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한 그릇
우리는 누구나 음식에 대한 추억도 존재할 것입니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82년 전통의 냉면전문집을 발견했다고 냉면을 먹자는 제안이 있어 냉면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과 함께 냉면을 먹으러 간적이 있습니다.
양산시 중부동에 위치한 냉면집은 흔히 말하는 화려한 치장을 한 음식점은 아니고 보통 이하의 초라한 간판을 달고 언제 찍었는지 맛집으로 방송국에 나왔다는 작은 사진이 한 장 벽면에 붙어있어 그것으로 인하여 자신의 집을 PR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여 맛으로 승부하는 집으로 보였습니다.
흔히 알듯이 냉면은 여름에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라는 것을 이집의 메뉴판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메뉴판에는 겨울에 파는 음식의 종류와 여름에만 파는 음식이 구분되어 있어 냉면이 여름에 사람이 많이 찾는 음식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마다의 취향에 따라 평양식, 함흥식이라고 구분하기도 하고 물냉면, 비빔냉면이라고 구분하기도 하지만 나는 통상 비빔냉면을 즐겨 먹는 관계로 주문을 하고 난 후 이집이야 말로 냉면 전문집으로 82년의 전통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육수였습니다.
노란 주전자에 하나 가득 담겨 나온 따듯한 육수 한 모금을 넘기는 순간 참 오랜만에 맛보는 맛에 직원이 말한 전통이 맞다 며 마음속으로 무릎을 딱하고 쳤습니다.
요즘 거리에는 여름이면 수많은 냉면집들이 자신들의 음식을 판다고 입간판 등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진정한 냉면집은 없고 여름 특수를 노려 장사를 하다 보니 냉면집에서 전통적으로 비빔냉면을 시켰을 때 나오는 따듯한 육수는 없는 것이 보통이고 그 맛도 추천할 만큼은 아닌 경우가 허다하여 실망하곤 했는데 따듯한 육수 한 모금이 오랜 전통을 증명하여 즐거운 식사를 예약하고 있습니다.
역시 맛은 화려한 치장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간판과 내부 장식의 수수함과는 상관없이 비빔냉면의 맛은 좋았습니다.
냉면은 나에게 추억을 제공하는 음식입니다.
사실 내가 냉면을 처음 먹은 것은 스무 살 때 였으니 근 40년이 다되어 갑니다.
서울에 가출(?)을 한 적이 있는데 서울역 주변인가 동대문 주변에서 냉면집에 들러 처음 먹어 보았고 무지 질겨서 잘 끊어지지 않아 애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메밀가루 만든 냉면이 맛은 있는데 잘 끊어지지 않아 냉면 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이빨을 이용하여 냉면을 끊느라고 애를 쓴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났습니다.
어째 거나 냉면을 평생 처음으로 먹었으니 또 젊은 날 맛난 음식의 맛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서울에서 먹은 생전 처음 음식이니 오래 동안 뇌리에 남을 수밖에 없지요.
한동안 냉면을 먹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냉면이 너무 질겨 잘 끊어지지 않아 먹기가 힘이 든다는 그 옛날의 추억 때문이었습니다만 요즘은 냉면과 함께 가위도 주어지니 잘라 먹으면 쉽게 먹을 수 있어 별 신경 쓸 일 없지만 그래도 내 기억 속에 살아있는 추억은 질긴 면을 적당한 한입으로 끊어 먹던 추억이 그리워서 가끔 가위의 힘을 빌리지 않고 먹을 때도 있었습니다만 불행스럽게도 틀니로 대체된 이후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어 추억의 한 장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왜 이리 빨리 흐르고 내 육신이 언제부터 보링을 해야 할 구석들이 생겨났는지 알 수 없지만 젊은 날의 추억만큼은 간혹 혼자서 미소짓게 하는 아름다운 추억의 사진처럼 옹알이 틀고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원한 물냉면보다는 비빔냉면이 맛있다고 힘주어 얘기하곤 하는데 그것의 이유는 아마 몰라도 여름에 따듯하게 제공되는 육수의 맛에 빠졌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누구와는 상관이 없으니 올 여름이 다가기전에 맛있는 냉면집에 들러 냉면 고유의 맛을 즐겨보실 것을 권합니다.
시원한 맛을 원하면 물냉면을 육수 맛을 원하면 비빔냉면을 먹는 센스를 발휘할 것을 함께 알려드리면서 여름 음식 냉면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