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유영철·강호순…그들이 범행에 앞서 벌인 일 [한승곤의 사건수첩]
최종수정 2020.12.07 10:30 기사입력 2020.12.07 10:22
조두순, 반려견 지속해서 학대
강호순, 자신이 운영하는 도축장서 잔혹하게 개 죽여
유영철 이영학 역시 동물 학대
전문가 "조두순 잔혹 행위 통해 자기 감정 표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사진은 2017년 경북 청송교도소 폐쇄회로(CC)TV 장면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출소하는 가운데 과거 그의 잔혹한 동물 학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두순 뿐만 아니라 연쇄살인마 강호순, 유영철, 친구의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 역시 동물을 끔찍하게 학대했다. 강호순은 자신이 운영하는 도축장에서 잔인하게 개를 죽였고 유영철은 장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영학은 망치를 이용해 개를 죽였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들의 공통점은 범행에 앞서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하거나 괴롭혔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위가 그대로 자신의 범죄로 이어졌다는 견해도 있다. 전문가는 조두순의 경우 이런 행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다고 분석했다.
5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따르면 조두순은 "술에 취해 들어와서 강아지를 집어 던져 죽인 적이 2번 있었다"라고 밝히면서 심지어 "그중 한 마리의 눈을 빗자루 몽둥이로 찔러 죽였다"면서 "그 일도 술에 취해 들어와서 강아지를 병에 집어 던져 죽인 적이 2번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그중 한 마리의 눈을 빗자루 몽둥이로 찔러 죽였다"고 설명했다. 조두순은 당시 반려견 5마리를 키우며 동물 학대를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두순의 담당 프로파일러였던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조두순의 이 같은 행동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권 교수는 "연쇄살인마 강호순과 유영철도 첫 범행 직전 개를 상대로 살인 연습을 했다"라며 "조두순은 잔혹 행위를 통해 자기감정을 표출하는 심각한 심리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를 오랜 기간 상담한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조두순의 동물 학대 행위가 12년 전 성폭행 범죄와 많이 닮았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조두순이 당시 사건 현장의) 혈흔을 없애기 위해 찬물을 틀어놓고 (피해 아동을 놔두고) 그냥 나갔다.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피해 아동이) 혼자 오래 남아있었으면 쇼크사할 뻔한 것이다. (조두순이) 강아지 눈 찔러 죽인 것과 다른 게 뭐가 있냐? 공격성이 조절되지 않고 굉장히 비정상적으로 강하다는 것은 똑같다"라고 지적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사진=연합뉴스
전문가의 지적과 같이 잔혹한 동물 학대는 강호순 유영철 등 다른 범죄자 역시 저질렀다. 강호순은 2006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부녀자 8명을 살해하고 장모와 부인까지 살해했다.
범행에 앞서 자신이 운영하는 도축장에서 개를 잔인하게 죽이기도 했다. 그는 "개를 많이 잡다 보니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느끼게 됐고 살인 욕구를 자제할 수는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강호순이 가지고 있던 축사는 일종의 '범행 연습장'이 었던 셈이다.
강호순의 지인은 "(그가) 개를 많이 잡았다"면서 "매달아서 옛날 재래식으로 개를 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농장으로 갖고온 개를 겨울에 얼리고 굶겨서 50마리를 다 죽였다"고 했다.
유영철.사진=연합뉴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노인과 여성 등 21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유영철도 첫 범행 직전에 개를 상대로 살인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을 통해 범행에 쓸 도구를 정했다고 진술했다.
김상균 백석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JTBC '살인마, 동물학대의 추억' 방송에서 "유영철의 행동을 보면 개구리를 자기가 칼로 찢어서 내부 내장 등을 해부를 해봤다(고 말했다)"면서 일종의 '동물 장기 집착'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는 이에 대해 같은 방송에서 "유영철이 상당히 연쇄살인을 할 때도 피해자에 대해서 마치 동물을 죽이는 것처럼(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딸 친구를 무참히 살해한 이영학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2017년 10월 자신의 딸 친구를 유인하고 살해한 뒤 그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 역시 법정 진술에서 딸이 자신을 무서워하며 지시에 따른 것에 대해 "예전에 내가 화가 나서 개 6마리를 망치로 죽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쇄살인범들의 이런 공통된 특징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일종의 선행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렇다 보니 수사당국은 이런 상황을 관리해 이들이 더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도 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2016년부터 동물 학대를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주요 범죄로 간주하고 동물 관련 범죄의 통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FBI는 동물 학대에 대해서 '방치' '학대' '집단학대(투견 등)' '성적 학대' 등 4가지로 세분화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한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 학대를 저지른 사람은 인간에 대한 범행으로도 이어졌다. 보스턴 노스이스턴대학 연구 결과 동물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또 40%는 사람에 대한 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연구팀은 남성 범죄자의 30%, 아동성추행의 30%, 가정폭력의 36%, 살인범의 46%에서 동물학대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은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오는 12일 출소한다. 조두순은 출소 직전 위치추적 전자장치인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교도소 문밖을 나선다. 출소 후 7년간 이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지정된 전담 보호관찰관으로부터 24시간 1대1 밀착감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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