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키아의 종교
페니키아인들의 종교는 후세인 특히 현대인들에게 그들의 이미지를 남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유아 인신공양이 그러한데, 이 글의 시작을 그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이기에 뒷부분에 다루기로 하겠다. 긴 페니키아의 역사에서 그들의 종교생활 역시 변화가 있었지만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변하는 격변기를 제외하면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페니키아의 종교는 다른 나라처럼 다신교였다. 신들은 모든 도시에서 숭배되었지만 도시마다 주신은 달랐다.
티레는 히람 왕 시대에 메르카르트가 도시의 주신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깨달음이라는 뜻을 가진 이 신을 모시는 축제는 전 시민적 행사가 되었고, 국왕의 권력을 지켜주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남신 메르카르트의 짝이 되는 여신은 아쉬다르테 였다.
시돈의 주신은 티레와는 달리 여신 아쉬다르테와 미소년으로 묘사되는 남신 에쉬문 이었다. 두 신의 이름은 우가리트의 문서에서도 등장하는데, 약 기원전 2천년 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기원전 14세기에 작성된 이집트의 의학서에서도 주문 형태로 나온다고 한다. 비블로스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발라트 여신이 주신이었고, 남신은 바알이었다. 이 중에 주목할 만한 존재는 《구약성서》에서 저주의 대상으로 많이 등장하는 바알이다. 바알의 어원은 ‘주인’이라고 한다.
바알은 우가리트가 발굴되어 신상과 문서들이 햇빛을 보기 전 까지는 《구약성서》에서 야훼 유일신앙의 적으로서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신이었다. 바알은 가나안-페니키아 다신교의 최고신 엘 EL과 그의 아내인 아세라트 Ash
erat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엘은 카시우스 Cassius 산에서 70명의 신들이 모이는 총회를 주관하고 풍년 때만 모습을 나타내는 정도의 역할만 할 뿐 이었다. 이에 비해 바알은 구름과 비를 움직여 가나안의 풍요로움과 생명력을 주관하는 신이었다. 이렇게 ‘풍요’를 관장한다는 역할 때문에 아주 인기가 있는 신이 되었다.
바알의 악명은 신전 창녀 때문에 더 높아졌다. 바알 신전의 신전 창녀들과의 성교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고 신과 인간의 합일을 추구하는 종교의식 이었는데, 이 때문에 《구약성서》의 예언자들에게 극렬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그 만큼 이스라엘인들에게 바알은 매력적인 신이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바알은 페니키아-가나안 인들에게 거의 주신의 지위로까지 격상되었다. 참고로 페니키아-카르타고 세계의 인물 중 가장 유명한 한니발의 원래 뜻은 ‘바알의 은총’이다. 한니발의 동생 하스드루발의 페니키아 발음은 아즈루발 Azuruba-al인데 바알신의 도움이라는 의미이다. 참고로 하스드루발은 라틴식 발음이다.
페니키아의 종교를 악명 높게 만든 이유는 신전 창녀보다도 인신 공양 그것도 친자식, 그것도 유아를 불살라 바치는 의식 때문이었다. 이 끔찍한 의식은 《구약성서》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데 이것의 진위여부, 그리고 있었다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행해졌는지, 또한 심각한 국난이나 자연재해 등 특수한 경우에만 행했던 의식이었는지의 여부는 계속 역사가들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