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 與孟簡尙書書 - (韓愈)
○ 상서 맹간에게 드리는 글
蒙惠書云 有人傳愈近少奉釋氏者 妄也
몽혜서운 유인전유근소봉석씨자 망야
潮州時有一老僧號太顚 頗聰明識道理 遠地無所可與語者
조주시유일노승호태전 파총명식도리 원지무소가여어자
故自山召至州郭 留十數日
고자산소지주곽 류십수일
선생님의 편지 받아보니
어떤 사람이 저에게 제가 근래에 불교를 약간 받들게 되었다 하더라고
말씀하신 것은 그릇된 말입니다.
조주에 있을 적에 한 늙은 중이 있어
호를 태전이라 하였는데, 자못 총명하고 도리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먼 객지에 더불어 얘기할만한 사람도 없었던 터이라서
산으로부터 조주 외성으로 오도록 초청하여 수십 일을 머물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實能外形骸 以理自勝 不爲事物侵亂
실능외형해 이리자승 불위사물침란
與之語 雖不盡解 要自胸中 無滯○ 以爲難得
여지어 수부진해 요자흉중 무체애 이위난득
실로 육체는 도외시하고 이치를 스스로 내세움으로써
다른 일이나 물건의 침란을 받지 않았었고,
그와 더불어 얘기 할 적에
비록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하였으나
요컨대 가슴속에 걸리고 막히는 것이 없었으니
얻기 어려운 상대라 여겼습니다.
因與往來 及祭神至海上 遂造其廬
인여왕래 급제신지해상 수조기려
及來袁州 留衣服爲別 乃人之情 非崇信其法 求福田利益也
급래원주 류의복위별 내인지정 비숭신기법 구복전리익야
그래서 서로 왕래를 하게 되었고,
바닷가로 가서 해신을 제사지낼 적에
마침내는 그의 움막을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원주로 오게 되자
의복을 남겨놓고 작별을 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인정이었습니다.
불법을 존중하고 믿으며
행복과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孔子云 丘之禱久矣 凡君子行己立身 自有法度 聖賢事業 具在方冊 可效可師
공자운 구지도구의 범군자행기립신 자유법도 성현사업 구재방책 가효가사
仰不愧天 俯不愧人 內不愧心 積善積惡 殃慶自各以其類至
앙불괴천 부불괴인 내불괴심 적선적악 앙경자각이기류지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기도해온 지 오래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군자들의 행동과 몸가짐에는 자연이 법도가 있게 마련이고,
성인과 현인들의 하신 업적이 모두 책에 적혀 있어서
본받을 수도 있고 배울 수도 있습니다.
우러러 하늘에 부끄러워할 일이 없고,
굽히어는 사람들에게도 부끄러워할 일이 없으며,
안으로는 마음에 부끄러워할 일이 없습니다.
선을 쌓거나 악을 쌓으면 재앙이나 경사스런 일이
자연스럽게 각각 그 종류를 따라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何有去聖人之道 捨先王之法 而從夷狄之敎 以求福利也
하유거성인지도 사선왕지법 이종이적지교 이구복리야
詩不云乎 愷悌君子 求福不回
시불운호 개제군자 구복불회
어찌 성인의 도리를 떠나고 선왕의 법도를 버리고서
오랑캐들의 가르침을 좇아 행복과 이익을 추구할 리가 있겠습니까?
<시경>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의젓하신 군자께서 복을 구하심에 그릇됨이 없도다.”라고 말입니다.
傳又曰 不爲威○ 不爲利○ 假與釋氏能與人爲禍福
전우왈 불위위척 불위리구 가여석씨능여인위화복
非守道君子之所懼也 況萬萬無此理
비수도군자지소구야 황만만무차리
<전>에 또 말하기를
“위협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이익 때문에 마음 고생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설사 부처님이 사람에게
재난이나 행복을 줄 수 있다손 치더라도
도를 지키는 군자로서는 두려워할 바가 아닌데,
하물며 전혀 그러할 리도 없는 데에야 어떻겠습니까?
且彼彿者 果何人哉 其行事類君子邪 小人邪
차피불자 과하인재 기행사류군자사 소인사
若君子也 必不妄加禍於守道之人
약군자야 필불망가화어수도지인
또한 부처라는 분은 과연 어떤 사람입니까?
그분이 한 일이 군자와 비슷합니까? 소인과 비슷합니까?
