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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인교육연구회 / 박래경
 
 
 
카페 게시글
‥‥‥‥ː 자유게시판 ː 스크랩 종이 줍는 노인들
깐돌이(김선옥) 추천 0 조회 44 06.11.02 19: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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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줍는 노인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6시, 은평구에 사는 김은순(가명.77)할머니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폐품이 가득한 수레를 끌고 있다. 행선지는 고물상. 밤새 주운 신문지와 병을 팔기 위해서다. 고물상앞에는 같은 처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예닐곱 명이 벌써 모여있다.

아침 7시 문이 열리자 노인들은 가져온 폐품을 저울위에 놓는다. 밤샘 고생이 돈으로 결정되는 순간이다. 신문지는 1킬로에 65원, 박스는 40원이다. 종이는 아무리 많이 가져와도 2천원을 넘기기 힘들다. 맥주병 20병으로는 1200원 받았다. 이렇게 받은 돈이 3천3백원. 주머니에 꼭 넣고 다시 거리로 나선다. 냄비나 프라이팬이라도 줍는 행운을 바라면서.

김 할머니는 8년 전 할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뒤 이 일을 시작했다. 평생 모은 얼마 안 되는 재산은 남편 치료비로 모두 날린 뒤 당장 생계를 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들 둘이 있지만 모두 어렵게 살고 있어 찾아오지도 않는다. 다행히 단칸방 사글세 10만원은 동사무소에 받는 생활지원금 충당한다. 하지만 나머지 돈은 직접 벌어야 한다. 할머니는 길에서 한 달 동안 4-5만원 정도 번다. 그걸로 혈압과 치질 약값으로 3만원, 공과금 만원을 낸다. 그리고 매주 가는 교회헌금으로 4천원을 쓴다. 그 밖에 수입이나 지출은 없다. 옷이나 간식은 엄두도 못 낸다. 올 여름 수박 한번도 사먹지 못했다.긴 여름이 지가고 찬바람이 불면서 김씨는 벌써부터 겨울 걱정이 앞선다. 겨울에는 전기요금 때문에 냉방으로 지내야하기 때문이다. 매끼 식사는 동네 사회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무료 점심으로 떼운다. 조금만 먹고 남겨 온 밥으로 저녁과 아침을 해결한다.

김 할머니는 “밤새도록 몸이 쑤시고 신세가 한탄스러워 눈물로 밤을 지샌다”고 말했다.

10년째 종이 줍는 일을 하고 있는 허종녀(가명.64) 할머니는 아직 몸이 괜찮아 하루에 대여섯 번이나 폐품을 판다. 한달 수입이 10-15만원 정도. 동네에서 제일 많이 버는 할머니로 소문나있다. 할머니는 이사 가는 집에서 폐품이 많이 나온다는 걸 알고 어느 집이 언제 이사 간다는 것을 미리 알아둔다. 그리고 아는 사람이 많아야 된다며 동네에 얼굴 알리기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어떤 땐 욕심나서 다 줍고는 무거워 옮기지 못하는 때도 있다. 할머니도 아들을 두고 있지만 40대 실업자다. 가끔 “미안하다”는 전화만 받는다.

허 할머니는 "나 같은 사람들이 1.2년 사이 3배나 늘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 이젠 주울 것도 없다"며 최근에는 폐지를 줍는 사람들 사이에 종이가 어디에 많은지에 대한 정보는 1급비밀이라고 말한다.

재활용업체인 갈현자원’ 송관용(59)사장은 “최근 우리 가게에 오는 노인이 100으로 늘었다. 이중 매일 오는 분들은 70명 정도다. 이 중 30-40 분은 폐품을 주워 생계를 잇는다.”고 말했다.

담당 관공서는 “종이를 주워 생계를 잇는 노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골목길에 폐품더미를 쌓아놓아 미관이 좋지않고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면서도 "인원파악이나 실태조사가 된 것은 없다. 그런 것까지 알고 대책을 일일이 세울 순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정경열기자/k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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