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먹거리 열전]충남 금산 인삼어죽
매콤·고소…쌉싸래한 인삼향까지 “어~죽이네”
깨끗한 금강서 자란 각종 민물고기
뼈·살 물러질때까지 푹 끓여 밥·국수·수제비·채소 넣고 잘게 썬 인삼으로 마무리
단백질·칼슘 듬뿍 영양덩어리 열량까지 낮아 금상첨화
“편안한 깊은맛에 자꾸 먹게 돼요”

예전의 강은 아이들이 멱감고 헤엄치던 놀이터였다.
또 민물고기를 잡아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이렇게 잡힌 물고기는 주로 굽거나 매운탕거리로 쓰였는데,
매운탕에 국수·밥을 더해 걸쭉하게 끓이면 어죽이 된다.
어죽은 ‘물고기로 만든 죽’이라는 뜻이다.
강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면서, 맛·영양 역시 뛰어나다.
그래서 지금도 강 주변에는 어죽을 파는 음식점이 많다.
특히 충청도의 젖줄이라는 금강유역이 유명한데,
충남 금산군 제원면 일대에는 10여개의 식당이 모여 어죽 마을까지 이루고 있다.
전북 장수 신무산에서 발원한 금강은 충남 금산에 이르면 강폭이 제법 넓어진다.
이곳에 흐르는 금강은 깨끗한 수질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동자개(빠가사리)·메기·모래무지·피라미 등 다양한 민물고기가 산다.
이들이 바로 어죽의 주재료다.
육수는 갖은 민물고기를 한데 넣고 끓여 만든다.
내장만 제거한 채 4~5시간 삶으면 뼈와 살이 물러진다.
이후 체에 밭쳐 거르면 비로소 어죽에 필요한 국물이 완성된다.
여기에 불린 쌀을 넣고 끓이다가 쌀알이 어느 정도 익었을 때
국수·수제비·된장·고추장을 넣는다.
된장은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고, 고추장은 칼칼한 맛을 더해준다.
자소엽이라는 약초를 넣는 곳도 있다.
깻잎을 닮은 이 약초는 된장과 함께 생선 비린내를 잡는 역할을 한다.
맨 마지막으로 부추·미나리 등 채소와 함께 잘게 썬 인삼이 들어간다.
이에 금산의 어죽은 ‘인삼어죽’이라고 불린다.
어죽 자체가 단백질·칼슘 등 영양덩어리인데, 인삼까지 들어가니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
실제로 금산지역에서는 보양식이나 산후조리를 위해 어죽을 즐겨 먹었다고.
밥·국수·채소·인삼을 듬뿍 넣고 조려낸 모습은 흡사 ‘꿀꿀이죽’과 닮았다.
그러나 다양한 민물고기와 건강한 식재료가 어우러진 맛은 그야말로 진국이다.
더불어 열량까지 낮으니 금상첨화다.
22년 전부터 어죽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근호씨(53·시탕뿌리매운탕 대표)는
“민물고기라 하면 거부감부터 갖는 사람도 있지만, 한번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면서
“매콤하지만 고소하고 입안에 쌉싸래한 인삼향까지 퍼지니 배가 불러도
좀처럼 숟가락을 놓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인삼어죽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하지만 5~6㎝ 크기의 빙어를 둥글게 돌리고서 기름에 살짝 튀겨 양념장을 바른 도리뱅뱅,
홍삼 조청에 찍어 먹는 인삼튀김 등과 함께 먹으면 더욱 별미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들렀다는 양동규씨(49·금산읍)는
어죽을 왜 먹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짜장면이 당기고 라면이 당기는 날이 있듯 어죽이 먹고 싶은 날이 있는 거죠.
어렸을 때부터 먹어서인지 자주 먹어도 질리지가 않아요.
투박한 겉모습과 달리 편안하지만 깊은 맛이 나죠.
별다른 일 없이도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오랜 친구 같다고나 할까요.”
●금산지역 가볼 만한 인삼어죽 음식점
시탕뿌리매운탕 - 제원면 용화리 352 ☎ 041-751-1456
신흥어죽 - 금산읍 신대리 670 ☎ 041-753-5939
인삼어죽 - 제원면저곡리266-4 ☎ 041-753-5902
원골식당 - 제원면천내리254-1 ☎ 041-752-2638
용강식당 - 제원면 용화리 92 ☎ 041-752-7693
저곡식당 - 제원면 저곡리 262 ☎ 041-752-7350
출처 : 농민신문
금산=김재욱 기자, 사진= 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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