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리그에서도 3년 연속 마주친 박정환 9단(오른쪽)과 최정 9단의 통산 7번째 만남. 승률 1%로 뒤집은 최정 9단이 10년 동안 당해 왔던 6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2021-2022 KB리그 후반기 5R 3G
컴투스타이젬, 수려한합천에 4-1
박정환 9단의 철벽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고 최정 9단은 오랜 도전 끝에 장벽을 넘었다. 팀전보다 더 관심이 쏠렸던 개인전에서 최정 9단이 박정환 9단에게 처음으로 이겼다.
5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후반기 5라운드 3경기에서 최정 9단이 컴투스타이젬의 4국 주자로 나서 수려한합천의 박정환 9단을 꺾었다.
▲ 마음이 급해진 컴투스타이젬이 중요한 기로에서 5할 승률로 올라섰다.
통산 7번째 대결을 펼쳤다. KB리그에서의 인연이 깊어 2019-2020시즌부터 3년 연속 만남을 가졌다. 지난 여섯 차례의 결과가 나빴던 최정 9단은 전략을 바꾼 듯 90수 부근까지 팽팽한 형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흐름은 중후반으로 가면서 박정환 9단이 진가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바둑을 최정 9단이 진다면 도대체 무엇을 잘못 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잘못 둔 수가 사실상 없어요. 약간의 느슨함만 있었을 뿐입니다."
▲ 박정환 9단의 승률은 최고일 때 99% 이상이었다. "오늘 계속 엄청 팽팽했던 것 같고, 마지막에 미세하지만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흑대마가 너무 몰리면서 승부가 결정된 것 같다"는 최정 9단의 국후 감상.
▲ 박정환 9단의 195부터가 난조의 시작. 그 후 여유 있는 패라고 보고 실전 코스를 밟았으나 결정적으로 212에 먹여치는 수를 못 보았다. 국후 스스로 지적했던 수이다.
▲ 백1에 안형을 고려해서 흑2로 이으면 백3으로 ▲들이 떨어져 나간다. "박정환 9단이 (윗그림 195의 곳을) 스스로 두어서 백을 연결시켜 주고 자신은 차단을 당하면서 자충까지 되어 버렸다"는 백홍석 해설자.
중계 도중 백홍석 해설자의 말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숨막힐 정도로 빈틈이 없다, 최정 9단이 더 괴롭히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라고도 했다. 결과는 3시간 29분, 224수 만에 최정 9단의 대역전 불계승. 박정환 9단의 수읽기 회로에 속된 말로 '뻑'이 났다.
-박정환, 여자기사에게 13년 7개월 만에 패배
-백홍석 해설자 "박정환 9단이 이런 역전패를"
"박정환 9단이 이런 역전을 당하네요. 용납할 수 없는 바둑입니다. '무결점'답게 복잡한 장면에서 완벽하게 두다가 난이도가 가장 낮은 곳에서 믿을 수 없는 실수가 나왔어요. 이렇게 지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 16살차 나는 두 기사의 첫 대결. 실리를 좋아하는 박영훈 9단(왼쪽)을 상대로 작심하고 나온 조완규 3단의 '선실리 후타개' 작전이 결실을 맺었다.
승패가 굳어졌다고 보고(박정환 승률이 99%까지 올랐다) 중계판 화면을 돌렸던 백홍석 해설자가 다시 돌아온 사이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2012년의 첫 대결부터 6연패를 당해 왔던 최정 9단이 첫승을 거뒀다. 반면 여자기사를 상대로 18연승과 함께 37승1패 중이었던 박정환 9단의 기록지에는 패점 하나가 추가됐다. 여자기사에게 패하기는 13년 7개월 만이다.
▲ 박진솔 9단(오른쪽)이 이번 시즌 선발전에서 박종훈 5단에게 당했던 패배를 정규리그에서 역전승으로 갚았다.
최정 9단의 승리가 결승점이 된 컴투스타이젬은 수려한합천을 4-1로 눌렀다. 후반기 4강이 반드시 필요한 입장에서 현재 순위는 5위. 수려한합천은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6일에는 정관장천녹과 포스코케미칼이 후반기 5라운드 4경기를 벌인다. 개별 대진은 이동훈-류민형(1:1), 김명훈-이창석(2:3), 홍성지-박건호(4:2), 최재영-최철한(1:1), 송규상-변상일(1:5, 괄호 안은 상대전적).
▲ 절친 동갑내기의 리턴매치. 이른 시기에 한승주 9단을 그로기로 몰아넣은 김진휘 5단(오른쪽)이 설욕에 성공했다.
▲ 나현 9단의 교체 선수로 급히 투입된 퓨처스 박진영 5단(왼쪽)이 박하민 8단을 상대로 잘 싸웠으나 끝내기에서 반집패.
▲ 대단한 역전승을 거둔 최정 9단은 "박정환 9단과 두는 오더가 나왔을 때에는 포기 상태였다. 그동안 한 판도 못 이기고 내용도 항상 좋지 못해서 욕심이 아예 없었다. 첫 승리가 앞으로 자신감을 갖고 두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