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여럿이 떼(?)로 가는 캠핑을 참가하기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큰 맘먹고 캠프랜드의 땡벌과 캠핑가자에 나섰다.
더욱이 아내가 집안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가족캠핑은 불가능해 졌고,
6살짜리 막내와 단 둘만의 캠핑이 불가피해 진터라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항상 캠핑을 떠나기 전날의 약간의 설레임으로 잠을 설친 토요일 아침...
창밖으로 간간히 흩뿌리는 비가, 잠들어 있는 아들의 평화스러운 모습과 겹치며 또 잠깐의 갈등에 빠졌었다.
우중캠핑.... 이것도 좋은 추억이겠지 하며 서둘러 짐을 싣고 출발했다.
외곽순환도로와 임시 개통한 퇴계원에서 샛터삼거리까지의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시원스럽게 가평까지 2시간여 만에 도착.
강가를 끼고 한적한 도로를 한가롭게 달려 낯익은 연인산 이정표를 지나 어느 회원님이 알려주신데로 1.7km... 드디어 가평무지개서는 마을 야영장도착.

입구에서 안내받고 야영장에 들어서니 잘 가꾸어진 밤나무 숲속의 야영장이 환히 들어났다.
그리고, 카페에서 사진으론 낯익은 회원님 한분이 인사를 청하시는데 남한강님이겠거니 했는데... 역시...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캠핑 내내 묵묵히 많은 일을 하시는 남한강님의 모습을 보며 카페에서 글들을 보며 느꼈듯이 열정적인 분이라는 생각을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암튼, 이곳저곳 둘러보니 12시가 안된 시간인데도 이미 많은 분들이 와 계셨다. 금요일부터 오신분들도 계시겠지만 다들 부지런한 분들이란 생각을 한다. 캠핑 다니면 저절로 부지런해진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결국 나름대로는 제일 한적해 보이는 곳에다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우리 막내의 도움을 받으며 순식간에 사이트 구축...
단 둘의 캠핑이라 텐트는 안 치기로 마음먹었고, 차에서 잠 잘 요량으로 합판에다가 스폰지데고 레자원단으로 마무리한 것을 차 뒷 좌석을 펴고 까니 훌륭한 잠자리가 완성되고...
이번에 장만한 타프까지 차에 얹어서 치니 멋진 사이트가 완성되었다. 흐믓 ^.^

아들 녀석은 차에 만든 잠자리에 올라서더니 놀잇감으로 가져온 ‘젠가’를 풀어 놓더니 놀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적응력이 훨씬 빠르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몇 번 다니지 않은 캠핑이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아들을 보는 것이 기쁘다. 아빠를 닮아 유난히 낯가림이 심한편인데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점심은 간단히 난 짜파게티, 아들은 스파게티로 해결.
이번 캠핑에선 아내도 없고 해서 최대한 간편하게 준비하고, 여유롭게 아들과 시간을 갖자고 마음먹었다.
민생고를 해결하더니 곧바로 개울가로 가자고 한다.
양양 갈천 계곡에서 보낸 여름휴가의 여운이 아직도 녀석의 가슴에는 많이 남아 있나보다. 튜브와 물총을 안 챙겨온 아빠를 원망하며 개울가로 향했다.
조금은 황량해 보이기까지 하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물속에 뛰어들더니 첨벙거리며 잘 도 논다. 바지 적시지 않기로 한 약속은 간데없고...

개울가에서 올라와 젖은 옷 벗겨서 갈아입히고,
점심먹을 설거지 같이 하고...
젠가 하면서 놀아주다 보니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불피우고 저녁먹을 준비.
저녁이 되니 이곳저곳에서 분주해진다.
모닥불이 피어나고, 삼각대와 더치오븐 걸이들이 펴지고...
밤나무 숲의 밤은 육감적인 고기굽는 냄새와 향긋한 나무타는 냄새로 야릇한 분위기로 감싸안아 진다.
소심한 아빠와 아들은 아직 친구를 만들지 못했고, 조금은 외로움도 들지만 즐기기로 했다.
따끈한 오뎅탕 먹으면서...
때마침 아들의 심심함을 달래줄 이벤트가 열린다.
“아빠! 나 피노키오 알어.”
“거짓말하고, 나쁜 짓 하면 안돼는데...”
“한데 고래뱃속에 들어가서 말이야...”
아들은 잠시 자기가 아는 피노키오에 대해 수다를 떨다가는 곧 진지한 눈빛으로 가을밤의 야외 영화속으로 빠져든다.

