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이 깨니 밖이 훤하네
다시 살며시 눈감으니 어젯밤 꿈에 할머니 모습이 비몽사몽간에 스쳐지나가고
먼산에 버꾹새가 빨리 일어나라 재촉하는구나
대문 시건장치(施鍵裝置)를 풀고 하늘을 본다
동쪽산위 창공에는 얇은 구름으로 덮혀있고 풀내음 가득한 산속마을에
아침이 찾아왔다
조금전 뻐꾹새의 울음소리는 흔적도 없고 부지런한 이웃의 아침 산책길이
드문드문 이어진다
주차장 텃밭에 작물들과 아침인사 나누고
엊그제 이사온 풍란앞에서 얼굴을 익힌다
별관의 열쇠를 잡고 비밀숫자를 꾹꾹눌러 해제후
삐그덕 알류미늄 샷시의 굉음이 울리고 슬며시 대문을 여니
이것이 공허(空虛)로구나
텅빈 고요함
책상위에는 단오날 단오부적을 그려놓은 무서운 흉상이 무섭게 지키고 있다
특유의 찌든 냄새가 불쾌하여 약간의 틈을 두고 문을 닫았다
동네를 벗어나 고즈넉한 정자에 이르니
솔향기가 그윽하다
인기척없는 숲길에 새소리 벗삼아 벚나무밑을 지나가니
까만 버찌가 군데군데 떨어져 있고
일부는 뭉게어져 보기가 흉하네
좌우에 펼쳐진 수림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나뭇잎도
아침인사에 바쁘다
엄광산 봉우리 저멀리 엷은 구름은 아직도 졸음에 지쳐 있고
서쪽 아득히 보이는 낙동강은 유구한 세월을 말해준다
울퉁불퉁한 바위옆 임자없는 그루터기에 앉아 나만의 시간속에
바람소리를 듣는다
자연의 아름다움이여!
자연의 품속에서 고른 숨을 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