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수관(慈悲手觀)은 쉽게 말해 마음으로 만든 ‘자비손’을 써서 몸을 관찰하는 수행법으로 지운 스님(현 동화사 강주)이 10여 년 전 현대인들에게 맞게 개발했다.
상상력으로 만든 ‘자비손’이라는 도구(방편)를 써서 몸에 저장된 정보를 발현시켜 궁극적으로는 그 본질이 실체가 없는 것, 항상 하지 않는 것, 인연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기에 괴로운 것이라는 것을 보는 것이다.
‘자비손’ 만들기
자비수관 입문은 ‘마음의 손’ 만드는 훈련부터 시작된다. 첫째는 손금 맞추기로 양 손의 새끼손가락 쪽 손금선을 맞물려대고 양 손가락의 길이가 어떤지 살펴 기억한다.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거의 같다.
눈을 감은 채(눈을 떠도 무방) 한 손을 들고 그 손의 손가락이 점점 길어져서 천장을 뚫고 나가 지붕을 뚫고 허공 위로 올라가서 무한히 길어진다고 30초 동안 연상한다. 그리고 눈을 뜨고 양손을 손목 선에 맞대고 손가락 길이를 확인해 보면 한 쪽 손의 길이가 길어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눈을 감고서 이번에는 들고 있는 한 손의 손가락이 작아져 아기의 손과 같이 된다고 30초 동안 연상한 후 눈을 뜨고 역시 양손을 손목 선에 맞대고 손가락 길이를 확인해 보면 한 쪽 손의 길이가 짧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손가락 길이의 변화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고 변화가 나타나는 시간의 차이도 다양하다. 그러나 분명하게 확인되는 것은 집중된 마음에 따라 몸의 일부나 몸 전체가 정신적·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다음 연습은 눈을 뜨고 정해진 시간 내에 마음의 손으로 바닥을 두드리고 두드린 숫자 세기, 멀리 있는 벽을 마음의 손으로 두드리기, 마음의 주먹으로 벽 뚫기 등을 정해진 시간 안에 몇 번 하는가를 세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방바닥을 두드리는 숫자보다 멀리 있는 벽을 두드리는 숫자, 그리고 벽을 뚫는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이것은 마음이 공간과 벽이라는 생각의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알아차림의 핵심
“마음은 물질에 걸리지 않지만 실제 손은 물질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도 그에 걸려 물질을 통과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나 마음이 움직이는 훈련을 거듭하다보면 마음으로 보는 힘이 커지면서 차츰 생각에 걸리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마음의 손을 만드는 훈련이 어느 정도 되어 마음의 힘이 생기면 마음속으로 자비의 손을 이미지화 한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손의 이미지를 얻고 그 이미지에 자비의 느낌, 생각 감정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그 자비의 손을 명상 도구로 사용해 몸 관찰을 하는 것이다. 상상력으로 만든 ‘자비손’이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서서히 몸을 어루만져주는 상태(접촉)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자비의 손이 지나가면서 느껴지는 현상을 알아차릴 뿐 어떠한 의도가 있어서도 안 된다. 좋아하는 것을 취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외면하거나 무엇인가를 기다리거나 바라서도 안 되며, 관찰 대상을 놓치면 잡념에 빠지게 되는데 잡념에 빠지는 과정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100% 마음의 눈을 뜨고 현재 이 순간을 알아차려야 한다. 알아차림의 핵심 포인트는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이렇게 수행하다보면 직관과 내면의 힘이 커지고, 자기의 생각, 감정, 말,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는 거울이 생긴다. 불안이 사라져 마음이 안정되고 고요해지며, 번뇌를 끊어내는 힘이 생기고 지혜가 개발된다.
초보자 과정에서는 크고 강한 것만 알아차리게 되나 의식이 정밀해지면 작은 것까지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지수화풍공(地水火風空) 5대의 속성들이 드러난다.
흙의 속성인 부드럽거나 딱딱함, 물의 특성인 흐름과 스며듦, 불의 요소인 열기와 냉기, 바람의 특성인 움직임, 팽창과 수축, 허공의 요소인 형태가 사라짐 등등. 마음상태에 따라 몸이 구성되어있기에 체질이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나타난 현상들에 대한 수행일기 쓰기는 필수며, 이에 대한 점검은 스님이 직접 하고 있다. 이렇게 몸 관찰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궁극적으로는 모든 현상들이 조건에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무상(無常), 무아(無我), 고(苦), 즉 삼법인(三法印)임을 보게 된다.
초보자의 경우 좌선 40분 동안 이렇게 ‘자비의 손’을 이용해 몸 관찰을 하고 20분은 행선으로 이어진다. 행선은 몸의 피로함이나 긴장감을 풀어 주어 긴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 행선은 천천히 걸으면서 발바닥의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환(幻)으로 환(幻)을 본다
지운 스님이 수행의 방편으로 굳이 ‘손’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10년 전 화엄경을 보다가 ‘10가지 마음의 손’을 보게 되었다. 그 손은 중생을 구제하고, 오묘한 진리를 열어 보이고,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지혜의 약이며, 진리의 광명으로 번뇌를 타파하는 손이다.