만약 군자와 비슷하다면
반드시 도를 지키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재난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如小人也 其身已死 其鬼不靈 天地神祇 昭布森列
여소인야 기신이사 기귀불령 천지신기 소포삼렬
非可誣也 又肯令其鬼行胸臆 作威福於其間哉
비가무야 우긍령기귀행흉억 작위복어기간재
進退無所據 而信奉之 亦且惑矣 且愈不助釋氏而排之者 其亦有說
진퇴무소거 이신봉지 역차혹의 차유불조석씨이배지자 기역유설
만약 소인과 비슷하다면 그의 몸은 이미 죽었고
그 귀신은 신령스럽지 않을 것이며,
하늘의 신과 땅의 신이
밝게 빈 틈 없이 살피고 계시니 혹되었다 할 것입니다.
속일 수도 없을 것인데,
또 어찌 그 귀신으로 하여금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며
세상에 불행과 행복을 마련할 수가 있겠습니까?
나아가고 물러남에 있어 의지할 곳이 없거늘
그를 믿고 받든다면 매우 미혹하게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저는 불교를 돕지 아니하고 배척한 사람이며
그러한 나름대로의 이론이 있습니다.
孟子云 今天下不之楊則之墨
맹자운 금천하부지양칙지묵
楊墨交亂而聖賢之道不明 聖賢之道不明 則三網淪而九法○
양묵교란이성현지도불명 성현지도불명 칙삼망륜이구법두
禮樂崩而夷狄橫 幾何其不爲禽獸也
예악붕이이적횡 기하기불위금수야
<맹자>에 이르기를
“지금 천하는 양자에게로 기울지 않으면
묵자에게로 기울고 있다.” 하였습니다.
양자와 묵자가 함께 어지럽히어 성현의 도가 분명치 않게 되었고,
성현의 도가 분명치 않으면 곧 윤리가 어지러워지고 법도가 무너지게 될 것이며,
예악이 무너지면 오랑캐들이 횡행하게 될 것이니
어떻게 새나 짐승처럼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故曰 能言距楊墨者 聖人之徒也
고왈 능언거양묵자 성인지도야
揚子雲曰 古者楊墨塞路 孟子辭而闢之廓如也
양자운왈 고자양묵색로 맹자사이벽지곽여야
그러므로 이르기를,
양자와 묵자를 막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성인의 무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양웅이 말하기를, “옛날에 양자와 묵자가 길을 막았었는데,
맹자께서 물리치고 길을 열어 훤하게 하셨다.” 하였습니다.
夫楊墨行 王道廢 且將數百年 以至於秦 卒滅先王之法
부양묵행 왕도폐 차장수백년 이지어진 졸멸선왕지법
燒除經書 坑殺學士 天下遂大亂
소제경서 갱살학사 천하수대란
양자와 묵자가 함께 행해지면서 왕도가 무너지고
수백 년이 지나 진나라에 이르러는 마침내 선왕들의 법도를 망치고
경서들을 태워 없애고 선비들을 땅에 묻어 죽이게 되었으니
천하가 마침내 크게 어지러워졌던 것입니다.
及秦滅漢興 且百年尙未知修明先王之道 其後始除挾書之律
급진멸한흥 차백년상미지수명선왕지도 기후시제협서지율
稍求亡書 招學士 經雖少得 尙皆殘缺 十亡二三
초구망서 초학사 경수소득 상개잔결 십망이삼
진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일어나서도
백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선왕의 도를 닦고 밝힐 줄 모르다가,
그 뒤에야 비로소 책을 끼고 다니는 것을 금하던 법률을 해제하고
없어진 책들을 좀 구하고 학자들을 불러들임으로써,
경서들을 약간 구하지는 하였으나 모두가 없어지고
빠진 것들이 있어서 열 가운데 두 셋은 없어진 셈이었습니다.
故學士多老死 新者不見全經 不能盡知先王之事
고학사다노사 신자불견전경 불능진지선왕지사
各以所見爲守 分離乖隔 不合不公 二帝三王群聖人之道
각이소견위수 분리괴격 불합불공 이제삼왕군성인지도
於是大壞 後之學者 無所尋逐 以至于今泯泯也
어시대괴 후지학자 무소심축 이지우금민민야
그러므로 학자들은 대부분이 늙어 죽었고
새로운 사람들은 온전한 경서들을 보지 못하여
선왕들의 일을 완전히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각기 자기가 본 것만을 지키어 서로 학문이 떨어져 나가고
어긋나게 되어 합당하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게 되었으니,
요, 순과 삼대 임금들 같은 여러 성인들의 도가 이에 크게 무너져버리어
후세의 학자들로서는 다시 찾아볼 길이 없게 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잘 알아볼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其禍出於楊墨肆行而莫之禁故也 孟子雖聖賢 不得位 空言無施 雖切何補
기화출어양묵사행이막지금고야 맹자수성현 부득위 공언무시 수절하보
然賴其言 而今學者尙知宗孔氏 崇仁義 貴王賤覇而已 其大經大法
연뢰기언 이금학자상지종공씨 숭인의 귀왕천패이이 기대경대법
皆亡滅而不救 壞爛而不收 所謂存十一於千百 安在其能廓如也
개망멸이불구 괴란이불수 소위존십일어천백 안재기능곽여야
그러한 화는 양자와 묵자이 이론이 멋대로 행해지고 있어도
그것을 전혀 금하지 않았던 까닭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맹자가 비록 성현이라도 합당한 지위는 얻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연히 말만 하였지 실천은 못하는 처지라 비록 말은 절실하나 무슨 보탬이 되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분의 말씀 덕분에
지금의 학자들은 여전히 공자를 높이고 인의를 존중하며
왕도를 귀히 여기고
패도를 천히 여길 줄 알게 되었을 따름입니다.
