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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트레일,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가끔 아무도 없는 오지에서 세상과 절연하여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은 워낙 교통이 발달되어 무공해 청정 오지를 찾기 쉽지 않다. 버스가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기차만 갈 수 있는 오지가 있으니 바로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 경북 봉화의 승부역이다.
역사도 없고 한 평 짜리 간의역이 있어 마치 스머프에 나오는 마을 같다고 할까. 낙동강 최상류, 거센 물살이 부딛치며 만들어낸 기암절벽 그리고 굴곡진 인생을 닮은 물동이를 원없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척박한 곳에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있었다. 약초를 캐고 손 바닥 만한 텃밭을 일구며 살았던 화전민들이다. 그들의 애환을 더듬어 가는 길이 낙동정맥 트레일이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는 낙동강을 따라가는 강변 트레킹 길이 있지만 거리가 길고 한여름에는 뙤약볕 아래 걸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승부역-배바위 고개-비동마을-분천역까지 이어지는 9.9km 낙동정맥 트레일 길은 화전민들이 세상으로 하는 소통길이며 일제 강점기때는 소나무를 벌목을 당했던 비운의 길이기도 하다. 산을 오를 때는 제무시트럭이 올라가는 산판길이며 하산은 소를 데리고 장터로 오가는 지그재그 옛길이어서 걷는 맛이 우러난다. 첩첩산중의 오지인 비동마을을 지나면 다음부터는 낙동강을 옆구리를 끼고 가는 강변길이 나온다. 산판길, 옛길, 강변길 등 다양하고도 변화무쌍한 길이 이 길의 매력이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 마음의 여유을 찾는다. 가끔 기차가 "꽥" 내지르는 기적소리는 안일하고도 무미건조하게 살아온 내게 경종의 울림소리처럼 들린다.
이렇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만끽해보면 어떨까.
서울에서 가장 멋지게 승부역을 가려면 O트레인에 관광열차를 탑승하면 된다. 07:45 분 서울역을 출발해 8시쯤 청량리역을 거쳐 제천, 영월, 고한을 지나 추전역에서 10분 정도 자유시간을 준다.
산마을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파니 간식으로 밸르 채워도 된다. 승부역에 12시 35분에 도착해 바로 산행을 해도 좋다. 그러나 철암역에서 하차해 백두대간 협곡을 따라가는 v트레인을 이용해 승부역까지 가도 된다. 트레킹 시간은 넉넉잡고 4시간 쯤 잡아야하니가 서둘러 걸어야 분천역에 닿는다. 분천역에서 16:57에 출발하는 O트레인이 타면 서울역에 22:05에 도착한다. 식사는 도시락을 싸오든 기차에서 도시락을 사먹으면 된다.
기차 타는 내내 행복했다. 책을 봐도 좋고 바깥 풍경도 감동적이다.
O트레인은 one의 약자로 순환을 상징한다. 즉 중부내륙 강원, 충북, 경북 등 3개도를 하나로 잇는 것을 의미한다. 기차는 일명 다람쥐 모양을 하고 있으며 4개의 객차로 이루어져 있다. 4인실, 가족실, 자유전망석, 카페실, 심지어는 유아놀이방도 있다. 수채화 같은 풍경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인 태백 추전역을 지나게 된다. O트레인을 타면 이곳에서 10분정도 자유시간을 준 다. O트레인은 동그라미에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 포인트
승부역과 V트레인 빨간 기차가 단풍을 연상케 한다.
O트레인은 12:35분 승부역에 도착.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다.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백이다.
1평짜리 간이 대합실. 작은 소파가 있어 추울 때 이곳에서 기다리면 된다. 철도공사다 보니 승부역은 기차 모양의 난간
승부역에서는 석탄을 실어 나르는 기차를 볼 수 있다. 다리 아래는 낙동강, 최상류다 보니 물이 참 맑다. 풍경만 좋지 실은 참 척박한 땅이다. 이곳에 땅을 일구는 사람들은 어쩌면 삶 자체가 고행일게다. 해발고도가 높아 겨울이 길고 추워 배고품을 이기기 위해 2모작을 했다. 봄에는 옥수수와 콩, 조, 수수를 심어 강르에 거두워 겨울양식으로 쓰고 그 자리에 보리를 심어 여름양식으로 삼았다고 한다.
