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수없이 들을 수밖에 없는 노래가 있지요. 이용의 ‘잊혀진 계절’. ‘82년에 발표된 이래 매년 10월 말이면 인기몰이를 지속하고 있으니 그 세월이 벌써 34년, 놀랍습니다. 군 생활 시 식당으로 이동할 때는 오와 열을 맞추고 군가를 부르며 행진을 했는데 10월 31일만큼은 ’잊혀진 계절‘을 불렀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 아닌 ’마지막 밥‘으로 바꾸어 말입니다. 가을노래는 명곡이 특히 많은데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신계행의 ’가을 사랑‘, 이동원의 ’가을 편지‘등 불멸의 히트곡들이 아직도 심금을 울립니다. 그런데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발표된 이후 10월에 가장 많이 듣는 노래의 왕좌는 ’잊혀진 계절‘에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넘어갔지요. 노래가 좋기도 하지만 한 곡은 10월 31일 주로 듣는데 반해 다른 노래는 10월 내내 듣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문화란, 사람들의 기호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라는 하나의 반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이런 노래들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계절, 가을에는 절절한 노랫말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멋진 단풍이, 낙엽이 있기에 더욱 감상적이면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도 가을의 상징, 단풍 구경을 빼고 갈 순 없겠죠?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0524626886
며칠 전 구미시평생교육원에서 유홍준 교수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대강당을 꽉 채운 청중들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이래 그의 식지 않은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 도중 등장한 다양한 문화재와 예술작품 중 경주에서 출토된 4개의 금관이 가장 강렬하게 각인되었는데 강의 말미에, 이달 30일까지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신라의 황금문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있으니 놓치지 말고 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집에 와서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지만 찾지를 못하겠습디다. 그래서 경주국립박물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행사를 확인해보니 '신라의 황금문화와 불교미술' 특별전시회가 7월 21일 시작되어 11월 1일까지 열린다고 안내되어 있더군요. 전시설명서는 내용이 길어 이 글 말미에 덧붙입니다. 직접 찾아가 보지 않을 수 없도록 관심을 확 끌어들이는, 잘 정리된 설명서였습니다만 이런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IT를 한다는, 문화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유 교수님의 소개를 기반으로 어렵사리 찾았는데 일반인들이 어찌 쉽게 접할 수 있겠습니까? 구미시청 홈페이지에도, 경북도청 홈페이지에도 행사 공지내용이 없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행사가 경주시민들, 행사 주최자들,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었길 바랍니다.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주중도 주말도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는 즈음이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요즘 구미시문화예술아카데미에서 문화예술 강좌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의 예술가들의 삶, 지인들의 문화생활 욕구가 서로 맞닿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거기다가 위에 예시하였듯, 국립박물관의 행사도 정보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 유명세를 타지 못한 예술가의 작품전, 발표회나 공연이 어찌 일반인의 삶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습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인터넷 서비스, 앱이 다루지 못하는 영역이 없으니 전국의 온갖 문화예술 행사를 모두 포함한 정보를 쉽게 올리고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사이트가 하나 정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이가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나 지역, 가능한 날짜에 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시민들이 누구나 쉽게 문화예술 행사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소도시나 시골에 사시는 분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문화혜택에 소외되어 있다.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대도시로 나가야겠다고 말입니다. 저는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을 보면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방의 문화행사에 몇 번이나 참석하느냐고, 대도시의 다양한 문화혜택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즐기냐고 말입니다. 물론 가까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많으니 기회는 많을 수 있겠지만 기회가 있다는 것과 자주 즐긴다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지요. 매일 밥 먹듯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주말 이용해 대도시 나가서 원하는 것을 즐겨도 충분하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여튼 가까이서, 생활하듯이 문화와 예술을 감상하고 즐기려면 쉽게 제공받는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관련 다채로운 행사와 문화예술을 감상하고자 하는 이들과의 접점이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문화예술행사가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림은 ‘정보의 부재’원인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한 사이트나 앱도 필요하지만 시/군/도의 홈페이지에도 지역문화예술행사까지 충분히 안내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많은이들이 지역의 전시회, 발표회 등에 참석하여 즐기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유명세를 타지 못한 작가들도 힘을 얻을 것이고 대도시에 살지 않아도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곤궁한 전업작가의 고달픈 삶에 대해서는 예전에 올린 글이 있어 모셔왔습니다.
(담배 두 갑)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0002219953
그러함에도 긍정의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는 시 ‘긍정적인 밥’을 떠올리면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긍정적인 밥(모셔온 글)============================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에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함만복의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중에
전시설명서에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이 전시회는 국립경주박물관의 개관 70주년 기념전이자, “실크로드 경주 2015”의 선도적 테마 행사입니다. 신라의 문화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국내 특별전으로서는 처음인 이 전시회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조사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황금문화’, ‘능묘’, ‘대외교류’, ‘왕경’, ‘불국토’ 등의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부별 전시품으로서 금관총( 金冠塚) 금관 등 국가지정문화재 22건 30점을 포함한 600여 점의 다양한 신라 문화재가 선보이며, 특히 국보 제83호 금동 반가사유상이 최초로 경주에 전시됩니다(단, 2주간만 전시: 7.21.~8.2.).
