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緖) 예사랑 신동환 2016년 11월 19(토) 새벽 4시를 알리는 스마트 폰 종소리에 눈을 떴다. 한 시간가냥 얼마 전 받은 수필집 [꽃문이 열릴 때 까지]를 읽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운동복을 갈아입고 남산 초등학교 운동장을 다섯 바퀴를 돌며 몸과 마음을 데웠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선배에게 드릴 더덕을 준비하려 텃밭에 가서 10년 이상 자란 더덕 한 뿌리를 고이 캐고 산삼 다루듯 잘 포장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9시에는 매주 하는 일이 있는데 나 어린 두 제자들에게 한자(漢子) 한 글자를 가르쳐 주고 선배 댁으로 가서 고이 준비한 더덕을 드리고 선배가 재배한 단감 한 박스를 구입하였다. 선배는 준비한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대봉감 한 박스를 덤으로 선물로 주었다. 선배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의령조청한과에 들려 조청 두 병과 한과를 구입하고 거제도에 있는 둘 째 형님 댁으로 향하였다. 한 시간 반 가량 자동차를 운전하여 거제도 장승포에 있는 형님 댁에 도착하였다. 준비한 선물들을 내려놓고 형수가 차려 놓은 식탁을 대하기전 형수의 어머니 안사돈어른께 큰절을 올리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맛깔스럽게 준비 된 식탁 앞에서 감사기도를 올린 후 식사를 했다. 형수는 내일 추수감사절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며 자리를 떴서 사돈어른과 식사를 하였다. 식사 중 형님의 전화가 걸려 왔다. 거제도에서 개최되는 경상남도 취업박람회에 참석하고 30분 내에 도착한다는 내용이었다. 점심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 하였다. 점심을 먹으며 사돈어른과 말씀을 나누었다. 10년 전에 먼저 돌아가신 바깥사돈어른 이야기며 작은 형님이 결혼 할 당시의 이야기, 결혼 시절 형수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바깥사돈 이야기에서는 참으로 착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로 꽃을 피웠고, 형님에 대한 이야기는 키가 작아 첫눈에 들지 않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마음에 들고 좋은 사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의 혼담 이야기도 모두 알고 있었다. 아무리 주위에서 반대하여도 당사자들이 좋아하고 잘 살면 된다며 17년 동안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나에게 더욱 소망 가운데 잘 살라 하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작은 형님과 나는 여덟 살 터울이 있다. 형님은 부산대학교 조선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로 이십 년 이상 거제도 대우조선해양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얼마 전 회사를 그만 두었다고 며칠 전 전화로 알려 왔다. 입사 당시 영어를 제일 잘하는 신임사원이었다. 조선업계에 아는 분 한 명 없이도 형님의 대기업에서 잘 견뎌 외국에도 몇 번이나 다녀온 유능한 인재였다. 두 시가 넘어 형님은 도착하였는데 면접을 본다고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다 했다. 형님은 밥 대신에 내가 가져간 망개떡을 맛있다며 먹었다. 단감을 먹고 참 잘 익은 단감이라며 고마워 하였다. 특별히 형님을 위해 의령에서 최상품으로 준비하였고 안사돈어른을 위해 조청과 한과를 준비하였다 했다. 회사를 그 만 둔 형님은 인생에서 제2모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요즘 건강을 위해 매일 산책하는 장승포 주변 멋진 장미공원 둘레 길로 나를 안내 해 주었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에 형님과 멋진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산책을 하면서 모처럼 형님과 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참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형님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모든 젊음을 보냈다. 그 동안 형님은 부모님을 제일 잘 모신 효자로 집안에서 부러움을 샀다. 언제나 부모님께 제일 좋은 선물로 당신들의 생신을 챙겼고 또 행복한 여행도 함께 하였다. 나에게는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었고 내가 힘들 때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 형님이었다. 실직한 형님에게 조금이라 위로의 말씀을 해 주고 싶어 거제도를 찾았는데 형님은 형님대로 또 다른 인생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긴 인생을 살다보면 어려움에 봉착하는 때가 있다. 그 때 그 어려운 문제를 해결 하려면 그 문제의 실마리를 지혜롭게 잘 찾으면 술술 잘 풀린다. 형님은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형님은 그 힘든 시간을 승화시켜 보다 감사 넘치고 행복한 길로 안내 할 실마리를 잘 찾으리라 믿음 의심치 않는다. 3시간가량 산책길에서 돌아와 보니 안사돈어른이 거실에서 털실로 수세미를 뜨고 있었다. 팔순을 삼년 전에 넘기시고 인생의 황혼을 막내딸과 사위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시고 계신다. 하루라도 빈 틈 없이 털실로 뜨개질로 수세미를 짜며 여과를 보내고 살림에 보탬이 되려는 행동을 하고 계셨다. 주름진 손에 긴 바늘을 돌리시며 한 땀 한 땀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귀해 보였다. 감히 일하시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손수 만드신 수세미 세 개를 나에게 선물로 주셨다. 감동이었다. 행복이었다. 기쁨이었다. 여든을 넘긴 인생의 대선배에게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수세미를 선물로 받아서 감동이었다. 언제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하고 생각 해 보았다. 정성과 사랑이 담긴 수세미를 만져 보았다. 부드러운 털실의 촉감이 참으로 좋았다. 따스한 양털과 진배없이 포근한 수세미였다. 순간 행복이 물밀듯 몰려왔다. 안사돈으로 부터 나와 같이 소중한 선물을 받아 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요즘 결혼식에서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뵙고 부음 소식에 장례식장에서 영정으로 마지막 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가? 소파에 앉아 조용히 뜨개질 하시는 모습이 형님에게 실마리를 잘 찾아 더 멋진 제2모작을 잘 지어보라는 듯 침묵의 가르침으로 다가 왔다. 형님이 실직이라는 문제에 대해 해결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잘 잡아 더 멋진 인생을 살아 갈 것을 생각하니 절로 기쁨이 몰려 왔다. 새로운 일로 행복해 할 형님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속 깊이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 맺혔다. 저녁 식사를 하고 아무 걱정 없이 내일 있을 추수감사절 날에 그 분께 감사 찬양을 드리기 위해 성가대 찬양연습에 푹 빠져 있는 형님 내외분의 감사 넘치는 모습을 보고 절로 기분이 좋아 졌고 형님 앞날에 더 좋은 것으로 예비 해 주신 그 분께 무한한 감사의 찬양을 돌렸다. 부디 형님이 서(緖 : 실마리 서)를 잘 찾아 안사돈보다 더 멋진 작품을 잘 만들어 보길 옆에서 두 손 보아 감사의 기도를 그 분께 올려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