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것 하나 없는 '우량 야채' -호박-
비타민등 각종 영양소 골고루 분포,껍질·씨 등 예로부터 약재로 사용 가장 이상적 성인병 예방식품.
호박은 동인도가 원산지인데 건조한 기후면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우리나라엔 임진왜란 이후 중국과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럽이나 미대륙에서도 호박은 건강에 유익한 야채라 하여 예로부터 애용돼 왔다.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공급원으로 호박만한 식품이 없다. 호박엔 비타민A, C, E가 특히 많이 들어있다. 이 세 비타민은 최근 연구에서 건강에 매우 유효한 것으로 밝혀져 주목받고 있는 비타민들이다. 비타민A는 베타 카로틴이 우리 몸 안에 들어와 생기는 비타민이다. 베타 -카로틴은 항산화작용이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작용은 활성산소의 해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 암 동맥경화 노화 등을 예방하는데 이바지 한다.
비타민A에는 그밖에도 여러 작용이 있다.
비타민A는 눈의 망막을 강화하여 시력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눈이 피로할 때 필요한 영양소다. 또 비타민A에는 피부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거친 피부나 아토피성피부염을 예방하는데도 유효하다. 그밖에 갱년기장애나 냉증 생리통 등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특히 필요로 하는 비타민이다. 최근엔 감기나 C형간염 등의 감염증과 암 등 면역관련 질환을 억제하는 데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목받고 있다.
체내에서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발생하면 비타민E의 항산화작용이 이를 다 물리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비타민E와 함께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타민C엔 몸의 저항력을 키우는 작용이나 자외선으로 인한 멜라닌반응을 억제하여 주름살이나 주근깨 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작용도 있다.
호박엔 그밖에도 비타민B군과 비타민K도 많다. 최근엔 적포도주에 많다 하여 한때 크게 화제가 됐던 폴리페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박은 칼로리가 적기 때문에 여성들의 다이어트식으로도 좋고 미네랄이나 비타민이 많이 필요한 당뇨병식으로도 이상적이다.
그런데 어떤 성분에 어떤 효능이 있다 하여 그 효능성분만 섭취하면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선 여러 영양성분들이 서로 도우면서 작용하고 있다. 그러한 서로 돕는 작용을 하는 여러 영양소들이 호박엔 듬뿍 들어있는 것.
호박씨에는 미각을 정상화하는 작용이 있는 아연이나 망간 등 다른 식품들로부터는 얻기 어려운 미량원소가 많기 때문에 요리할 때는 씨를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
아연은 `섹스 미네랄'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는 성분으로 아연이 부족하게 되면 전립선비대증이 일어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고령자에 많은 질환이다. 60대 이상 남성의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가 전립선비대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비대증에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호르몬제다. 그런데 이 호르몬제엔 임포텐스의 부작용이 있어서 사용하길 기피하는 환자들이 많다. 호박씨는 한방이나 민간요법에서 예로 부터 사용해 왔다. 독일에선 배뇨장애에 치료약으로 호박씨 추출물이 이용되고 있다.
호박씨는 실제로 요류량(尿流量)검사에서 효과가 확인됐다. 요류량검사란 방광에 소변이 250㎖ 이상 고여있는 상태에서 방뇨하도록 하고서 소변이 나오는 평균속도와 최대속도 방출량을 조사하는 검사다. 정상치는 평균속도가 초속 7.5㎖ 최대속도가 초속 15㎖ 이상이다.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예가 거의 전부다.
그런데 호박씨추출물을 먹은 사람들에선 최대속도가 초속 15㎖에서 17㎖ 평균속도가 초속 5㎖에서 7㎖로 늘어난 예도 있었다. 호박씨는 여성들에게도 효과가 있다. 즉 방광점막에 염증이 생겨 민감해진 결과로 자주 소변을 보게 되는 방광염에 효과가 있는 것.
호박씨의 어떤 성분에 이러한 작용이 있는지 현 단계에선 밝혀져 있지 않고 있다. 다만 전립선비대에 따라 일어나는 충혈이나 울혈 부종 순환장애를 개선하는 작용이 있지 않나 생각되고 있다. 부종 등이 개선되기 때문에 요도에 가해지는 압박이 줄어 배뇨곤란이나 빈뇨가 개선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미국에선 91년부터 국립암연구소(NCI)와 건강증진농산물재단(PBHF)에서 `건강증진을 위해 1일 5회분 이상의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도록 하는 운동(5A DAY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운동은 몸엔 좋으나 값이 비싼 야채나 과일을 저소득층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는 운동이다. 호박도 재정지원을 받는 우량야채로 지정됐다.