낙동강을 건너면 낙동정맥 트레일길이 이어진다. 여기서 배바위 고개를 넘어 부천역까지 10km 넉넉잡고 4시간은 잡아야 한다.
마을을 지키는 신목을 지나면 장승이 나타난다. 낙동정맥대장군과 청정봉화여장군의 호위를 받으며 솦 속내로 들어간다.
곳곳에 안내 팻말이 있어 삶의 흔적을 느끼며 걷게 했다.
이곳은 트럭이 오기만 산판길. 번채된 나무를 운송하는 길로 울퉁불퉁, 경사가 급하며 제무시(GMC)가 나무를 싣고 오르내리던 길이었다.
트럭이 다녀야 하기에 길은 넓고 딱딱해 등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길가의 핀 야생화가 힘을 실어준다.
트레일길...디자인이 우리 국토를 걷도록 만들어졌다.
관중도 피고, 빼곡한 원시림 길을 거닐 게 된다. 개울이 흐르고 돌다리도 건너야 하며 정자에서도 발품을 쉬어야 한다. 산꿩의 다리, 미나리아제비, 싸리나무 등 우리 야생화가 가득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꽃을 피운 것처럼 우리 민초들도 잡초처럼 살다가 야생화를 꽃피웠다.
뽕나무골~한때 7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산뽕나무가 많은데 누에고치를 장터에 내다 팔아 연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7가구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집도 주변의 나무들로 만들었나보다. 흔적하나 볼 수 있만 딱 하나 맨 윗집 김씨집터에는 엄청난 소주병이 보인다. 장터에 가서 누에 팔아 소주만 사온 모양이다. 그것이 유일하게 살아가는 힘
집을 쓰러지면 자연에 동화되는데 썩지 않는 술병 만은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을 보여준다. 이렇게 7가구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샘물이다. 두런두런 모여 앉아 아낙슬의 수다 떠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들이 떠난 이유는 울진삼척무장공비. 소거 명령을 받고 낯선 동네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야생화에 취해 몸을 맡기다보니 산판길을 끝나고 마지막 10여분은 경사길이 이어진다. 젖먹던 힘까지 쏟아 붓고 나니 어느덧 배바위 고개가 나타난다. 나무의자와 데크가 있어 쉼터로 제격이다.
배바위 고개 이정표 2.7km 걸어왔고 분천역까지는 7.2km가 남았다. 을진 삼척 무장공비 사건때 공비들의 이동로.
하산은 부엽토로 이루어진 숲길. 푹신한 것이 카펫 위를 거니는 기분이다.
배바위를 지키는 수호신 엄나무가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밑둥을 보면 500년 수령임을 실감하게 된다. 나무를 만지며 그 기운을 얻어 본다. 하늘아래 맞닿은 산이 조망된다. 얼마나 이곳이 첩첩산중인지 말해준다. .
옛 선인들이 다져놓은 길은 완만하게 휘감아 돌고 있다. 말과 소가 오가는 길이어서 지그재그 길에다가 완만한 곡선을 긋고 있다.
꿀풀도 보이고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하산한다. 테크도 많아서 누워 하늘을 보면 연필모양의 낙엽송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산자락을 휘감아 돌면 비동마을 나타난다. 땅이 하도 기름지다고 해서 비동(肥洞), 그것은 순전히 상대적 지명. 평지에서 온 사람이 볼 때는 여전히 척박해 보인다. 이름만이라도 넉넉하게 살고 싶은 심정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담벼락을 장작으로 쌓은 집이 보인다. 겨울에는 늘 고립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장작만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모양이다.
산딸나무 같기도 하고~
엄청나게 큰 반송이 비동마을에 자라고 있다.
우체통을 나무 껍질로 만들었다.
산딸기 입에 털어내니 힘이난다.~그러고보니 영화 산딸기 배경으로 하기에 맞는 것 같다.
엉겅퀴가 유독 싱싱하네'
내가 만난 '개조심' 글씨중에 가장 살벌하게 썼다.
비동마을애서 조금만 내려가면 길은 낙동강 옆으로 놓여져 있다. 분천역까지는 포장 길로 바닥이 딱딱해 영 힘들다. 그나마 산수화 같은 산세와 넉넉함을 품은 낙동강이 위안이다. '
산세와 물길에 예쁘니 철길도 그리 보인다.
낙동강은 거울이 된다.
