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을
수주한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 전 정부로부터 받은 선금 1조3000억 원 중 하청
업체에 지급해야 할 6700억 원을 불법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엽합(경실련)과 민주노총은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지급한 4대강 사업 선금 1조3000억 원 중 1조1000억 원은 하청업체와 건설노동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이 중 6700억 원을 대형 건설사들이 불법적으로 유용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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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구 |
경실련이 공개한 국토해양부의 '4대강 선급금(선금) 지급내역'을 보면, 정부는 지난해 4대강 사업 예산 3조6000억 원 중 36%에 해당하는 1조3000억 원을 원청
대기업에 선금 형식으로 지급했다.
선급금이란 미리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사업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을 때 지급하는 국고 금액으로, 국고금관리법 제35조엔 '노임 지급 및 자재 확보에 우선 사용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선금을 지급받기 위해 원청 대기업은
발주처에 '선금 사용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때 선금을 계획서대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선금 잔액과 약정 이자를 반납한다는 내용의 각서도 함께 제출한다.
선금 81.5% 하청업체·노동자 몫인 데도…결국 건설재벌 '호주머니'로 경실련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4대강 사업 81개 공구의 '선금 사용 계획서'에 따르면, 정부가 원청 대기업에 지급한 선금 중 94%가 노무비·재료비·경비 등 '직접공사비'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실제 공사를 수행하는 하청업체와 건설노동자의 몫 역시 81.5%에 달했다.
원청 대기업들이 4대강 사업 선금 수령을 위해 정부에 제출한 '선금 사용 각서'에도 "선급금을 노임,
장비비, 자재비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겠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잔액과 이자를 지체없이 반환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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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
그러나 정부가 지급한 4대강 사업 선금 대부분은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은 대형 건설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이 각
지역 국토관리청과 한국수자원공사, 지자체 등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4대강 59개 공구의 '선금 지급 실적'을 분석한 결과, 원청 대기업은 약정한 선금의 37%만 하청업체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4대강 사업 158개 전체 공구에 적용해 환산하면, 원청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지급해야할 선금 1조1000억 원 가운데 실제 하청업체에게 지급한 금액은 전체의 37%인 43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하청업체에게 돌아가아야할 선금 6700억 원이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도 않는 재벌 건설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6조엔 원청기업이 선금을 수령한 뒤 15일 이내에 선금의 사용 계획대로 하청업체에 선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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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대강 사업 선금을 통해 건설재벌들을 배불리는 정부를 비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이에 대해 경실련 김성달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4대강 사업의 발주처인 정부가 국민 혈세로 지급한 선금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결과, 이런 불법 유용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설
노조 박대규 건설기계분과지부장은 "대형 건설사는 공사에 손도
대지 않고 수천억 원 대의 선금을 미리 지급받지만, 건설노동자들은 비일비재한
임금 체불에 땀 흘려 일한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국민 혈세 관리에 '눈 뜬 장님' 행세만 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지부장은 "4대강
공사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나 장비노동자에게 선금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돈"이라며 "4대강 사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애초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토건재벌만 배불리는 선금 지급을 중단하고, 직접시공제·직접지급제와 같은 건설노동자 착취 근절 대책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실련과 민주노총은 4대강 사업을 수주한 원청 대기업들이 선금을 유용해 하도급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