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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에/시에문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양문규
체 게바라 Che Guevara 切 格瓦拉
‘쏴라. 겁쟁이야(Shoot, coward!), 방아쇠를 당겨라.’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 - 1967년)는 형형한 눈빛으로 사형집행인에게 소리쳤다. 그가 부상당한 채 포로로 잡히자 미국 CIA의 지원을 받던 볼리비아의 대통령 바리엔토스가 사형을 명령한 직후의 일이다. 이렇게 하여 1967년 10월 9일 오후 1시 10분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는 9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이 소식을 접한 쿠바의 카스트로는 애도의 음성으로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의 라이게라(La Higuera)에서 전투 중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페루와 볼리비아의 원주민들은 극도의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생활을 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의대를 다니면서 의사의 길을 걷던 그는 1951년 친구 그라나도와 함께 남아메리카의 여러 국가를 모터싸이클로 여행했다. 여기서 그는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아무리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더라도 결코 가난과 압제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며, 그 원인이 미국을 포함한 서구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있다고 생각했다.
평생을 천식으로 고생한 체 게바라의 운명은 1955년 멕시코시티에서 동지 라울 카스트로와 그의 형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면서 바뀌었다. 밤새 토론을 하던 끝에 그는 쿠바 혁명에 가담하기로 했다. 마침내 1956년 11월 25일, 멕시코를 출발한 작은 배 그란마(Granma)에 탄 82명의 병사는 쿠바에 상륙했다. 하지만 정부군의 공격을 받은 직후 그는 의사의 배낭을 던지고 총을 들고 전투원으로 싸웠으며 단 12명만이 살아남아서 쿠바혁명을 성공시킨다. 유명한 산타 클라라(Santa Clara) 전투에서 보듯이 그는 성실하면서 전투적인 병사이자 사령관이었고, 많은 독서를 하면서 사유를 하던 명상가였으며, 열정적으로 목적을 완수하는 혁명가였다.
쿠바혁명을 성공시킨 후 카스트로 다음의 2인자가 되어 토지무상분배 등의 사회개혁을 주도했으며 국립은행 총재와 산업부장관으로 일했다. 동시에 그는 ‘돼지나 늑대들과 같은 부르주아’와는 다른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새로운 인간형(new man and new woman)을 꿈꾸었으며 이상적인 사회주의 공동체를 열망했다. 1962년 쿠바 핵미사일 배치 실패 이후, 체 게바라는 소련을 수정주의라고 격렬하게 비난했고 1964년 뉴욕의 유엔 회의장에서 미국을 양키독점 자본주의와 수탈의 제국주의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1966년 4월, "쿠바에서는 모든 일이 끝났다"라고 선언하고 홀연히 쿠바를 떠난 그는 콩고와 볼리비아 혁명을 시도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그의 사상은 세계혁명(world revolution)으로 함축된다. 그러니까 한 국가나 한 지역 또는 한 민족의 혁명보다 중요한 것은 지구 전체의 불평등과 착취의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다. 특히 세계 대다수의 민중과 인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전복시키는 것과 서구유럽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종속과 매판 정권을 척결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그는 레닌이나 마오쩌둥과 달리 프롤레타리아 계급혁명보다 비정규 게릴라전을 위주로 했다. 20세기 반항과 저항의 상징인 그의 이러한 혁명장정은 스페인 통치하의 남아메리카 해방에 기여한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 1783 - 1830)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끝나는 날까지 투쟁하겠다’, ‘잠에서 깨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자.’라고 선언한 체 게바라는 문학, 음악, 미술, 영화를 비롯한 여러 형태로 재현되고 있으며 문화현상인 컬트(cult)로 자주 등장한다. 아울러 그는 긴 머리를 한 그리스도와 유사한 성자(聖者)로 묘사되기도 한다. 동시에 그는 냉혹한 사형집행인, 낭만적 혁명가, 교조적 공산주의자, 폭력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테러리스트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여러 면에서 그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사적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으며 멕시코의 사파티스타(Zapatista) 저항운동과 반제반미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고 세계혁명의 전형으로 간주된다. 한마디로 체 게바라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개념이자 사상이고 혁명이자 역사다. - 끝 -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 충북대교수 김승환) 목요학습 215 Thursday Study 星期四学习 2011년 12월 15일(목) *참고나 인용을 했을 경우에는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표절은 범죄입니다. *참고문헌 *참조 <공산주의적 인간형>, <계급의식>, <유물론>, <하얀가면>, <계급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