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지식채널 e 저 | 북하우스 | 2007년 04월. 정가 12,800원 페이지 351
'지식채널 e'는 2005년 9월부터 EBS에서 방송되기 시작한 5분짜리 동영상 프로그램이다. 과학, 사회, 인간, 교육, 문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강렬한 영상과 음악, 간결한 메시지를 통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었던 지식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만들었다.
우리에게 월드컵의 환희를 주었던 '축구공'이 파키스탄 어린이 노동자에게는 하루 일당 300원과 1,620회의 바느질로 기억될 뿐이라고, 우리가 점심 한 끼를 때우는 햄버거가 단순히 '고기 조각을 넣은 빵' 아니라 '지구촌 이상기후의 주범' 임을 환기시켰다. 이슬람 여성의 히잡 착용을 반대하는 서구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왜 이슬람의 삶을 서구인들이 결정하는가' 라는 무슬림의 메시지로 대응했다.
이 책은 '지식채널 e' 가 갖고 있는 영상과 메시지의 미학을 담아냈다. '지식채널 e'가 영상과 간명한 메시지를 통해 전하고자 했으나 설명할 수 없었던, 방송 너머에 숨겨진 키워드를 풀어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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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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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분하기 division
001 Crazy horse
002 커피 한 잔의 이야기
003 햄버거 커넥션
004 축구공 경제학
005 Blood Phone
006 Zoom out Ground
007 히잡
008 정글의 법칙
009 쌀
010 나는 달린다
2. 밀어내기 exclusion
011 나 보고 싶었죠
012 부끄러운 기록
013 피부색
014 70만 600원
015 내가 죽는 날
016 21세기 담배 표류기
017 챔피언
018 여섯 개의 점
019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020 마지막 초상화
3. 기억하기 memory
021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022 2-34, 2-35, 2-36
023 조건반사
024 IF
025 이상한 쇼
026 라 쿠카라차
027 그들의 이야기
028 호치민
029 크리스마스 휴전
030 기타의 전설
4. 돌아보기 reflection
031 황우석과 저널리즘
032 TV 끄기
033 쇼핑의 법칙
034 비타민의 역습
035 달팽이 집
036 태어나지 않은 아이
037 수리부엉이 농가습격사건
038 우주탐험의 또다른 역사
039 시속 0Km
040 마지막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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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리뷰 - 지식채널e, 그 5분의 힘
카프카는 말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부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그리고 나는 느꼈다.
단 5분의 프로그램이 우리 내부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었음을!
나는 지식채널 e를 '1초'라는 프로그램으로 처음 만났다.
1초란 시간이 사람에게는 1톤의 충격을 막아낼 힘을 만들고,
빗방울을 피하기 위한 달팽이의 처절한 달리기가 1cm이며
작은 새가 살기 위한 날개짓이 200번이라는 것을 보았을 때
이 프로그램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때부터 이 프로그램을 주목해서 보았던 것 같다.
아마도 1초가 첫 아이템이었으니까. 그 이후로 거의 모든 아이템을 섭렵한 것이다.
tv는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기에 주로 EBS 홈페이지를 통하여 시청했다.
특히 중학생 수업에 이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했는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상상력 훈련을 위해서도 이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
중학생의 반응은 다양했다.
착시나 1초 우주여행에 대한 것은 재미있어 했지만,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것에는 '우울하다'라는 표현을 했다.
실은 재미보다 우울한 것이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울'한 면이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며 얼굴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주변에도 널리 추천했는데, 특히 논술지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했다.
그들의 반응은 모두 "울다가 웃다가 했어요...'라고 했다.
나 역시 그랬다. 울다가 웃다가... 게다가 놀라기까지 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울다가 웃다가 했다면,
이번에는 책을 통해서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
이 책은 수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선별된 40개의 아이템을 4가지 섹션으로 구분해놓았다.
바로 '구분하기', '밀어내기', '기억하기', '돌아보기'다.
무엇을 구분하며, 무엇을 밀어내야 하는지, 무엇을 기억해야하며,
무엇을 돌아보아야 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반드시 책으로 접해서 그 궁금증을 풀어보시라!
책에는 5분으로 담아낼 수 없는 배경지식이 실려 있다. 프로그램으로 감동을 느꼈다면,
배경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그 마음을 이 책이 충족시켜 준다.
