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5일 봄의 끝자락에 영도 통도사를 방문했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등재 타이틀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통도사와 더불어 총 7개의 사찰(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에 걸쳐 있는 유산이다. 산재해 있는 공통 주제의 유산들을 합쳐 1개의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경우는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유적(2000년 지정)'과 '조선의 왕릉(2009년 지정)' 등이 있다. 세계유산 지정은 해당 국가의 유산을 바탕으로 기획력, 사료, 로비까지 박자가 맞아야 한다^^
통도사는 낙동강을 끼고 해발 1,081m의 영축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다. 신라 선덕여왕 15년(646) 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그 시작점부터 1,400여년에 이르렀다. '영축총림'이라는 현판의 문을 통과하며 산책을 시작한다.
'총림'의 뜻을 찾아보니, 승려들이 참선수행과 더불어 교육기관을 갖춘 사찰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 사찰에 총림은 7군데(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수덕사, 동화사, 범어사, 쌍계사)이고, 통도사는 1984년 '총림'으로 승격되었다. 유네스코세계유산 산사 7개와는 별개이다.
사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성보박물관'이 자리한다. 통도사 역사와 불교 회화(탱화)를 관람할 수 있어 사전 공부에 유익하다.
사찰 방문의 목적이 종교적이라기 보다는 자연과 문화를 함께 만끽하기 위함도 크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산지승원'이라는 타이틀이 세계유산 선정에 한 몫 담당 했으리라.
삼성반월교는 1937년 당시 주지스님 경봉이 주도하여 건설되었는데, 마음 심(心)자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삼성반월교 앞 '일주문' 통과 직전이다. 현판 '영축산통도사'는 흥선대원군의 친필이다.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경건히 하나로 모아 부처님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천왕문 양쪽에 각각 2명, 총 4명인 사대천왕이 자리한다. 그들은 악귀를 막아 부처님을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동서남북을 지키는 방위신이다.
비파를 연주하여 악귀를 물리친다는 다문천왕의 얼굴이 가장 인자해 보인다^^
천왕문으로 들어가 오른쪽에 위치한 건물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극락보전(경남 유형문화재 제194호)'이다. 그 뒤 왼쪽에 '영산전(보물 제1826호)'이라는 현판이 있는 건물도 함께 보인다.
내가 방문한 5월 25일, 일주일 전인 5월 19일(음력 4월 8일) 이었던 석가탄신일 당시 설치해 놓은 것들을 해체하는 중이다. 사찰의 주요행사에서 누각으로 사용되는 '만세루(경남 유형문화재 제193호)' 앞이다.
'영산전(보물 제1826호)' 건물과 그 앞의 '삼층석탑(보물 제1471호)'이다. 통도사에 있는 건물들과 탑을 포함한 유물은 창건된 7세기 이후 신라말, 고려, 조선시대까지 그 중건, 보수, 확장이 더해진다.
맞배지붕의 건물인 '약사전'은 중생의 병을 구제하는 약사여래상이 봉안되어 있다.
'불이문(경남 유형문화재 제252호)'를 들어간다. '불이'라는 뜻은 너와 나의 구별 등과 같이 분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근본은 하나이다로 통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개별자를 인정하는 측면에서는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하나이다 라는 것에 그리 동조하지 않는다.
'불이문'을 통과하여 '대웅전' 쪽으로 나아간다.
'대웅전'에 도달하기 전에 오른편에 자리한 '관음전(경남 유형문화재 제251호)'와 그 앞에 자리한 '석등(경남 유형문화재 제70호)'이다.
위 사진의 정면 촬영을 한 컷 더 올린다. '관음전(경남 유형문화재 제251호)'와 '석등(경남 유형문화재 제70호)'이다.
'대웅전'에 왔다. 통도사 대웅전 내부에는 불상이 없다. <삼국유사> 기록에 따르면, 자장율사가 643년에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진신사리에 배를 올린다.
대웅전 오른쪽에 자그마한 문이 하나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것의 정체가 중요하다.
이곳에는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가져온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그래서 통도사 대웅전 내부에 불상이 없고, 부처님 사리가 있는 곳을 향해 절을 올린다. 사리는 아래 대웅전 옆쪽으로 나 있는 작은 문을 통과하면 나오는 금강계단 불사리탑에 있다. 나의 경우, 방문한 시간대에 입장이 불허하여 저 조그만 문을 들어갈 수가 없었다ㅠㅠ
금강계단 축대의 아래쪽에 있는 '세존비각(경남 유형문화재 제544호)'이다. 석가여래 영골사리 부도비라고 한다.
