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안 마이클 = 연속 사진 = 시간의 사진
연속사진(sequence photo)이란 공간상으로는 카메라의 거리나 방향, 각도 등은 그대로 유지시킨 상태에서 카메라를 정지시켜 놓고 잠시 잠깐의 시간의 흐름대로 연속적으로 찍는 사진을 말하는데 이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낱장으로 분석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는 듀안 마이클의 이 기법을 그냥 연속사진이란 말로 정리하고 있지만 원래 '시퀀스'란 영화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영화에서 '씬(Scene)'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는 영화적 단위라면 시퀀스는 이야기의 단락에 따라 정해지는, 좀 더 큰 단위를 지칭한다. 즉 장소, 시간, 액션의의 연속성을 통해 하나의 에피소드가 시작되고 끝나는 독립된 구성단위를 시퀀스라 한다. 그런데 듀안 마이클의 연속사진을 우리는 '공간상으로는 카메라를 정지시켜 놓고 시간의 변화만 부여하고 찍은 사진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이러한 연속사진은 하나의 짧막한 이야기처럼 표현되는데 따라서 반드시 도입부와 마지막 결말은 맺어주어야 한다. 초기 연속사진은 5∼6장으로 구성되는 짧막한 내용을 담았는데 후기에는 26장 짜리의 연속사진도 촬영하였다.) 그렇다면 듀안 마이클의 사진은 시퀀스가 아니라 '씬(Scene Photo)사진'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듀안 마이클의 사진을 시퀀스 포토라고 일컫는 이유는 그의 연속사진이 하나의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일례로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이란 작품을 살펴보자. 지하철 역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머리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점점 더 환하게 밝아지더니 우주의 한 성운(星雲)이 된다. 이때 카메라는 제 위치를 지켰는지 몰라도(물론 그럴 수도 없는 일이겠지만), 배경은 같은 공간이 아니다. 즉, 듀안 마이클의 연속사진을 시퀀스 포토라고 말하는 까닭은 그의 사진이 공간이나 시간적 배경에 의해 제약당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에 의해 지배당하는 사진이란 뜻이 된다. 때로 그의 작품은 씬이라는 정의에 어울리는 것들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좀더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것은 이야기(Fiction 혹은 Episode)이다.
'듀안 마이클 = 연속사진가'라고 할 만큼 연속사진 분야에 대해서 듀안 마이클은 선구자이자 중심인물이다. 역시 그의 사진세계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시 여겨지는 부분이 바로 연속사진이라 할 수 있다. 기승전결이란 이야기의 흐름이 있고, 연속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연속 사진은 그런 의미에서 '시간의 사진'이기도 하다. 듀안 마이클은 새로운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이전에 관행처럼 여겨졌던 낱장사진에서 탈피하는 사진의 새로운 길을 펼쳐놓았다.
우연한 만남 (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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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우연한 만남>은 작품 자체의 의미도 의미겠지만 듀안 마이클이 집착하고 있는 또 하나의 화두 '우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내가 브로드웨이를 걷고 있을 때 그 남자가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나는 '내가 왜 저 사람을 알고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나는 한 블록을 지나서야 그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그는 나의 군대 동료였다. 내가 돌아봤지만, 그는 지나가 버렸다. 나는 모든 것을 이러한 관찰에 기초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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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찍는다는 것은 아무 것도 찍지 않는 것이다
"나의 경우 그것은 내면의 대화였지 외부의 대화가 아니였다. 문제는 나는 누구인가? 그것은 무엇때문에 끝없는 시야에서 이러한 진화론적 여정이 발생하며.. 왜 내가 스스로를 정의 내려야만 했기 때문에 그렇게 흥분해야만 하는가? 이다. 많은 사진가들은 그들이 찍는 사진뿐만 아니라 그들 삶과 감정까지 표면적인 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바라본다
사진가들은 항상 일관된 상황만 찍는다 그들을 결코 그 상황의 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안는다. 일단 당신은 그 상자를 연다면 그것은 상자속에 다른 상자가 들어있어 좀처럼 끝을 볼수 없는 중국의 마술상자 같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내용물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촬영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다고 생각한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는지... 나는 나무와 자동차와 사람들이 그 자체의 현실로 출현하는데 혼란을 가졌고 이러한 출현의 사진은 그것의 사진이어야 한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실패이다. 나는 거울안에 반영된 다른 반사물을 사진촬영으로 다시 반영하고 있었다. 진실을 찍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찍지 않는 것이다."
- 듀안 마이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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