그 위대한 강령과 위대한 법도는
모두 없어져서 찾아 볼 수 없게 되고 부서지고 썩어서
거둬들일 수 없게 되었으니,
이른바 남은 것이란 백분의 일 정도라 할 것이니
어찌 길을 원하게 할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까?
然向無孟氏 則皆服左○而言侏離矣
연향무맹씨 칙개복좌임이언주리의
故愈常推尊孟氏 以爲功不在禹下者 爲此也
고유상추존맹씨 이위공부재우하자 위차야
그렇지만 만약에 맹자가 없었다면 우리는 모두가 오랑캐들처럼
옷깃을 왼편으로 여미고 말도 오랑캐 말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맹자를 존중하면서
그 분의 공로가 우임금 못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漢氏以來 群儒區區修補 百孔千瘡 隨亂隨失
한씨이래 군유구구수보 백공천창 수란수실
其危如一髮引千鈞 ○○延延 寢以微滅
기위여일발인천균 면면연연 침이미멸
한 나라 이래로 여러 유학자들이 조금씩 수정하고 보충함으로써
백 군데에 뚫린 구멍과 천 군데의 종기가 혼란 속에 없어지기도 하였으나,
그 위태로움은 한 가닥 머리카락으로 수 천근의 무게를 꽂고 있는 모양으로
연이어지면서 점점 소멸되어가고 있는 듯한 형편입니다.
於是時也 而唱釋老於其間 鼓天下之衆而從之 嗚呼 其亦不仁甚矣
어시시야 이창석로어기간 고천하지중이종지 오호 기역불인심의
釋老之害 過於楊墨 韓愈之賢 不及孟子
석로지해 과어양묵 한유지현 불급맹자
이러한 시국에 거기에다 불교와 도교를 제창하면서
천하의 백성들을 충동하여 이에 따르도록 한다면,
아아, 그건 또한
너무나 어질지 않은 짓입니다.
불교와 도교의 해는 양자와 묵자보다도 더하나
이 한유의 현명함은 맹자에 미치지 못합니다.
孟子不能救之於未亡之 而韓愈乃欲全之於已壞之後
맹자불능구지어미망지 이한유내욕전지어이괴지후
嗚呼 其亦不量其力 且見其身之危 莫之救以死也
오호 기역불량기력 차견기신지위 막지구이사야
맹자도 아직 완전히 망하기 전에 그 형세를 구하지 못하였거늘,
이 한유가 이미 무너진 뒤에 그런 형세를 온전히 돌려놓고자 한다면,
아아, 그것은 또 그 자신의 능력도 헤아리지 못한
위에 또한 그 자신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어서
죽음으로서도 그런 형세를 구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雖然使其道由愈而粗傳 雖滅死 萬萬無恨
수연사기도유유이조전 수멸사 만만무한
天地鬼神 臨之在上 質之在傍 又安得因一○折 自毁其道而從於邪也
천지귀신 임지재상 질지재방 우안득인일최절 자훼기도이종어사야
그렇지만 그 올바른 도가 저로 말미암아 얼마간이라도 전하여지게 된다면
비록 죽어 없어진다 하더라도 절대로 한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과 땅의 귀신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계시고 곁에서 확인하고 계시거늘,
또 어찌 한 번의 실패로 말미암아
스스로 그 올바른 도를 무너뜨리고 사악함을 따를 수 있겠습니까?
籍湜輩 雖屢指敎 不知果能不叛去否
적식배 수루지교 부지과능불반거부
辱吾兄眷厚 而不獲承命 唯增○懼 死罪死罪
욕오형권후 이불획승명 유증참구 사죄사죄
장적, 황보식 같은 사람들이 비록 여러 번 가르침을 주었으나
과연 배반하지 않을 수 있을지 어떨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욕되어도 인형께서 두터이 돌보아 주고 계시나
말씀대로 따르지 못하고 보니
오직 부끄러움과 두려움만이 더해질 따름이옵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