제1부. 황금문화
오늘날의 시각적 표상으로서 신라가 부각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일제강점기를 전후한 시기부터였습니다. 근대적 학문인 실증적 역사학과 고고학, 미술사학의 관점에서 신라문화가 재조명되며 ‘문화재’라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등장하였습니다. 대표적 사례는 1921년 금관의 발견이었습니다. 금관총에서 금관을 비롯해 처음 보는 신라의 황금 유물들이 세상에 불쑥 나타난 것입니다. 이러한 신라의 이미지는 인쇄술과 사진의 발달로 인해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전달되었습니다. 금관총 금관을 비롯하여 경주 보문동합장분 출토 금귀걸이, 경주 노서동 출토 금목걸이 등 일제강점기에 출토된 신라 황금문화재를 예로 들어 이와 같은 내용을 살펴봅니다.
제2부. 능묘
광복 이후 우리 손으로 시작한 신라능묘의 발굴은 1970년대에 큰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삼국 통일을 이룬 신라를 정통으로 보는 민족사관을 바탕으로,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가 집중적으로 조명되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1917~1979)의 지시로 1973년부터 경주고도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천마총과 황남대총을 비롯한 경주 시내의 대형 능묘들이 발굴되는 등 신라문화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그 성과는 1974년 10월 대릉원의 개원 그리고 1975년 7월 국립경주박물관의 신축 개관과 함께 공개되면서, 신라 왕릉의 실체와 의의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는 광복 이후 신라능묘 출토품과 금제 관식, 은제 관모 등 천마총·황남대총의 화려하고 다양한 부장품을 전시합니다.
제3부. 대외교류
1970년대의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신라 마립간 시기의 각종 금제품과 돌무지덧널무덤의 연원을 북방 초원지대로 보는 설이 제기되었습니다. 아울러 당(唐 ), 중앙아시아, 인도에까지 구법승( 求法僧)이 오갔던 신라 통일기의 국제적 성격 등도 거론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신라문화 연구의 다각화와 함께 그 범위와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음을 환기시켜 주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계림로 14호묘 보검, 황남대총의 봉수형 유리병, 식리총 식리 등을 전시합니다. 또한, 신라 통일기의 활발한 대외교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경주고등학교 소장의 무인석상이 처음으로 박물관 전시에 선보입니다.
제4부. 왕경
경주 시내의 대형 능묘 발굴이 일단락된 뒤, 신라 왕경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하여 다양한 성격의 유적들이 조사되기 시작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월지(안압지)와 황룡사터 등의 대형 유적이 발굴되었으며, 생활 유적들도 조사되어 왕경의 구조와 특징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촉발되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월성 내부의 발굴, 일제강점기에 부실하게 수습되었던 금관총의 발굴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월지의 용얼굴무늬 기와와 보상화무늬 전, 황룡사터의 각종 공예품, 경주박물관 남쪽 부지에서 나온 ‘ 東宮衙’가 새겨진 단지 등이 전시됩니다.
제5부. 불국토
불교미술품이 학문적 연구 대상이 되고, ‘문화재’라는 가치가 부여된 것도 일제강점기부터였습니다. 불상의 복장품이나 불탑의 사리장엄구를 도굴하여 불법으로 거래하는 나쁜 풍조가 생긴 것도 이 때부터였습니다. 이로 인해 문화재가 파괴되고 그 출처를 알 수 없게 되는 등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5부에서는 신라 불교문화의 융성을 보여주는 불상과 불교공예품들이 전시됩니다. 특히 국보 제83호 금동 반가사유상이 경주에서 처음으로 전시됩니다(전시 기간 7.21.~8.2.). 이밖에 경주 구황동 석탑의 국보 제79호 금제 아미타불좌상(전시기간 8.4.~11.1.), 사천왕사터 출토 ‘東塔西 ’가 새겨진 금동 장식, 경주경찰서 소장의 부처가 새겨진 탑신석(경주 외동읍 입실리 절터) 등도 주목되는 작품입니다. 이밖에 ‘신라’를 소재로 한 한 이응노, 박대성, 배병우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될 예정입니다.
마무리. 신라의 현재적 의의
이 전시를 마무리하며 신라의 현재적 의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서 ‘신라’라는 국호에 주목합니다. 주지하듯 제22대 지증왕(재위 500~514) 때 확정된 ‘新羅 ’는 ‘德業日新 網羅四方’(덕업이 날로 새롭고, 사방을 망라하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덕업일신’은 바로 변화와 개혁 또는 혁신이며, ‘망라사방’은 세계화 또는 글로벌리제이션에 다름 아닙니다. 이처럼 ‘신라’는 오늘날에도 절대적으로 통용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이 ‘신라’의 현재적 의의일 것입니다. 개관 70주년과 ‘실크로드 경주 2015’를 맞이하여 개최하는 이 특별전이 ‘신라’를 바탕으로 21세기 우리 문화를 융성케 하는 법고창신( 法古創新)의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