미국 위생국에서 발표한 영양과 건강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하는 암 심장병 당뇨병 등 성인병의 3분의 2가 식습관과 관계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보고서는 연간 50만례에 달하는 암으로 인한 사망의 3분의 1은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했으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가 `5A DAY운동'에 설득력을 갖게 하고 있는 것이다.
중풍·부인병·위장질환 등 만병통치 호박죽
동짓날 호박을 먹으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늙은 호박의 약효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동의보감에서도 호박은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독이 없으면서 오장을 편하게 한다고 써 있다. 또 산후진통을 가라앉힐 뿐 아니라, 눈을 밝게 하는 등 영양가치가 탁월한 음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부인병과 위장질환, 빈혈, 기침, 감기, 야맹증 치료 등에도 두루 쓰인다.
마땅한 찬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장마철이나 더운 여름 내내 우리 상에 가장 자주 오르는 식품은 애호박일 것이다. 호박은 꽃이 피기 전 줄기가 뻗기 시작할 때부터 그 줄기와 어린잎을 먹을 수 있다. 어린 호박을 애호박, 꽃이 지고 잎이 다 시든 뒤까지 남아 있는 것을 청둥 호박 (늙은호박)이라 한다.
호박은 특히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서 점막을 튼튼하게 하며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이러한 호박의 영양성분을 고려할 때 동지에 호박을 먹는 습관은 야채가 적은 겨울에 영양보급이라는 의미가 있다.청둥호박은 소화 흡수가 잘되므로 어린이와 노인에게도 좋은 음식이며 또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냉증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그밖에도 세포점막을 건강하게 보호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회복기 환자나 위 또는 장에 궤양이 생겼다가 나은 사람은 호박죽을 많이 먹으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후 부기가 안 빠진 산모에게 가장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부기가 안 빠진 산모는 꼭지 부분을 둥글게 도려내고 그 속에 꿀을 넣어 호박 꿀단지를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호박을 섞어 밥을 짓거나 다른 재료와 함께 국과 찌개에 이용해도 좋다. 애호박으로 할 수 있는 음식은 호박전, 호박찜, 호박찌개, 호박선, 호박나물, 호박김치, 호박죽 등 다양하다. 가늘게 썰어 호박을 볶아 국수 장국이나 비빔밥에 고명으로 얹거나 만두 속 재료로 넣기도 한다.
옛날에는 호박을 술 안주로도 이용했는데 이를 호박문주라 한다. 또한 호박죽하면 으레 늙은 호박죽을 연상하는데 애호박죽도 별미이다. 갓 따서 윤이 자르르 흐르는 너무 굵지 않은 어린 호박이 고소하고 맛있다. 차게 식힌 육수에 띄운 호박 편수도 별미이다.
애호박을 반으로 갈라 씨가 있는 부분을 도려내고 가늘게 채 썬다. 소금에 절여 파, 마늘로 양념하여 볶는다. 찹쌀가루 반죽을 부쳐 채썬 호박을 섞은 월과채도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살리는 음식이다.또한 호박씨의 지방은 질이 매우 우수한 불포화 지방으로 구성되어 동맥 경화를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호박씨에는 또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 등이 많이 들어 있어 간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므로 술안주로도 적격이다.
찹쌀 넣은 죽 숙취에 좋아
호박은 죽으로 요리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점도를 높이기 위해 첨가되는 찹쌀가루 때문이다. 찹쌀가루는 본초강목에서 언급돼 있듯, 위와 비장을 따뜻하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하면서 독을 풀어준다. 이 때문에 술을 마셨거나 찬음식을 먹은 뒤에 쑤어 먹으면 영양을 보충함과 더불어 설사를 멈추는 지사제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와 아울러 호박죽을 끓일 때 땅콩 등의 견과류를 갈아넣거나 콩, 팥, 밤 등의 부재료를 곁들이면 맛과 영양이 한층 강화된다. 특히 땅콩처럼 씨앗음식은 호박에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호박과 궁합이 잘 맞는다. 땅콩은 식물성 지방질, 비타민E와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혈관벽을 강화시키고 탄력있게 해준다.
호박죽을 끓일 때 팥과 콩 같은 부재료와 함께 삶으면 색깔이 검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별도로 삶아야 맛깔스런 호박색을 살릴 수 있다. 그리고 죽이 완성되면 그릇에 담은 뒤 땅콩 등의 견과류를 고명으로 뿌려 주면 겨울철 보약으로 손색이 없다.
호박죽에 간을 할 때는 각자 먹을만큼 덜어서 따로 하는 것이 좋다. 한꺼번에 간을 하면 죽이 금세 삭아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