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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에세이】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할아버지 편지글’ 사연
― 대대손손 이어질 정신적인 ‘가정 교육자료’
― 근면과 성실, 지극한 자식 사랑으로 고생스러운 삶을 극복하신 ‘어머니의 역사’ 기록
― 부모님의 고생스러운 삶이 바탕이 되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복을 넘치게 누리고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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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에세이】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할..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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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에세이】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할아버지 편지글’ 사연
― 대대손손 이어질 정신적인 ‘가정 교육자료’
― 근면과 성실, 지극한 자식 사랑으로 고생스러운 삶을 극복하신 ‘어머니의 역사’ 기록
― 부모님의 고생스러운 삶이 바탕이 되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복을 넘치게 누리고 사는 것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필자의 말 “내게도 소중한 ‘현대사 보물’이 있는데…” 조선일보에 연재됐던 저명인사들의 ‘현대사 보물’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느 가정에서나 ‘현대사 보물’이 될만한 ‘가치 있는 물건’이 어디 한둘이랴. 우리 가정에도 ‘보물’로 여기는 물건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 거실 벽에 걸린 ‘통나무 판 편지글’은 ‘가보’로 여길 만큼 특별한 사연이 담겼다.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특별전시관에 걸렸던 나의 편지글이다. 신문사에서는 전시가 끝나고 ‘편지글 주인공’인 내게 이 편지글 전시물을 정성껏 포장하여 보내주었다. ‘우리 집 가보 1호’로 여길 만큼 소중한 ‘통나무 판 편지글’. 그에 얽힌 사연을 소개한다. ♣ 2024년 11월 5일 필자 윤승원 |
【우리 집 보물】
거실 벽에 걸린 ‘통나무 판 편지글’
◆ 조선일보사에서 보내준 『아, 어머니 展』 특별전시관 전시물
윤승원
우리 집 거실 벽에는 통나무 판으로 견고하게 제작된 ‘보물’(가로 85cm, 세로 170cm)이 걸려있다. ‘가보 1호’라고 이름 붙였다.
조선일보가 2005년 광복 60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한 『아 어머니 전(展)』에 전시됐던 나의 편지글이다.
▲ <우리 집 보물>로 여기는 통나무 판 편지글 - 어머니에게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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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형 전시물이 보물처럼 내 집 거실에 걸리게 된 사연을 회고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조선일보사에서 공모한 ‘어머니에게 쓴 나의 편지글’은 눈물로 얼룩졌다.
【어머니에게 쓴 편지】 “엄니는 왜 안 주무셔요?” 윤승원 대전 대덕경찰서 설 명절에 경찰서 당직 근무를 하면서 어머니 생각이 몹시 났습니다. 오늘따라 시계를 깜박하고 나왔거든요. 당직 근무 중 시계가 없어 겪는 불편은 순찰할 때입니다. 순찰함에 시각을 적어야 하니까요. 문득 가슴이 아려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야말로 ‘시계 없는 세월’을 사셨지요. 자식 5형제 모두 20여 리가 넘는 머나먼 학교에 다녔으니, ‘새벽밥 전문가’이셨어요. 집안에 시계가 없었던 그 시절, 어머니는 새벽 시간을 육감으로 짐작하여 밥을 지으셨습니다. 그렇게 어림 시간으로 지어 주신 밥을 먹고 학교에 다녔어도 자식들은 지각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잔뜩 흐릴 때는 시간을 전혀 짐작하기 어려웠던 어머니는 한밤중에 수십 번도 더 일어나셨지요. 일어나 바깥 내다보기를 반복하셨지요. 그러니, 어느 하룬들 편한 잠을 주무셨을까요. 낮에는 고단한 농사일 하시고, 새벽에는 자식 통학 길 늦을세라 밤을 하얗게 밝히신 어머니. 어쩌다 제가 잠에서 깨어 “엄니, 엄니는 왜 안 주무셔요?” 하면 어머니께서는 “시간이 어찌 돼 가는지 몰라서 그런다.” 하셨습니다. 어머니! 그 시절 어머니 머리맡에 사발시계 하나만 있었더라면, 얼마나 행복해하셨을까요. 이 자식은 그저 가슴이 아려 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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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에 경찰서 숙직근무를 하면서 저 세상 어머니가 문득 그리워 써 본 편지글인데, 광복 60년 뜻깊은 전시장에 이렇게 큰 전시물로 제작되어 게시되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 <어머니에게 쓴 나의 편지글>이 전시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 수많은 관람객들이 따뜻한 눈길로 나의 편지글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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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연합뉴스(영자판) 2005/05/20 Exhibition honors Korean mothers in post-war years By Kim Joo-young SEOUL, May 20 (Yonhap) -- When Yoon Seung-won, a middle-aged policeman in Daejeon, forgot to bring his watch to his workplace earlier this year, the first thing that popped unto his mind was not his work schedule, but his mother. His mother, who passed away nearly 20 years ago, used to rise at dawn to prepare breakfast and pack lunches for her five sons before school, when there was no clock or watch at their rural farming house. "When the weather was bad, she used to get up four or five times in the night, just to make sure that she had not missed the time (to make breakfast)," the 51-year-old policeman says. "A simple watch could have relieved her from such inconvenience. When I think of my mother, I can still vividly recall the way she used to wake up all night and look outside