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을 독송하면서 나는 여러가지 신비한 체험을 했다. 내안으로 불어오는 법풍(法風)이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고, 나는 계속 꾸준히 경전을 독송해 나갔다.
그러면서 차츰 한문으로 되었거나 고어로 풀이된 <금강경>을 도대체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읽을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현대의 한글로 풀이된 <금강경>을 만들어야 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로부터 3주후 나는 내가 직접 초역을 하고 ‘화엄경과 화이트헤드를 공부하는 모임(대장 안형관교수)’에서 검토한 한글로 풀이한 <금강경> 원고를 들고 무비 스님을 찾아갔다. 스님을 찾아간 것은 스님의 <금강경 오가해>책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스님은 너무나 자상한 가르침을 주셨다. 내것을 보시더니 “그렇네요, 이렇게 번역하니까 훨씬 좋습니다. 절 냄새가 푹푹 나네요”하면서 너무 좋아하셨다. 처음에는 그저 격려 정도로 생각했다. 도가 높으신 어른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스님과의 만남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약이 올랐다. 그래서 일부러 학생을 나무라듯 스님의 번역에 대해 흠을 잡았다. 불손한 나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3시간 40분 동안 한번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스님을 보면서 나는 완전히 기가 죽어 버렸다. ‘이 어른이 진짜 사람인가?’하는 놀라움이었다.
두번째 찾아갔을 때에도 스님은 2시간 40분 동안 <금강경> 해석과 관련한 여러가지 사항에 대해 자상하게 가르쳐 주었다. 한글로 불경 번역을 하겠다고 나선 나에게 스님은 불경의 한글화를 위해 평생동안 작업해 온 모든 것을 내게 주겠다는 약속까지 하셨다. 나는 큰 감동을 받았고, 큰 힘이 되었다. 나무 무비보살 마하살! 나무 무비보살 마하살!
그런 스님의 자상한 가르침 덕분에 지난해 <한글세대를 위한 독송용 금강경>을 출간했다. 또 <금강경>외에 다른 몇가지의 경전도 번역하기 시작했다.
나는 동양과 서양을 대립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동양의 정신문화가 없는 서양문명은 공허하고, 서양문명이 없는 동양문화는 산만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동양 사람들은 물론 서양의 많은 현인들도 정신문화는 동양에 있다고 보아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양문화의 핵심이 불교에 있다고 보며, 대부분의 불교인들은 <금강경>을 최고의 경전으로 본다.
심리학을 전공한 나는 <금강경>이 동서고금 유일무이의 교양서인 동시에 최고의 정신관련 전공서라 믿는다. <금강경>은 한번 읽고 버리는 책이 아니다. 수지독송위타인설하는 경이다. 반복해서 읽어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어야 한다.
종교에 관계 없이 초등학교에서부터 <금강경>을 독송하도록 하고, 모든 교육자들은 반드시 반복적으로 독송해야 한다고 믿는 내 주장은 너무 먼 미래의 일일까!
경전은 그 시대 대중들의 언어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나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내 연구실에서 ‘<금강경>독송모임’을 연다. <금강경> 독송도 하고, <한글세대를 위한 독송용 금강경>(2차역)을 위한 낱자 수정도 하고 있다. 또 화화모임과 한국동서정신과학회에서는 <화엄경>과 동서양 고전을 현대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게 이런 수행의 길을 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불교를 믿는 모든 분들이 부처님 가르침따라 항상 행복하길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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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가 다니는 절은 예불시간에 한글 금강경을 꼭하지요....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금강경 독송이 생활화 되어야함을......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