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를 마치며’ / 이진
2023년 1학기 ‘일상의 글쓰기’ 수업을 처음으로 수강했다. 매주 한편의 글을 쓰는 과제는 여간 어려웠다. 교수님은 문장을 쉽게 쓰기 위해서는 친구에게 말하듯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로 짧게 쓰라고 알려 주셨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컴퓨터 앞에 1시간을 앉아 있어도 첫 줄 시작이 되지 않고 두 줄 쓰고 나서 열번은 읽어야 그 다음 문장이 이어져 써 진다.
그동안 썼던 글쓰기 파일을 열어보니 웃음이 나왔다. 쓰다 만 글들을 보니 ‘피식’ 웃어진다.
‘노래’ 라는 주제로 글을 쓰다가 만 흔적이 있다. ‘나는 음치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생략~’ 아마 남편과 노래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시간을 놓쳤던 것 같다.
또 ‘폭력’이라는 글을 쓸때도 다섯 줄 쓰고 완성하지 못했다. 내 업무 중에 하나가 폭력으로 상담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문상담사를 연계하는 일이라서 부부싸움, 아동학대, 자살위기, 우울 등의 최근 연계된 사람들 유형을 머릿속에 끄적이다 글로 못 채웠던 것 같다.
글쓰기 과제를 매주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 재미도 있었다. 주제가 새로 나올때마다 글쓰기 전에 남편을 붙들고 묻곤 했다. 부부간 대화가 썩 많지 않은데 주제에 대해서는 곧 잘 자기 의견을 말해 줬다. 또 매일 서너시간씩 야구만 보면서도 내가 줌 수업을 듣는 날은 남편이 부엌일을 했다. 남편이 부엌에 있는 모습만 봐도 쾌거를 이룬 듯 했다.
글도 글이지만 정말 함께 수업듣는 분들이 참 재미있었다. 개그가 있어서 재밌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어려운 글쓰기 수업을 재수강을 몇 번씩 한다는 것이다. 자기소개할 때 배꼽빠진 줄 알았다. 재수강이라고 소개하는가 싶더니 다음분은 3학기째라고 소개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 다음분은 6학기라고 소개하고 8학기, 9학기라고 소개한 분도 있었다. 목포사람들도 아니었다. 순천, 광양, 광주, 심지어 인천분도 있었다. 일터도 다들 다양했다. 내 노력이 부족했으나 수업도, 글쓰기도, 학생들도, 교수님도 매력 넘치는 경험이었다. 재수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첫댓글 우여곡절 속에서도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마지막 문장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하하. 마지막 단락에서 빵 터졌습니다.
부부간에 대화도 생겼고, 집안일도 나눠하신다니 참 다행입니다.
어렵지만 그래서 가치있다는 교수님의 말을 믿어 보시게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안 해 본 일은 시작이 어렵잖아요. 그 어려운 단계를 넘겼으니 이제 이곳에 계속 있기만 하면 몇 년 후에 책의 저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