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과거정권의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은 더 큰 도발만 키운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또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 온다”고 말해 ‘큰 화’는 천안함과 연평사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굴욕적 평화’는 과거정권의 ‘햇볕정책’을 가르키는 것으로 비치기도 했다. 대통령 담화, ‘큰 화’는 연평사태, ‘굴욕적 평화’는 ‘햇볕정책’?
대통령이 언급한 ‘굴욕적 평화’가 곧 ‘햇볕정책’을 의미한 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대통령 담화 직후 “진보 정권 때 60억불(40억불을 착각한 듯)이 북한으로 넘어갔고, 이것이 결국 이런 포격, 폭탄과 핵무기로 되돌아 왔다”며 ‘햇볕정책’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후 여권과 보수단체, 보수언론들은 ‘햇볕정책’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했다. ‘대북 지원이 아니라 북한군의 살만 찌운 것’, ‘우리가 준 돈이 포탄으로 날아와 우리 국민을 죽인 꼴’, ‘햇볕정책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햇볕정책과 완전한 결별’ 등등, 마침내 ‘햇볕정책’은 남한을 해롭게 하고 북한을 이롭게 한 역적이 돼 버렸다. 이번 연평사태는 ‘햇볕정책’ 때문에 일어난 것이니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거다. 어거지다. 상식 밖의 궤변이다. 연이은 참사로 인해 정권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보니 빠져나갈 구멍을 궁리해낸 것이 ‘햇볕정책’이었나 보다. ‘햇볕정책’은 현정권의 대북정책 과오를 덮어주는 희생양이 된 셈이다.
현정권 대북 문제 생기면 무조건 ‘햇볕정책’ 탓
어떤 정책이든 ‘완전’은 없다.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순기능이 좀 더 많다고 판단되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햇볕정책’에 순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역기능도 있다.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모드로 나갈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미국을 적대시하여 핵개발 등 군사력 증강에 혈안이 돼 있는 북한이 지원물자를 일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역기능도 가지고 있다. 현정권은 ‘햇볕정책’을 ‘퍼주기’라고 주장한다. 과거 두 정권이 돈으로 북한을 달래서 평화를 샀던 것이라고 매도한다. 군사력과 안보는 포기한 채 북한의 비위를 돈으로 맞추는 게 ‘햇볕정책’이라고 오도한다. 하지만 아니다. ‘햇볕정책’을 들여다보면 그 기본은 튼튼한 안보다. 확고한 자주국방과 안보을 기반으로 하고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여 통일로 가자는 게 ‘햇볕정책’이다.
현 정권은 ‘햇볕정책’을 오도하다 못해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을 모두 ‘종북세력’, ‘북한체제 옹호자’, ‘좌파’, ‘빨갱이’로 매도하고 있다. 오해하지 마시라. 필자는 전 정권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고 민주당 등 야당 당적을 한시도 가져 본 적이 없는 평범한 시민이다. 종북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고 빨갱이는 더욱 아니다.
언제까지 과거 탓만 하고 있을 건가?
‘햇볕정책’이 중단 된지 벌써 3년이다.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3년 정도면 현정권의 색깔이 드러나야 하고 그 결과도 어느 정도 가시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북한과의 마찰이 생기기만 하면 <‘햇볕정책’ 때문이니 책임은 과거 정권이 져야한다>고 우기는 판박이 주장만 되풀이 한다. ‘햇볕정책’을 죽도록 미워하는 이유가 ‘퍼주기’ 때문이라니 이 부분도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권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던 송민순 의원은 “그 당시(민주당 집권 시기) 북에 넘어간 게 40억 달러(통일부 자료)로 식량 같은 지원을 다 포함한 것”이라며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이명박 정부도 대북지원이 10억 달러가 넘는다”고 밝혔다.
현정권, 대북 ‘퍼주기’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지원 규모는 40억불이다. 과거 10년을 ‘퍼주기’라며 악다구니를 쳐온 현정권은 어떤가. 3년에 10억불이다. 이런 추세로 10년 간다면 대북지원규모는 최소 30억불 이상이 된다. 과거 두 정권의 70% 정도 수준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퍼주기’라고 일방적으로 매도당할 이유 없다.
대북 지원금이 포탄으로 되돌아 왔다면 연평도에 떨어진 170발 중 상당 부분이 이명박 정권이 준 돈으로 만든 포탄이란 얘기도 된다.
대체 뭘 했는가. ‘햇볕정책’을 내던진 이후 3년간 뭘 했는지 최소한의 결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그러나 이렇다 할 게 하나도 없다. 있다면 계속되는 남북긴장상태와 애꿎은 주검들이다. 금강산 총격, 천안함 사건, 금양호 침몰, 연평도 해병과 두 민간인 희생 등 60여명의 국민이 유명을 달리했다.
‘햇볕정책’ 포기 3년간 뭘했나? 이렇다 할 게 없다.
안보와 방어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천암함 때 당하더니 불과 몇 달 후 연평도에서 또 당했다. 이게 ‘햇볕정책’ 포기한 3년 동안 이룬 결과인가? 이러면서도 과거 두 정권을 싸잡아 비판하며 ‘햇볕정책’을 ‘희생양’으로 삼는 건 적절하지 않다. 북한에게 당하기만하면 무조건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린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와서 화풀이 하는 꼴이다. ‘햇볕정책’이 포기된 지 3년 지나 터진 연평 포격도 ‘햇볕정책’ 탓이란다. 아니다. 현 정권 탓이다. 현 정권의 미숙한 대북정책과 외교전략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은 아직도 3년 전 과거에 매몰돼 있다. 과거에 매몰되어 과거와 견주어 보면서 이렇다 저렇다 말만 많은 정권이다. 과거에 매몰되면 미래가 없다. |
출처: `오주르디`의 `사람과 세상 사이` 원문보기 글쓴이: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