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임플란트를 심다

[그리움]

              두 번째 임플란트를 심다

                                                                                                                                 최 화 웅

    예로부터 치아(稚兒)를 오복의 으뜸으로 쳤다. 치아를 중히 여기는 삶의 전통이리라. 복(福)이란 생활에서 누리는 행운과 행복. 거기서 얻는 기쁨과 즐거움을 일컫는 말이다. ‘아주 좋다’거나 ‘오붓하다’는 말처럼 필요한 것을 두루 갖춘 상태를 말한다. 치아가 좋아야 잘 먹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복(五福)은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상량식(上梁式)에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상량식의 발원문을 ‘應天上之三光 備人間之五福(응천상지삼광 비인간지오복)이라고 밑에서 올려다 볼 수 있도록 대들보에 쓴다. 그 뜻은 “하늘의 삼광(三光), 즉 해와 달과 별빛에 응하여 인간 세계의 오복을 갖춘다.”는 의미다. 유교의 5대 경전 중 서경(書經) 1편 홍범(洪範)에 나오는 다섯 가지 복으로 오래 살 수(壽),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는 풍요로운 부(富), 마음과 몸이 건강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편안하게 사는 강녕(康寧), 남을 돕고 베푸는 유호덕(攸好德), 탈 없이 살다가 고통 없이 생을 마치는 고종명(考終命)을 구체적인 오복으로 삼았다.

     오복은 인간의 소박한 바람이자 유토피아다. 새해를 맞으면 ‘복(福)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나눈다. 그 복은 하늘에서 갑자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노력으로 얻는 것이다. 올해 기해년(己亥年)을 황금돼지 띠의 해라고 복을 상징한다고들 말한다. 우리네 세시풍속이나 건축의례에서 한 가지 일에 매듭을 짓고 다음 일로 넘어가는 마루턱에서 한숨을 돌리는 휴식의 의미를 가진 상량식(上梁式)을 치른다. 목수를 비롯한 일꾼들도 이때쯤 지나간 공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챙긴다. 집주인은 무사히 한고비가 넘어간 것에 감사하며 일꾼들을 격려하기 위해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기도 하다. 상량식(上梁式)은 먼저 지신과 택신에게 제사를 올린 뒤 조촐한 잔치를 베푼다. 상량은 머리에 ‘용(龍)’자를 아래에 ‘귀(龜)’자를 가운데에 건물의 건립 연대를 쓴다. 그런 다음 용자 밑에 ‘응천상지오광(應天上之五光) 비지상지오복(備地上之五福)’이라는 축원의 글귀를 쓴다. 요즘은 한글로 풀어서 ‘우리 집안에 복을 불러주시고 건물도 안전하게 지어주십시오’라고 쓰고 떡과 술을 차려 풍악을 울리며 한데 어울린다.

     올 들어 4년 만에 두 번째 임플란트 수술을 시작했다. 오른쪽 아래 풍치를 앓던 어금니가 시큰거리고 흔들렸다. 석 달에 한 번씩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받는 성분도치과병원의 주치의 이정근 선생님으로부터 “쓸 수 있을 때까지 쓰자.”는 권고 따라 발치를 미루어오다 이를 뽑게 되었다. 그때부터 임플란트 수술 일정이 시작되었다. 임플란트는 치아를 뽑은 자리에 인공치근을 심어 인공치아를 덮어씌우는 치료방법이다. 기존의 브릿지나 틀니의 단점을 보완한 방법이다. 내가 겪은 임플란트 수술과정은 먼저 진단을 위해 구강상태와 잇몸질환, 턱뼈와 환자의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CT촬영으로 구체적인 식립 계획을 세운다. 그 다음 단계가 이를 뽑는 발치과정이고 잇몸뼈가 좋은 경우 이를 뽑는 동시에 임플란트를 바로 심지만 잇몸뼈가 내려앉았거나 약하면 임플란트를 심고 잇몸뼈를 덧씌운다. 심은 나사가 턱뼈와 유착할 때까지 기다린 두세 달 뒤에 잇몸을 다시 열고 임플란트 위에 인공치아를 넣는 2차 수술을 거치게 된다.

     늘그막에 본 외손녀 유나는 생후 7개월째다. 생후 6개월이 지나면서 이가 날려는지 칭얼거려서 치발기(teether)를 물렸다. 요즘 시중에 나오는 치발기는 그 종류가 장난감 못지않게 다양하다. 뭔가 손에 잡히는 대로 입으로 가져가서 씹고 빨려는 유나는 침을 많이 흘린다. 턱받침을 자주 갈아도 항상 흥건하다. 아기들이 먹는 이유식 과자를 잇몸으로 씹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곧 치아가 나올 모양이다. 호주의 일곱 살 난 친손녀 리아는 지난주에 앞니가 빠졌다고 카톡과 화상통화로 알려와서 집안의 화제가 되었다. 리아는 흔들리는 앞니를 아빠가 뽑아주었다고 자랑했다. 우리가 어릴 때 이를 뽑으면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말을 외며 빠진 이를 지붕 위로 힘껏 던졌다. 그런가하면 “앞니 빠진 개우지. 우물가에 가지마라 붕어새끼 놀린다.”라며 놀려댔다. 영구치가 나올 때까지 개우지의 모습은 일생에 한 번 겪는 귀여운 개구쟁이 시절이다. 복이란 눈비처럼 하늘에서 누구에게나 고루 내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대한 대가가 아닐까? 임플란트 수술을 받으면서 내 사랑하는 손녀 유나, 리아와 치과의사였던 송흥순 어머니, 그리고 20여 년 전 어금니를 발치할 때 겁에 질린 나를 자상하게 보살펴주신 정근경 루카 대부님이 떠올랐다.

[명금당]

어릴 때 집 대들보에 한문으로 쓰인 글을 드문드문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뜻이 담긴 글이었군요.
힘든 치과 치료를 받으신다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빠른 쾌유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움]

감사합니다.
성실하게 치료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