영화가 끝나고 사이트로 돌아오자 녀석은 고맙게도 금방 잠들어 준다.
이젠 나 만의 시간... 커피한잔 내려 마시고...
낮부터 보아둔 옆 사이트에 계신 두 분께 용기 내어, 얼마 안되는 오뎅탕을 핑계삼아 말을 건넸다.
같이 드실래요~~~.
혼자 비박모드로 오신분과
(나중에 이야기를 하다보니 남한강님의 후배분이시라고 하신다)
우리 사이트 바로 옆에 대규모의 식구들을 대동하고서 조그만 콜맨 텐트 하나 치신 분과
(나중에 보니 대규모의 식구들은 민박모드로...^.^)
오뎅탕과 어울리지 않는 맥주를 마시며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장비이야기, 직장이야기, 아이들 교육이야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닉을 기억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이름이나 아이디 등을 잘 기억 못 합니다. 담에 뵈면 꼭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암튼 이렇게 '땡벌과 캠핑가자!' 첫 참가인 '가평 무지개서는 마을'에서의 밤이 지나갔다.
차에서 침낭에 핫팩 하나 넣고 잤는데, 제법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의외로 따스하게 잘 수 있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이렇게 간편모드로 다니는 것이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같이 오는 캠핑에선 난 타프 아래 야전침대 하나 깔고 비박모드로 하고...
아침이 되어 아들을 깨우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답해준다. 잘 잤다고...
숲속에서 맞는 아침은 가을초입의 푸른 하늘과 신선함으로 상쾌하다.
상쾌한 숲속의 아침을 느긋하게 즐기고,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었다.
이렇게 1박2일의 또 하나의 추억이 마무리 되어 갔다.
즐겁게 놀아주고, 잘 자준 아들이 고맙다.