repeatedly." Yoon is one of many South Koreans, including celebrities, who recalled such memories about their mothers and wrote their stories in the from of letters to the exhibition, named "Ah! Omony (Oh! Mother)," held in War Memorial of Korea in Seoul. The exhibition, held by the local daily Chosun Ilbo until Aug. 31, displays hundreds of such letters and mementos that South Koreans contributed to the newspaper for the exhibition, as well as pictures and old goods that the newspaper collected for the event. "We wanted to show what Korean mothers mean to people nowadays," said Choi Jong-tae, a director at the daily who is in charge of the event. "Many of the visitors said they enjoyed seeing the pictures, letters and other things that their mothers used in the past." Like Choi said, the exhibition is filled with items that evoke old-world images of Korean mothers -- from the sweaters they wove to old sewing baskets. Flower-laced cushions that mothers gave their daughters as a form of dowry are displayed along with white "beoseon," or traditional lined socks, with red-colored tassels. Old brassware and chopsticks with black wooden lunch boxes are showcased at the exhibition. As are red woollen skirts used in "hanbok," Korean traditional clothes, and accompanying yellow jackets. Scores of monochrome pictures on the wall show Korean mothers standing side-by-side with their husbands and children. A youthful-looking mother with clean-combed hair is pictured clutching her baby daughter tightly to her body, while another middle-aged mother is seen with her husband and a boy and a girl on a trip to a mountain. Some of the young mothers are also pictured feeding their babies during wartime, while others are busy selling noodles on side streets to support their families. "Korean mothers are often forgotten from our history books, but they really stood behind our families," Choi said. "The exhibition will give you a chance to look into that side." The event also recreates large slate-roofed houses near its entrance to give visitors a chance to peer into Korea's poor neighborhoods back in the 1950-70 period, when the country was still in the early stages of industrialization. Some of the grey buildings, reflecting small family stores at that time, display the types of cookies and cigarettes sold, while others mirror old-style Korean barber shops. Visitors can walk up the cumbersome stairs of the mock houses to get a first-hand look at the slate-roofed family homes, some of which have veneered walls with burned-down briquettes stacked up alongside their walls. If visitors peek into the small windows of one of the houses, they can see a Korean mother doing her housework in a small, stuffy room with traditional Korean music playing loudly. "The place gives me back memories of what it was like during my childhood," said visitor Hwang Jung-yoon, a 52-year-old housewife in Seoul, looking into one of the houses. "All the scribbling and movie posters on the walls look exactly the same as my neighborhood during my childhood." The exhibition also leads visitors to look at cartoonists' animated paintings and writings about mothers. In some of their paintings, mothers are seen busily sewing clothes well into the night while most of their family sleeps. In other cartoons, mothers are depicted as constellations in the night sky, hugging their young children on the hillside. South Korean doll-makers Lee Seung-eun and Huh Hun-sun also staged over 50 of their works about mothers in a special section in the exhibition, which shows the women washing their kids and other scenes from daily life. Yoon, who contributed a letter recounting his own experiences to the event, said such stories reflect how much mothers meant for most Korean families, including his own. "(Like most mothers) mine showed a very strong love and kindness toward me and my siblings," Yoon said. "Recording this through such writings and the keepsakes that our late mothers left for us may be the only way for us to show our children what our mothers' love meant to us back then." (END) ==================== [번역] 한국의 문화 어제와 오늘 - 아, 어머니 展 [서울, 연합뉴스 = 김주영 기자] 대전에서 근무하는 중년의 경찰관인 윤승원 씨는 출근할 때 시계를 놔두고 나왔다. 