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42살로 중3, 초등6, 4학년 짜리 아이 셋을 둔 가장입니다. 2006년 2월 말경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중 등허리가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동네 내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내과에서 초음파 검사 결과 급성 췌장염이 의심된다고 하면서 큰 병원에 정밀검사를 받아 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눈앞이 캄캄해 짐을 느꼈습니다. 급히 가까운 경찰병원에 입원하여 정밀검사를 시작한지 한 달이 다 지나서야 B형 대세포 미만성 림프종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진단 결과가 나오기까지 저는 물론 제 아내는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장 안좋은 예후가 췌장암이었고 그 다음엔 대장암, 그나마 가장 예후가 좋은 게 림프종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제발 암이 아니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제발 림프종이길 바라던 시간이었습니다. 림프종 진단을 받는 순간 오히려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삼성의료원으로 옮겨 재차 확진을 받은 후에 본격적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습니다. R-CHOP 을 8회 시행하고 10월에 치료를 종료했습니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도 같이 고통을 나누고 기도를 했습니다. 또 주위의 많은 분들이 염려하고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치료 결과도 좋아 10월에 치료를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치료를 종료하고 나니 정말 살 것 같았습니다. 머리카락도 다시 자라났고 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몸 관리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서 정기검사 결과를 받는 12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담당 교수님으로 부터 들었습니다. "재발 되었습니다. 치료를 다시 해야 합니다. 안하면 6개월 정도 밖에 살 수 없습니다."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고 다리가 후둘거렸습니다. 지겹고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을 다시 겪을 것을 생각하니 괴로왔습니다. 건강해져서 일을 다시하게 된 아빠를 보면서 기뻐했던 아이들과 투병 중인 저를 대신해 아이들 양육을 혼자 떠맡은 아내를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병원비와 생활비 등 경제적인 부담도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자신감도 잃었습니다. 이런 제게 용기와 희망을 준 것은 아내였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러나 그런 내색 안하고 씩씩하게 다시 해보자며 저를 위로했습니다. 또 다시 많은 분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부모 형제들, 신부님 수녀님, 많은 교우들, 친구들... 다행히 치료비와 생활비도 보험을 통해서 해결이 되었습니다. 다시 시작된 항암치료, 담당 교수님은 자가이식을 해서 뿌리를 뽑자고 하셨고,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끝장을 내야했으니까요. 교수님은 자가이식 전에 제발린을 처치하는 임상시험을 권유하셨고 전 두말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어떠한 방법이라도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모든 하고 싶었습니다. 3차에 걸친 항암치료 후에 제발린 처치 그리고 드디어 자가조혈모이식까지...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절실했습니다. '나는 살아야 한다. 나는 살 것이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자가이식은 동종이식보다 수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수월하게 견뎌냈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염려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2007년 6월 1일 제 두번째 생일입니다. 몇 일 안남았네요. 어제는 어버이날... 5월 7일 아내가 맛있게 담근 간장게장을 싸들고 부모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저 때문에 10년은 더 늙어버리신 부모님을 뵈니 죄송함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제는 막내가 사 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았습니다. 둘째 딸이 서툰 영어로 작문한 감사 편지도 받았고요. 큰 아들 녀석도 카네이션 바구니를 사 들고 왔습니다. 작년 이맘 때는 '내가 병이 나을 수 있을까? 내가 다시 아이들과 여행을 하고 집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아내와 공원을 산책할 수 있을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이런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는데, 지금 제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날 연휴에 여행도 다녀왔고, 어버이날 부모님께 맛있는 간장게장도 해 드렸고, 아이들로부터 카네이션 꽃과 선물을 받았습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아직은 3개월 마다 정기검사를 해야하고, 그 때마다 가슴 졸이며 결과가 좋게 나오길 기도하며 두려움에 떨지만 그래도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두 달 전부터 온라인으로 판촉물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어렵지만 무리하지 않고 몸 관리하면서도 제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저는 행복합니다. 이 글을 읽으실 환우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마세요. 저도 건강을 잃으면서 다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얻는 것도 많더군요. 아주 사소한 것도 소중하고 귀한 것으로 느껴지고 감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4년을 더 정기검사를 하고 가슴 졸이며 살아야 안전권에 진입하지만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고 잘 이겨내시길 기도합니다.
첫댓글 꼭, 극복하시길.....
감사합니다.
이렇게 글 남겨주시니 힘이 됩니다. 오려운 고비를 넘기시고 지금 이 순간 감사하고 기쁘다면 그것이 은총이겠지요? 저도 날마다 그리 마음 다스리고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더 큰 고통을 짊어지시는 분들을 위해 기도하려고 합니다. 꼭 가족의 든든한 가장으로 앞으로 시간들도 함께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화이팅입니다!!
투병생활 2년여 동안 림사랑에 올라온 수기를 보며 힘을 많이 얻곤 했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 하죠? 제 글이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꼭 이겨내요,우리...감사합니다.
저를 지켜주시던 아버지 아빠가 병환중입니다. 마흔이 가까워지지만 나에게 아버지는 가장이십니다. 사과탄님 가장은 영원합니다.저는 종교도 없고 믿음도 없습니다. 다만 희망은 있습니다.
희망이 있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공감합니다. 그 행복 오래오래 누리세요.
감사합니다.
잘 극복하시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생활 하시다보면 걱정고민 은 다 끝나고 씩씩하고 건강한 아빠로 남편으로 계실거예요 화이팅!!
감사합니다.
상당 부분 공감이 갑니다. 긴 시간동안 이겨내 온, 가족의 힘이 크고 위대하게 느껴집니다. 더 많은 새털 같은 나날들을 훨씬 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내분이 많은 힘이 되었듯이 아내분에겐 님이 큰 힘입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