『화엄경』「입법계품」에 보면 문수보살이 손을 길게 뻗쳐 일백 개의 성을 지나 선재동자의 이마를 어루만져 준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손이요 자비의 손이다. 이렇게 『화엄경』이 모티브가 되고 『원각경』「보안보살장」, 유식, 그리고 위빠사나와 사마타가 그 바탕이 된 것이 자비수관이다.
물론 마음 집중이 잘 되면 굳이 손을 시각화할 필요가 없다. 마음의 손을 만들지 않더라도 자비를 실어 몸을 집중적으로 관찰할 수 있으면 마음으로만 관찰해도 충분하다. 그러나 초보자에게 자비의 손은 좋은 수행방편이 되고 있다.
“『원각경』「보안보살장」에 보면 환(幻)으로서 환(幻)을 본다는 말이 있어요. 상상으로 만든 자비의 손을 이용해 또 하나의 환인 몸을 알아차리는 것이지요. 이렇게 수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몸이 사라진 경계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수행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경계는 알아차림, 즉 정념(正念)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습니다. 흔히 수행할 때 많이 속는 것이 텅 빈 것이 공인 줄 압니다. 그러나 그 또한 마음이 만들어놓은 것이기에 그것에 속기 쉽습니다. 그러다보니 며칠 지나면 그 경계가 깨지는 것이지요. 환영에 속지 말아야 해요.”
자비수관을 통해 몸이 사라지는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범부의 깨달음으로 몸의 번뇌가 사라지고 몸이 조복된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기본 체험이 바탕이 되어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면 자비공관수행과 쿤달리니자비수관의 단계로 이어지는데, 이 두 단계의 수행지도와 점검은 아직은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있다.
수행 과정 중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졌다는 사람, 피부가 윤택해지고 밝고 투명해졌다는 사람, 얼굴 형태가 원만하고 부드럽게 바뀌었다는 사람, 심지어 불치병을 치료했다는 사람, 육식, 술, 담배가 자연스레 끊어졌다는 사람, 몸이 편해지니 마음이 편해져 화내는 일이 줄어들어 대인관계가 원만해졌다는 등등.
그것이 수행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자비수관은 그 반응이 빠르기에 일반인도 재미를 느끼며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년 전부터 수행공동체 공간으로 지어진 자비선원은 365일 수행공간으로 늘 열려 있으며. 매 주말 1박 2일, 혹은 2박 3일, 여름 휴가철에는 일반인을 위한 3박 4일 집중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지난 해 겨울방학에 이어 이번 여름방학에도 청소년들을 위한 자비수관캠프도 가질 예정이다. 수련참가비는 별도로 받지 않는다.
문의 : 자비선원 054-931-8874, www.jabisugw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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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智雲) 스님
1991년 운성(雲星) 스님께 전강(傳講). 1993년~2002년 송광사 강원의 강주를 지내고, 현재 동화사 강원 강주 겸 조계종단일계단 교수사 소임을 맡고 있으며, 1992년 미얀마에서, 그리고 2000년은 인도 다람살라에 머물며 수행정진 했다. 강의면 강의, 수행 지도면 수행 지도, 사통오달 지운 스님의 일주일간 공식 일정은 거의 초인적이다. 대구 동화사, 서울, 대구, 부산, 대전, 성주 자비선사에서의 강의와 수행지도, 그리고 불교방송, 불교TV 강의, 그 외 특별초청강의도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지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늘 밝고 여여롭다. 이것이 수행의 힘일까? 스님은 자비수관 뿐만 아니라 염불, 위빠사나, 간화선, 밀교수행 등 여타 수행법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서도 즉문즉답이 가능하다. 산 정상에서 보면 올라오는 길이 다를지라도 그 길들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라고.
저서에 『찻잔 속에 달이 뜨네』,『깨달음으로 가는 길』,『몸과 마음이 사라져가는 여행』, 논문집『뿌리없는 나무에 핀 꽃』, 역서『스승이 제자에게 보내는 글』등이 있다.
취재정리 남동화
첫댓글 자비수관의 개관에 관한 기사입니다. 대충의 윤곽은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화선으로 가기 위한 기초수행법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색계2선정( 어느 경계인지는 모르지만)까지는 가능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자세는 평좌, 반가부좌, 결가부좌 , 양반다리 어느 자세나 무방하다고 하십니다. 농담삼아 하시는 말씀이 자비수관의 문제점이 너무 쉽고 체험이 빠른 것이라고 하시는 것과 저의 짧은 경험으로는 편안하게 접할 수 있었고, 강의를 들으면서 삼법인에 대한 이해를 겸하시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스님의 강의를 몇 번 들으면서 보현행원을 저렇게도 말씀하시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마하반야반야바라밀_()_
연무심님 감사요 그런데 이게 자비수관의 전부 중의 핵심입니까 제가 글에 있는 대로 해보니 저는 잘 안 되네요 그런데 글에 보면 많은 분들이 이런 방법으로 여러 경계를 경험하셨다는데, 정말 연무심님이나 주위 분들도 그러시던가요 저는 보현행원이란 고한() 틀이 있어 그런지, 오늘 글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 중에 혹시 경험 있으신 분들 말씀 좀 주시...
자비손을 이용하여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자비면화수, 자비감로수, 자비관음수, 자비광명수 등등. 개인에 다라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