그때 그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시계가 없어서 겪는 일정의 어려움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였다. 그의 어머니는(이미 20년 전에 돌아가셨다.) 5명의 자식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쌀을 씻고 밥을 지으셨다. 그런데 그때에는 그들의 집에 시계가 없었다. 그 중년 경찰관의 말에 의하면 그의 어머니는 날씨가 나쁠 때는 제시간에 도시락을 싸주기 위해 새벽 4, 5시에 일어나시곤 하셨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작은 시계 하나만 있었더라도 어머니가 훨씬 편하셨을 텐데.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어머니가 새벽에 깨셔서 어두운 바깥을 계속 바라보시던 그 모습이 너무도 생생합니다.” 윤승원 씨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아, 어머니’전에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회고한 글을 쓴 사람들 중 한 명이다.(중략) 그 전시회는 또한 방문객들이 삽화가들의 그림들과 글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그들의 그림과 글 속에는 어머니들이 가족들이 잠을 자는 사이에 바쁜 손으로 바느질을 하는 모습도 있다. 그리고 언덕에서 아이를 껴안고 있는 별자리 모양으로 어머니를 묘사한 그림도 있다.(중략) 그 행사에 자신의 경험을 자세히 서술한 편지를 보낸 윤 씨는 그러한 이야기들이 자신의 가족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한국 가족들에 있어 어머니들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처럼) 저의 어머니도 나와 형제자매들에게 위대한 사랑을 보여 주셨습니다.”라고 그가 말했다. 어머니들이 우리에게 남긴 유품과 이러한 글은 어머니의 사랑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 지를 우리의 자녀들에게 다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연합뉴스 영자판] |
▲ 나의 편지글을 소개한 조선일보 <만물상>(위)과 연합뉴스 <영자판> 기사(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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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막을 내리고 이 소중한 편지글이 집안에 돌아왔다. 조선일보사에서는 전시가 끝나자 필자에게 연락해왔다.
“편지 액자를 포장해 댁으로 보내드리고 싶은데 크기가 워낙 커서 택배로는 배송이 힘들 것 같다”는 것이다.
▲ 전시가 끝나고 조선일보사에서 보내준 편지 - 전시됐던 통나무 판 편지글을 포장하여 필자에게 보내주겠다는 따뜻하고 자상한 안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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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처남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허리도 불편한 처남이 직접 액자를 등에 지고 열차를 타고 와 대전 우리 집까지 갖다 줬다.
그런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액자 편지글이기에 지금도 우리 집에선 보물처럼 거실벽에 걸려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기념 ‘나와 조선일보’ 사연 공모전에서 ‘어머니에게 쓴 나의 편지글 사연’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상품으로 부부동반 ‘뉴칼레도니아 왕복 항공권’을 받았다. 하지만 아내는 의경 전역한 아들에게 양보했다.
고생스럽게 군 복무한 아들과 30여 년 넘게 치안 일선에서 경찰관 생활하면서 해외여행은커녕 국내 여행 한번 제대로 다니지 못했으니 부자(父子)가 함께 다녀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어머니 액자 사진’을 비단 보자기에 곱게 싸 주었다. “어머니에게 쓴 편지 덕분에 상을 받은 것이니 어머니를 모시고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우리 부자(父子)는 어머니를 모시고 생전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했다. 어머니도 비행기는 처음 타 보신다고 말씀하시는 듯했다.
어머니는 자식 손자와 함께 해외 여행하시면서 호텔 방 탁자 위에서 환하게 웃고 계셨다. (사진 참조)
▲ ‘천국의 섬’으로 불리는 뉴칼레도니아 5성급 호텔 방에 모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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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글 :
조선일보 에세이
『천국의 어머니와 못난 아들의 첫 해외여행』 (2010.9.23.)
바로보기 :
[ESSAY] 천국의 어머니와 못난 아들의 첫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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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조선일보> 사연 공모 최우수작으로 뽑힌 조선일보 기사. 상품으로 받은 뉴칼레도니아 왕복 항공권으로 다녀온 필자의 <해외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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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에서 보내준 상품 - 금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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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연이 대대손손 이어질 ‘가정 교육자료’라고 생각한다. 근면과 성실, 그리고 지극한 자식 사랑으로 고생스러운 삶을 극복하신 ‘할머니의 역사’이다.
나의 부모님 생애 한 단면이 담긴 ‘가보’일 뿐만 아니라 ‘현대사 보물’로서 가문의 정신적 토양이 될 것으로 믿는다. 조선일보에서 보내준 통나무 판 편지글은 변색도 잘되지 않는다.
명절에 손자가 오면 벽에 걸린 편지글을 유심히 본다. 옛 어르신들의 고생스러운 삶이 바탕이 되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복을 넘치게 누리고 사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편지글’에 담긴 숨은 사연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를 느낀다. 후손들이 한 가정과 국가의 존립 역사를 진지하게 배우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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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전수필문학회 단톡방 - 박영진 수필가 댓글 소감
이덕용 목사님 소감
조선일보 윤승원 에세이 <천국의 어머니와 첫 해외여행> 독자 100자평
역사학자 정구복 교수님 댓글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