내가 중국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답답하다”며 “몇몇 사람들 때문에 모든 국제결혼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얘기했다.
두 번째 시간에 ‘국제결혼 가정의 사례’를 설명한 파주다문화가정센터 정순옥 센터장은 “외국인 아내를 일종의 매매와 같은 방법으로 맞이하다 보니 문제가 많다”며 “진정한 의미의 결혼이 되도록 한국 남성들이 국제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사는 가정도 많이 있다”며 “아내가 한국에 입국할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리던 마음을 가정을 이루고 나서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 2월 몽골로 건너가 혼인을 했지만 아직 아내가 입국하지 못한 사연도 있었다. 김광중(36)씨는 아내 푸릅바타르 벌러드 쟈르칼(26)씨를 아직 한국으로 데려오지 못했다. 김씨는 한국에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25번 정도 선을 보았는데 이뤄지지 않아 국제결혼을 하기로 했다. 그는 “몽골에 가서도 세 번쯤 선을 봤는데, 아내를 봤을 땐 ‘이 여자다’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몽골에서 화려한 예식을 해주지 못했는데 아내가 한국에 오면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고 싶다”고 말했다.
첫댓글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아니 머리에 피가 마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을 고친다는게 쉬운일 같지요??
절대 아니랍니다.
교육받는 태도를 보더라도 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교육장에 나와있는지 알겠는데요
억지로 하는건 의미가 없습니다
무슨 박사네,상담사네 이런 사람들 모아서 강연하라 나서게 하지 말고요
결혼한지 최소 5년 이상된 기혼자 모임에서도 사람을 선출해 강연에 나서게 하고
출입국과 대사관 영사과에서 사건 사고를 많이 접한 경험자를 선출해 강연에 나서게 한다면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강연이 되지 않을까요???
책에 써져있는대로 입 바른 사람들 암만 모아 떠들어봤자 답 나옵니까?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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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는 말씀이네요.
운전도 못해본 사람이 운전학원에 강사로 취직해 있는 꼴이네요...
미라바드님 울프님 말씀에 공감이 가네요. 저런 분들이 할수 있는 말은 원론적인 말밖에 없다고 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정말 피부에 와 닿을수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좋을텐데요. 뭐 아직은 탁상행정에서 나온 정책이라 별 기대는 안하지만 조금 지나면 좀 잘못된 점을 고쳐서 나아지리라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