'대웅전' 앞의 '개산조당과 해장보각'이다. 말이 너무 어렵다~ 뭔가 찾아보니 통도사의 창건자인 자장율사의 영정을 봉안한 '해장보각'에 들어가는 문이라고 한다~ 나는 가운데가 높고 양옆이 낮은 디자인이 특이하여 촬영했다는^^ 그런데 명칭도 있다. 가운데 칸이 양측 칸보다 높게 솟아 '솟을삼문'이라고 부른다. 솟을 삼무인 문, '개산조당'으로 들어가서 나오는, 뒷 건조물이 '해장보각'이다.
다른 각도에서 '개산조당'과 그 뒤에 위치한 '해장보각'이 모두 나오게 촬영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뒷편의 해장보각은 자장율사(통도사 창건자)의 진여이 봉안되어 있는 곳이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문이 해장보각인 것이다.
아래 사진 왼쪽 '용화전'과 오른쪽 '관음전' 사이에 있는 돌도 된 조각품이 '봉발탑(보물 제471호)'이다.
'관음전(경남 유형문화재 제251호)'와 '봉발탑(보물 제471호)'이다. 관음전 내부에는 자비의 상징인 관음보살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봉발탑은 고려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며, 용도가 확실치 않다는 국어사전의 내용을 보고 다른 설명을 다 지웠다는^^
걸어다니다 보면 처음에 들어온 곳을 다른 루트를 통해 다시 접하기도 한다. 뱅글뱅글 돌면서 다닌다. 본 건물 또 보고, 찍었었나 하면서 말이다^^
'대웅전' 내부는 사람 제한이 있고 촬영도 금지되어 있다.
나가면서 다시 '극락보전' 앞에 다시 왔다. 이 건물이 색깔도 없기 옛 모습 그대로 놔둔 것 같아서 정감이 간다. 오른쪽에 '범종루'가 어렴풋이 보인다. 종은 안 보이지만 그 앞의 물고기가 매달려 있어서 알아볼 수 있다.
'극락보전' 뒤에 범종각이 들어 있는 통도사 '범종루'가 보인다.
다시 왔던 길에 왔다. 이번에는 개울의 반대편으로 가서 걸어가기로 했다.
통도사에는 17개의 산내암자가 있다. 암자 순례길을 다니는 자들도 있다는^^ 그 중에서 '서운암'을 가기로 했다. 서운암의 '삼천불전'과 그곳에서 400m 더 오르면 도자기 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장경각'에 갈 수 있다.
(c)Naver.com
먼저 삼천불전이 있는 곳에 왔다. 3,000개의 불상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내려다 보면 서운암에서 유명한 항아리 독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찰 내에서 된장/고추장을 담그는 것이 식품위생법상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밖에서 담가서 안의 장독대로 들여다 놓고 판매한다고 한다^^
서운암에서 400m를 더 오르면 도자기로 만든 대장경이 있는 '장격각'과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그린 수중 옻칠 작품)'가 있는 곳이 나온다. 아래는 가는 길에 있는 화장실 앞인데, 유유히 돌아다니는 공작이 있어서 발길을 잠시 멈췄었다.
장경각 앞에는 통도사 성파 방장 스님이 3년간 '나전옻칠 울주 반구대 암각화'를 그대로 100% 재현한 수중 암각화가 전시되어 있다. 신석기 시대의 추상적이고 기하학적 문양이 포함된 생물 문양이다.
그 앞의 전경은 아래 사진과 같다. 고급 호텔의 인피니티풀 같은 느낌이다~
'장경각'은 도자기 대장경이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목판이고, 이곳은 도자기이다. 호국 불교의 상징이리라.
역사의 흔적을 남기고자 기둥과 그 아래 돌을 보전한 노력이 엿보인다.
다시 밖에 나왔다. 문화재, 호국 불교, 역사를 다 떠나 이곳은 앞 쪽이 뻥 뚫린 자연 속이다. 방문할 만하다~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내려간다. 왔다갔다해도 다른 길이면 다른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