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문학회 신년하례 및 총회가 있는 날이다
오늘 내가 할 일은 행사 사진을 찍는 일이다
회장님의 인사가 있고 이어서
교수님, 박사님, 목사님 등등 여러분이
강단에서 덕담을 말씀하시는 시간이었다.
전체 배경사진을 찍기 위해 뒷자리로 갔더니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남루한 옷차림의 노신사 주인공이었다.
자세히 보니 바지는 찢어지고
언제 세탁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코트는 반들거리다 못해
찌든 때가 붙은 것이 눈에 보였다
그 뿐 아니라 코트를 비집고 나온 속옷은 너덜너덜 했다
그런 반면에 시계는 오른쪽 왼쪽 양쪽에 차고 계셨다
행사 내내 내 신경은 그 어르신에게 가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어르신도 동행을 했다
진행을 맡은 분께 물어보았더니 모르는 사람이란다.
다시 회장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애국가를 사랑하는 특별한 분이란다
이 분이 하는 일은 애국가에 대한 진실을 CD에 담아서 보급을 하는 일이란다
어려운 분께 시디를 그냥 받기가 뭐해서 옷 한 번 값을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으로 접근을 해보니
어르신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저 궁핍함이 없습니다.
재력도 있습니다.
이 정도의 일은 도움을 받지 않아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 한 것에 대하여 반성을 했다
그랬구나. 말 못할 사정이 있어서 노숙인처럼 하고 오셨구나.
집으로 오는 길 전철역에서 그 분을 또 뵙게 되었다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아까 누가 나에게 시디 값을 주겠다고 했는데 이거 돈 얼마 안 들어요.
그리고 가진 돈으로 얼마든지 살아갑니다. 라고 하셨다
나라사랑 말로만 하는 분들이 많은데 오늘 진실로 애국을 하시는 분을 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게 그렇게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애국가 보급을 목숨 걸고 하시는 그 사랑 하나만으로도 남다른 애국자 아닌가 싶다
지난여름 분당의 모 고등학교에 시낭송이 있어서 갔다
행사가 시작되고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겠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나오자
학생들 사이에서 아우성 섞인 신음소리가 들렸다
1절, 2절……. 4절이 되자 애국가 제창은 소수의 인원으로 이어졌다
학생들 대부분이 가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애국가 4절까지 정확하게 부르는 사람에게
푸짐한 상품을 준다고 해도 제대로 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같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마땅히 알아야 하고 불러야 애국가 임에도 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자신의 일생을 바쳐 이 일을 하시는 분이 있고
만났다는 것이 내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