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신고리 핵발전소 건설로 인해-
초고압 송전탑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밀양 주민들이 이 때문에 힘겨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 한전 용역들과 대채하다 어르신 한분이 분신하여 돌아가시는 .. 큰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대책위에서 오늘 오후 회의가 있었고, 회의를 마치고 몇분과 함께 밀양을 다녀왔는데요-
정평위 김검회 사무국장님께서 현장소식을 알리는 글을 쓰셔서
이렇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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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보내드린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 분신 사망사건 소식에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한해를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고,
더구나 설을 앞둔 시점이라 더 참담하게 전해졌습니다.
오후 3시, 반핵부산시민대책위 회의를 마치고
활동가 다섯 명과 함께 밀양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경남 밀양시 산외면 회곡리 보라마을'은 작은 시골마을입니다.
이곳은 마을 바로 옆에 아파트 40층 높이의 76만5천 볼트의 초고압송전철탑을 세우겠다는 것인데
평생을 땅과 함께 살아온 농부의 모든 것을 강탈한 그들의 만행을 어찌 참아낼 수 있었겠습니다.
한전은 16일 새벽 4시에 들이닥쳤고, 5시쯤 주민 40 명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50여 명의 건장한 용역들이 현장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접근을 막으며 실력저지와 함께 공사는 강행되었습니다.
대부분 70대인 힘없는 어르신들의 저항과 울분은 어디에 하소연 할 곳조차 없었습니다.
돌아가신 '이치우 어르신(74세)'은 본인과 동생의 논이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지는 현장을 보면서 고통스러워했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앞서 두 차례 정도 분신을 시도하셨지만
주민들의 만류로 위기를 모면했었습니다.
하루 공사를 마친 한전직원을 향해 "일을 마쳤으니 이제 내 논에서 포크레인을 빼라!"고 요구했으나
그들은 "내일도 계속 작업해야 하니 그럴 수 없다"고 대꾸했고, 실랑이 끝에
잠시 자리를 비운 어르신이 공사현장 300미터 떨어진 마을 어귀 다리근처에서 결국 분신하여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에 주민과 경찰 모두가 놀라 사건현장으로 몰려들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경찰이 뿌린 소화액으로 인해 시신은 동상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참혹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주민들은 울분을 토하며 조심스럽게 시신을 이불로 감싸두었습니다.
마을 주민은 물론, 유족의 마음을 감안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취한 경찰의 언행이 주민들의 화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유가족인 부인과 자녀들의 오열에도 아랑곳 없이
시신을 감쌌던 이불을 걷어내었고
처참한 시신의 상태를 본 유족 세 사람이 실신하여 응급차에 실려갔습니다.
경찰은 또 사건현장을 훼손, 은폐할 목적이었겠지요?
이번에는 영장까지 들고와서 "휴발유를 끼얹는 모습을 본 증인이 없기 때문에 분신했다는 증거가 없다"
"추워서 불을 쬐다가 실수로 불이 옮겨붙은 사고사 이다"
"누군가에 의한 타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시신을 가져가서 부검을 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고 합니다.
고인의 죽음까지도 모욕하는 그들의 뻔뻔함에 분노한 주민 40명은 시신을 세겹으로 애워싸고
결연히 경찰과 대치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천막을 치고 분향소를 마련했습니다.
오전에 현장에서 기자회견이 있었고 어지간한 국내 언론은 모두 다녀갔다고 합니다.
제가 너무 늦게 귀가해서 인지 자막뉴스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만...
일단 장례위원회가 꾸려졌고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에서 한전과 정부를 상대로 싸움에 들어갔습니다.
김준한 신부님은 공동장례위원으로 어제부터 계속 함께 하고 계십니다.
가능하면 매일의 현장소식을 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찾아주십시오.
고 이치우 어르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핵발전소와 송전선로 계획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과
핵없는 세상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와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죽음의 핵발전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말로도 현장에 와서 보지않고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보라마을 입구에서 피어오르는 모닥불 향내가 잊혀지질 않는 밤입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 동해안탈핵천주교연대 총괄간사를 맡고 있는 부산정평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