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성탄에,
찬란했던 가을 끝에 짧아지는 햇살과 옷깃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이 계절의 바뀜을 알려줍니다. 쉽게 소식을 나누는 세상에 살지만, 한해를 정리하던 일을 거듭하면서 친구들의 체온을 느껴보려 합니다.
작년 말 오미크론의 절정기에 태어난 세째 손자 Owen이 다음 주에는 한 살, 돌을 맞습니다. 아침에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와 엄마는 같은 날 오후에 집으로 퇴원했습니다. 아들 네단도 직장에서 산후휴가를 받았고, 3개월 동안 그 집에는 아무도 들고 나는 일이 없는 방역속에
세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팬데밐 동안 curbside pickup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우리는 꽁꽁싼 아기를 눈 덮인 보도 위에서
안아보는 curbside visit을 하며 지냈습니다.
작은 아기의 출현으로 또 달라진 일은 먼저 살던 집이 비좁게 느껴졌던 점입니다. 어린 아이들 셋을 데리고 급하게 이뤄진 이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맹활약이 필요했습니다. 5월과 6월, 우리는 며느리의 진두지휘 하에 열심히 집을 정리하고 짐을 싸고 푸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모든 수고는 한 친구가 무심코 던진 ‘식구가 많아서 종겠어요’라는 한마디로 다 잊혀졌던 행사였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시어머님이 백세를 맞으셨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아직도 재봉틀 일을 즐겨하셔 증손자들 티-셔쓰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4대가 모여서 백세 증조할머니께서 만드신 옷들을 아이들에게 입혀 사진을 찍었던 일이 생신의 클라이막스 였습니다. 또 여름에 있었던 일은, 95세 되신 친정어머니께서 얼굴에 생긴 종량을 떼어내는 수술이었습니다. 먼 파킹장에서 수술실까지 굳굳이 걸어가시고, 수술 몇 주 후엔 완전 회복을 하셨습니다. 모두Super senior들이십니다.
가족들 돌보는 일로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매일 나가 들여다 볼 수 있는 뒷 뜰의 밭은 좋은 안식처입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마늘, 갓, 박 넝쿨을 심어 아삭한 마늘쫑의 맛도보고, 초겨울 눈을 헤집고 갓을 뽑아 김치도 담았고, 조롱박 두개도 추수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적을 두고
있는 미술대학에서 꾸준히 그림도 그리고 젊은이들과 학업을 이어가는 일로, 바꿀 수 없는 생활과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생활의 균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예방주사 몇 번 맞으니 지나가 버린 듯한 한 해를 그려보았습니다. 친지들 모두에게 더 큰 건강의 축복이 같이하시기 기원합니다.
김훈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