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에 이어 올해도 원유값 조정을 놓고 소비자 불안 등 사회적 혼란이 야기됐다. 매번 유대인상 시기만 되면 빚어지는 생산자와 유업체간의 갈등구조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것인가.
원유값 책정 기준 ‘제 맘대로’
이번 원유값 협상은 인상안 173원(생산자)과 41원(유업체)에서 출발했다. 각 측에서 들이댄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인상차이가 큰 이유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생산단가를 산출하는 항목이 생산자나 수요자 모두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매겨져 있다. 우선 기준생산비가 생사자측은 2008년 통계청 조사발표자를 들어 ℓ당 585원, 수요자인 유업체는 656원. 비목별 합은 생산자 758원(두당산유량 감소율 3% 반영), 유업체가 697.53원으로 집계했다. 비목별 합계에서 기준생산비를 뺀 것이 인상금액 각각 173원과 41원이 된 것이다.
결국 우유생산비조사기관인 통계청 자료가 제대로 된 기준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생산자단체인 낙농육우협회도 통계청 자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협회측은 통계청이 생산비를 산정하면서 조사농가 현황이나 두당 산유량 산출근거, 자가 노동시간 산출근거, 생산관리비와 자동차비의 생산비 비목 포함여부 등 현실적인 비용을 어떻게 따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유생산비 조사정보를 공개하라고 여러번 통계청에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값은 현장 사정은 뒤로 한 채 정부의 정책이나 유업체의 경영형태 등에 따라 협상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단식농성, 유업체 항의방문, 대정부 집회 등이 일어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원유값 인상이 소비자 부담?”
현재 원유값 결정은 정부산하기관 격인 낙농진흥회에서 맡는다. 15명(농협중앙회 추천 4명, 낙농육우협회 추천 3명, 유가공협회 추천 4명, 소비자단체 추천 1명, 학계 추천 1명, 정부 대표 1명, 위원장 1명)으로 구성한 진흥회 이사회에서 대략 3~5년주기로 원유 생산비 증감률 5%이상이 되면 원유값 조정 회의가 열린다.
그러나 실세는 생산자단체와 유업체간 협상내용이다. 원유값 조정안에 대해 이들 양측이 동의하지 않게 되면 말그대로 ‘우유대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진흥회 이사회 개최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헌데 이번 원유값 협상에서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는 원유값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그러나 3년동안 동결해온 원유값 때문에 낙농가들은 더 이상 젖소를 키울 수 없는 지경이라고 외치고 있다. 수시로 가격을 올린 우유 소비자가격과는 달리 목장에서 막 나온 원유는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파탄 직전이란 여론이다.
“우유짜서 100만원 벌면 80만원은 사료값 나가고, 나머지로 목장경영하면 부채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도 못 갚는다”는 표현이 최근 낙농가들의 이구동성 내용이다. 소비자부담을 주고 있는 우유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유통라인에 대한 점검이 우선이란 지적이다. 어찌할 수 없는 원유값을 탓하는 것은 주소지가 잘못됐다는 게 생산자측 주장이다.
원유값 3배인 우유값
기본유대 704원에 성분유대비 180원정도를 합친 ℓ당 880~900원정도가 농가들이 받는 원유값이다. 성분분석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면 그만큼 유대가 차등지급되는 것이다. 헌데 할인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격은 보통 2천200~2천500원에 이른다. 대략 원유값과 우유값은 3배 차이가 진다. 결국 제조경비(13.5%), 유통마진(33.9%), 이윤(11.6%) 등을 제하면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가들에게 돌아가는 유대비는 35%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제조경비를 빼면 우유가격의 45%이상, 절반 가까이 유가공업체와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것이다.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손 대야 할 곳은 낙농가들이 아닌, 유업체와 유통업체들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유업
체, 원유값 인상 왜 막나?
상식적으로 원유값이 오르면 유업체는 우유 소비자가격을 올리면 그뿐이다. 물론 당장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겠지만, 항상 그래왔듯이 지나치면 되는 일이다. 헌데 왜 유업체들이 원유값 저지에 나섰을까. 여기서도 드러나는 게 정부다. 우유값이 오르게 되면 이를 원자재로 하는 각종 식품이 줄줄이 인상하게 된다. 우유값은 그만큼 정부의 물가안정책에 요주의 대상이다.
그만큼 정부로서는 유업체들의 가격인상 움직임이나 담합 의혹 등에 신경을 곧추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유업체들에게도 경고성 주문이 던져졌을 것이다. 유업체 입장에서는 맘대로 우유값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우유 제조원가에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안 되는 처지인 것이다. 원유값 인상률을 최대한 낮춰야 하는 이유다.
원유값 173원 올려야 하는 이유
“사료값이 27%이상 뛰고, 더 오를 기세입니다. 원유값만 빼고 3년간 안 뛴 게 있습니까?” 지난 8일 단식농성중인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의 일성이다. 173원은 최대치가 아니라 생존권 사수를 위한 최소치란 말도 덧붙였다.
2008년 당시 585원하던 우유가격을 120원 올린 게 20.5% 인상 704원이었다. 이때 우유생산비의 53.2%에 달하는 사료값은 4차례에 걸쳐 30%까지 뛰었었다. 여기에 비목별 생산자 산출근거에 의한 생산비 인상률을 가산한 것에, 통계청의 2008년 생산비를 제하면 최소한 173원이 나온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인상치는 앞으로 사료값 인상이나 기타 자재비용 인상요인을 전혀 포함하지 않은, 현재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영록 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낙농가가 유업체에 납품하는 납유가는 2008년 이후 ℓ당 704원으로 3년간 동결돼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해 낙농가가 존폐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반대로 유제품은 정부의 무관세물량 확대 등으로 인해 수입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수입판매하는 대기업만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김의원은 “정부가 7개월째 유지되고 있는 4%대 물가인상율을 잡기 위해 농축산물의 가격안정이란 명목으로 낙농가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농업인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