p.s. 혹시 우리 여섯 살 아들과 잘 놀아줄 캠핑친구 만들어 주실 분 안계신가요?
닉 알려주시면, 기억해 뒀다가 담에 캠핑장에서 꼭 찾아뵙겠습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캠핑인데...
아들이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
첫댓글 배꼽이네요
수정했습니다. ^.^
그래도 저희 보단 훨씬 괜찮으셨네요..^^,,,,,저흰, 화로도 없고,,난로도 없고,,전기장판도 없고,,다들 가지고 계시는 타 프도 없고 , 세 식구가 파카입고,,영화상영후, 꼼짝달싹 못하고,,옹기종기 모여 일찍 잠을 청했는데..애 덮어 주느라고,,저는 얼어 죽는줄 알았습니다. 도대체 무슨생각으로 그렇게 무대뽀로 갔는지요,,,,우리 신랑도 좀 소심해서,,친구도 없고,,그래서 우리애도 친구가 없어요,,5살,,,,담에 꼭 뵈요...우리 애 형만들어주고 싶어요..저도,,입 좀 떼고 시포요~~~
해피데이님. 꼭 기억해 뒀다가 캠핑장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왠지 마음이 싸~합니다/인상 좋으셨던 분~제 처음은 아무것도 안가지고 가서 침대 침낭 얻어 잤던 생각이 납니다~그날보다 10배는 추웠던 날입니다~신병 군기들어 그 힘으로 잤지요~더 섬세했어야 했는데~후배에게도 미안하고~주신 맥주 한잔 고마웠습니다~다음에 같이 한번 더 캠핑을 희망합니다~
당연히 캠핑장에서 또 뵐날이 있겠지요. *.*
잘 쓰시네요, 찍기도 잘 찍으시고.. 자연이 캠핑 친구네요.
자연이 캠핑 친구... 맞습니다. 자연에 동화되는 그날까지 쭉욱 캠핑을 다닐랍니다.
같이 맥주를 나누었던 존초이입니다 거의 눈팅만 하신다고 했는데 너무 글을 잘쓰시네요 다음 캠핑장에서 뵈면 저희 쌍둥이들과 뛰어놀수 있도록 하겠읍니다
존초이님! 만나 뵈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도, 남자들 끼리도 이야기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마 같은 취미가 있어서 이겠지요. 담에 캠핑장에서 또 뵙겠습니다. *.*
후기가 이쁘다는 생각은 처음드네요...멋진글 잘읽었습니다..두세번쯤 가면 귀찮아질 정도로 많은분들을 알게 되지요.
잘 쓰지 못한 소심한 글에 칭찬이시니 감사합니다. ^.^
2년전 호상사 전국대회때 처음 캠핑을 했는데 혼자 쓸쓸해 죽을뻔했습니다...돼지갈비 5인분 사가지고 갔다가 혼자 구워먹으며 눈물흘렸던 생각이 나네요..ㅎㅎㅎ
*.*
잘 보았습니다.....아들과 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글을 ~!!! 현장에선 못느끼던 느낌을 ~~~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글도 좋고 사진도 좋고 아마 사람도 좋으실듯... 이렇게 공들여 쓴 후기를 읽고 그냥가면 예의가 아니겠지요?(^.^)
인간에 대한 예의~~~~. 고맙습니다. ^.^
캠핑에 참가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분위기에 적응이 되고, 점차 서먹함이 사라지게 됩니다. 몇번 더 참가하시면 재미 만땅이실겁니다...ㅎㅎㅎ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자연히 친해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겠지요. 재미 만땅의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막내가 귀엽고 착하네요....아빠를 에스코트해주고...
장난꾸러기. 말썽구러기는 아니지만... 가끔 심술꾸러기가 되고는 합니다. *.*
저두 지난 오캠의 릴레이캠핑때 몽산포로 6살짜리 아들과 단둘만의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이후 녀석이 아빠랑 더 친한척 하네요 ㅎㅎ 저희 아들과 친구하믄 딱이겠네요
잠만보님! 감사합니다. 담에 캠핑장에서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도 몇달전에 첫 캠핑을 아들하구 둘이 갔었어요.때되면 먹일거리 준비하고, 간식거리 준비하고 ,설거지하고....밤에짬이 나는 시간도 쪼개어 자는 녀석 깨워 쉬~한번 뉘고... 그래도 아들하구 둘이 다녀오니 부자지간의 정이 새롭게 쌓여가는것 같더군요.바람님도 그러셨죠?
네. ^.^ 크크 똑 같군요. 자는 녀석 깨워 쉬~한번 뉘고...조금 귀찮고 손도 많이 가는 나이 이지만... 그래도 아들과 캠핑 즐거운 추억이죠.^.^
행복이 그대로 묻어있는 글이네요..즐감 합니다
감사합니다. ^.^
차콜 스타터를 새로 만드셨군요... 언제 자작하신 테이블에서 고기한번 구어야 하는데...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언제 한번 뵈어야 하는데요 ^.^
ㅋㅋ 제 둘째넘이 6살입니다. 나중에 뵙죠 ^^
문수보살님! 고맙습니다. 나중에 캠핑장에서 뵙기를 희망합니다. *.*
울아이도 6살 여아이고요..닉을보니 68년이신거같은데 저보다 연배이시네요..다음에 제가 인사드리겠습니다..
에너지님! 아이구 정말로 고맙습니다. ^.^
바람님이 며느리얻는 뉘앙스이시네요 ㅎㅎㅎㅎ
저도 캠핑초보라서 밤나무 숲을 돌며 여러집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는데 바람1968님 댁은 못뵈었네요. 먼저 다가서기는 어렵지만 한발짝 내딛으면 더불어 어울림은 어렵지 않습니다. 멋진 후기를 올리셔서 다음 캠핑땐 인기짱~ 이실것 같은데요^^ 울 아들 8살입니다. 나무아래네 집에 놀러오세요. 아드님께 맛있는 간식 챙겨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더불어 어울림... 노력하겠습니다. ^.^
후기 잘보았습니다^^저희 아들도 6살 이학민입니다...끼워주세요.. (부탁^^)
오투센서님! 담에 캠핑장에서 한번 뵙지요...^.^
68년 좋은 나이지요 저와 생산 년도가 같군요 ^^ 저도 자작을 즐겨합니다. 담 캠핑때 꼭 뵈야 할것 같습니다..
제 둘째 아들도 6살 입니다... ^^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캠핑때 꼭 뵈면 좋겠습니다. ^.^
이렇게 캠핑을 시작하는군요....^^ 아드님과 캠핑후기 잘봤습니다....^^ 저도 가족들과 캠핑에 참석하고 싶은데....가서 서먹서먹함을 어떻게 버티나...어짜피 우리 가족끼리 놀거면 가족끼리 캠핑가는게 낫겠다 싶었는데....또 다른 맛이 있는거 같습니다...^^
네... 그런것 같습니다. ^.^
다음에는 꼭 함께 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들 얼굴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혹시 후기뒤져서 사진있으면 보고 기억해뒀다가 제가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
옆에서 맛난 오뎅탕접대받은 위대한자연(위대자)임다, 그날 정말 즐거운 얘기많이 나눴던것 기억합니다. 담에 꼭 다시뵙고 인사할께요, 존초이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