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충청을 하는 일없이 돌고 완도 해남을 들르며 술을 마시니
몸이 노곤하다.
나의 체력이나 정신력은 형편없다.
바보는 전직 준비하러 나가고 나도 그의 일을 돕는다고 방에서
컴퓨터로 글을 몇 줄 쓴다.
바보는 지어서 쓰고 오후에 금당산에나 가라는데 난
무등에 갈까말까 고민한다.
날이 흐리다. 산행을 포기하고 숙제를 얼른 대충 마친 다음
광주극장 카페에 들어간다.
필사의 추적을 볼까, 도원경을 볼까 하다가 점심 먹고
서서히 양림동과 사직공원 광주공원을 걸어 3시 10분에 시작하는
도원경을 보기로 한다.
12시 넘어 밥을 해 먹으니 느려진다.
1시 50분쯤 집을 나와 잔뜩 흐린 길을 걷는다.
도시의 길은 걷기 힘들다.
난 처음 80년에 광주에 와 전대후문의 만선이 자취방에 얹혀 살며
풍향동 교대까지 걸어다녔고, 그 후엔 남동 전대의대오거리 부근에서
풍향동으로 걸어다녔다.
신호등도 많지 않았고 더러 비포장도 있었고, 뒷골목으로 다니면
나의 걸음 속도를 거의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하긴 그 떄로부터 얼머나 세월이 지났는가?
도로는 넓어져 끊임없이 온갖 차들이 지나간다.
버스 정류장을 하나쯤 지날 때면 빨간 신호등 아래 횡단보도 앞에서 한참을 서 있어야 한다.
하긴 기다리는 것이 무에 아쉬우랴
30분 가까이를 걸어 겨우 백운 까치 고개 오르는 우체국 부근에 이른다.
광주서남교회와 서광중 석산고 팻말을 보고 지난다.
양림동 골목길을 들리긴 틀렸다.
KBC 방송사 앞 대성초교 정류장으로 길을 잡는다. 2시 반이다.
등짝엔 땀이 배고 다리에 힘이 떨어진다. 먼저 오는 78번 버스를 탄다.
도시에서의 나의 발걸음은 이렇다.
충파 앞에서 내린다.
20여분 시간이 남아 있어 광주천 다리를 건너 서오층탑을 보고 온다.
광주극장 개관기념이어서인지 관람료가 7,000원이다.
인터넷에서 도원경을 찾아보니 가수 이름이 주로이고, 이상향 등이 나온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4798
얼마 전의 우아한 나체들도 그렇더니 영화의 국적을 잘 모르겠다.
브라질인가 아르헨티나 같은데 덴마크인의 이야기이다.
하우하(jauja)가 도원경으로 진실인 것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곳이라 한다.
대위인 장교 남자는 열 넷인가 다섯살의 딸을 데리고 그 곳에 온다.
그 덴마크 군인들의 목적은 인디언들을 죽이고 그들의 땅과 자원을 빼앗는 것이다.
총을 든 군인들이 원주민들에게 노동을 시키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 대위가 실종된(스스로 사라진 것인지도) 딸을 찾으러 초원과 사막을
추적하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화면이 캔버스 규격처럼 4:3이라고 해서인지 마치 그림같다.
정지된 풍경에 수염을 기른 나이 지긋한 장교가 끝없이 추적을 한다.
중위라는 자가 초원의 연못 속에서 혼자 자위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둠 속에서 잠깐 잠이 들어 영화를 놓친 사이 딸이 사라지고 남자는 추적을 한다.
딸은 아빠가 우려하는 것처럼 원주민들에게 납치된 것이 아니라 젊은이를 따라
스스로 떠난 것 같다.
남자와 오래 전 만난 것처럼 편안한 사이라던 둘은 사랑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마치 환생한 인연을 만난 것처럼 세상과 삶을 통관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대위가 추적하는 동안 젊은 남자가 칼을 맞고 죽어가는 모습을 만나고
딸이 남긴 나무 인형을 줍는다.
그리고 어느 사이 원주민이 나타나 그의 말과 총을 가지고 달아난다.
그의 흔적을 쫒던 대위는 바위 위의 웅덩이에 몸을 담근 털빠진 비쩍 마른 개를 만난다.
개는 그를 안내하듯 어느 돌 사이 동굴 앞으로 안내하는데, 거기서 모자를 쓴 노파를 만난다.
사막에서 혼자 사는 노파는 무당같기도 하고 신선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영화는 딸이 덴마크의 저택에서 평안한 잠을 자고 창밖을 보는 것도 보여준다.
영화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스스로 만든 무엇을 끊임없이 쫒아가며 살아 간다는 것일까?
세상은 윤회한다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운명적인 것에 이끌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일까?
세계를 연결하는 듯한 비쩍 마른 회색개가 상징하는 건 무얼까?
노파와 딸의 그 몽환적 모습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남자의 운명은 사랑하는 딸을 찾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을까?
모르겠다. 2014년도에 화제가 된 영화라는데 그들은 무엇을 보고 이 영화를 높이 평가했을까?
금남로 4가역으로 내려가면 메트로 갤러리에서 묵우회 서예전의 한자들을 구경한다.
여노 사무실에서 눈이 퀭하니 일하고 있는 바보와 주회장을 만난다.
바보의 지원서를 펠경해 주고(黃의 한자를 잘못 썼다.) 가는 보슬비 속에
건너편의 식당으로 가 황태전골에 소주를 주 병 마고 대리운전하여 집으로 온다.
http://blog.naver.com/cerclerouge/220637433926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nid=3623513&code=124798#t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