70만 6000원을 최저임금으로만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는
이 액수가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임금이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아! 내가 얼마나 단순하게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도끼로 머리를 한방 맞은 듯 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뒤집어 보는 발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알게 된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내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방식이 아니라,
다르면도 냉철하게 바라보는 방식을 알려준다.
베컴은 축구공을 통해 꿈을 실현하지만,
축구공을 만드는 어린 아이들은 축구공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대치동과 상성동에는 절대 미군지지가 생기지 않으며,
항상 당하는 사람만 당한다는 사실을...
왼손을 터부시하지만, 왼손이 심장과 더 가깝다는 것을....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참된 지식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슴에 머무른 지식은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몰랐던 현실이 있다면 자각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이 얼어붙은 마음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고 했듯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의 얼어붙은 통념이 도끼로 깨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 에너지를 지닌 5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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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평설 - 차가운 지식이 주는 뜨거운 감동 / 한겨레 / 2007-09-07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지식을 권력과 등치시켰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지식이라는 말은 은근히 권위를 가진다. 그 이유는 뭘까? 아마 엄숙하고 진지한 학문을 연상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언어의 기원과 여러 언어의 음운론적 차이를 연구하는 언어학, 상품의 생산과 자원의 배분을 다루는 경제학, 세포의 구조와 생명의 메커니즘을 다루는 생물학, 이런 것들을 가리켜 보통 지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식을 영어로 ‘놀리지’(knowledge)라고 말하듯이 원래 지식이란 특별한 앎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앎을 뜻한다. 푸코가 말하는 지식도 프랑스어에서 조동사처럼 자주 사용되는 ‘사부아르’(savoir), 곧 평범한 앎이라는 뜻인데, 번역 과정에서 지식이라는 거창한 개념어로 바뀌었다. 따라서 지식이라고 하면 물론 정치학, 의학 같은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지식도 뜻하지만,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마파두부를 요리할 줄 아는 것, 흔히 기술이나 정보라고 부르는 것도 당당히 지식에 포함된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우리는 모두 지식인이다.
학문적 의미의 지식,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상식과 정보라는 의미의 지식, 이 두 가지 이외에 또 다른 종류의 지식을 다루고 있는 책이 바로 〈지식ⓔ〉다. 여기서는 볼 수 있는 지식의 또 다른 성격은 감동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책으로 꾸몄으나 이 책에 실린 도판들은 텔레비전 영상처럼 주인공의 노릇을 하지 않고 텍스트와 같은 구실을 한다. 1970년대 어린이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사진은 텍스트를 장식하는 기능이 아니라 일상생활에까지 파고든 미시파시즘의 흔적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텍스트다(이 대목의 소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조건반사’다).
특정한 지은이가 없는 책이 그렇듯이 이 책은 지식을 앞세워 어떤 의도를 관철하려 들지 않는다. 정치적이고 시사적인 주제도 있지만 흥미롭고 평범한 상식도 있다. 또한 피카소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시점(視點)도 무척 다양하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대목에서 열여섯 살짜리 고등학생은 계엄군이 들어오면 죽는다는 어머니의 말에 “군인들이 들어오면 손들고 항복하면 되지” 했다가 마지막 날 밤 집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인자부터는 밖에 못 나가요. 나 그냥 여기 끝까지 남기로 했어.” 그는 결국 교련복 차림으로 계엄군에게 사살되었다.
지식은 학문을 발전시키고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 이런 지식은 기본적으로 뭔가를 가르치는 기능을 한다. 계몽적이고 교육적이며 유익하다. 미디어를 ‘핫’과 ‘쿨’로 나눈 마셜 매클루언의 분류를 차용하자면 이런 지식은 ‘핫’ 지식이다. 논리가 정연하고 구체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감동을 주는 지식은 우리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쿨’하게 사실과 내용을 늘어놓을 뿐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감동이라는 핫 코드를 전달하는 방식이 쿨하다는 것은 흥미로운 역설이다.
남경태 / 저술가·번역가
첫댓글 일독을 권합니다. 짧은 글 속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들이 들어 있더군요. 수능시험이나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수험생들에게도 아주 좋은 읽을거리가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