가끔은 기차가 나타나 힘을 실어준다.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이 길의 매력이겠다. 다리에서 바라본 낙동강은 또 다른 맛. 협곡을 따라가는 기차는 알프스의 어느 길을 걷는 것 같다.
솔숲도 나오고 낡은 다리를 건너간다.
감자꽃
분천역 봉화구간 숲길 안내센터. 지도와 트레킹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걸어 나온 곳은 분천역^^ 춘양목을 실어날랐던 역사를 지닌 역이다. 한때 수백명이 근무할 정도로 사람이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한적한 역으로 바뀌었다.
분천역은 백두대간 협곡열차 시발점이기도 하다. 스위스 국기가 걸려 있는데 왜 그럴까.
알프스의 작은 역 스위스의 체르마트역과 자매결현을 맺었기에
역사 한 쪽은 스위스 분위기, 스위스 전통 목조 가옥인 살레다. 족 알프스 마테호른 열차가 출발하는 역을 이곳에 재현해 놓았다. 분천역과 양원역 사이 강변길 이름은 체르마트역이라 했다.
호랑이 V트레인의 기관차가 백호다 보니 호랑이 조형물이 놓여 있다.
역사에 들어가면 도장을 받는다.
자전거를 빌려타고 낙동강따라 비동까지 다녀올 수 있다. 1시간에 5천원 , 2시간 8천원, 케세어링이라고 전기차도 탈 수 있다. 30분에 3천원, 1시간에 6천원
분천역은 먹거리 장터가 있어 산채음식을 맛볼 수 있다.
V트레인 즉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평균 시속 60km , 풍경이 좋은 곳은 30km로 운행한다. 시원스런 창문이 있고 좌석배열도 창가를 향해있다. 난로로 피워 추억의 기차를 타는 것 같다.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가 가장 경치가 빼어난 것 같다.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는 차로 접근할 수 없어 오로지 기차만 연결되어 그림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분천-철암까지 하루 3회 왕복운행하며, 운임은 8천4백원이다. 워낙 인기 있어 주말에는 표를 구하기 힘들다.
유리창이 탁 트여 산과 강이 눈에 들어온다.
낙동강 협곡을 따라가는 길.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승부역 인근
양원역에서는 10분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산골아줌마가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약재를 구입할 수 있다.
짧은 시가에 마시는 잔막걸리 1천원 안주는 돼지껍데기..1천원
작은 역사
빨간 기차 3량. 알프스의 역 분위기가 난다.
강과 산이 한몸이 된다. 협곡따라 가는 v트레인
V트레인 인증샷
보이는 곳이 다 작품
탄 것을 만인에게 알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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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장님~ 모놀도 갈거지요?
멋진 풍경이 함께 하는 기차여행 정말 좋습니다.
숲길 트래킹도 좋겠구요~. 대장님~ 감사합니다. *^^*
모놀에서도 한번 할까 생각중입니다. 그런데 기차표 예매하기가 쉽지 않아서요.
기차의 넓은 창과 맑은 낙동강 그리고 야생화가 핀 이길이 한번 걷고 싶네요.
대장님 가을쯤 함 추진해 보심이 어떨련지요~~ ^^*
작년 평일에 V 트레인 타고 철암에서 분천까지 갔다가 자전거 빌려서 비동마을까지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초가을이었지만 너무 좋고 맘껏 힐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주말을 이용해
지인들과 한번 다녀오려 했지만... 대장님 말씀처럼 기차표 예매가 장난아니게 어려워 더이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네요. 그렇지만 모놀 식구들과 꼭 함 가봤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할 만큼
아름답고 인상적인 답사지라 생각합니다. ^^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글을 대하고 있답니다. ㅎㅎㅎ
숲길안내소엔 숲해설가분들이 배치 되어 안내를 해줍니다. 아는 분들이지요
그러지 않아도 달새님 안다고 하네요.
대장님덕분에 앉아서 기차타고 아름다운 곳을 다녀와서 감사합니다.
아... 모놀에서 가는 줄..
빨리 신청해야지,, 하며 읽다가 ^^;;
꼭 가보고 싶네요~
경치 참 좋네요.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첫 만남에 반가웠습니다.
그 날의 기억이 새롭네요.
v트레인 타고 지나간 기억...많이 많이 아름다웟습니다..
아름다운길 잘 다녀오세요~~저도 동행하고싶네요~~^^
덕분에 구경 잘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