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졌지만 십년전, 그곳은 유흥가와 술집이 나란히 두줄 골목이 100여미터 길게 들어선 곳입니다.
쇼 윈도우 같은 곳에 다섯에서 십여명의 젊고 앳되 보이는 아가씨들이 팔려나갈 물건처럼 한복을 입고 앉아 몸을 팔고 술을 파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여러개의 골목마다 커텐집, 이불집, 잡화상등, 온갖 종류의 크고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선 재래시장의 입구 근처였던 곳입니다.
아버지가 얻은 2평이 않되는 좁은 가게 안에는 온갖 종류의 계란이 층층이 20판 이상씩 쌓여 있습니다.
어제 들어온 물건, 오늘 들어온 물건, 1주일정도 묵어서 식당에 들어갈 물건, 팔기엔 시기가 지나서 노른자가 풀어지는 계란이라 우리 가족이 삶아서 먹거나 후라이를 해먹기 위해 맨 뒤쪽에 구별하여 쌓아둔 물건등이 그 좁은 공간안에 빼곡이 쌓여 있습니다.
대강 300-400판가량의 초란 소란 중란 대란 특란 왕란 쌍왕란등 크기별 가격별 각 종류대로 계란들을 쌓아놓고 시장 사람들 상대로 장사를 했습니다.
개를 키우는 농장에 밥주러 똥치우러 일하러 가거나 일하다가 자고 올때를 빼면 이곳 계란가게에서 학교를 다니며 생활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계란이 쌓아진 자리 한 뒷켠에 간이 침대를 놓아 내 잠자리를 만들어 놓았고 여기가 내 생활 터전이었습니다.
부서질듯한 허술한 책상하나를 사무실 책상겸 놓고 낮에는 소매 장사하며 판매장부를 적고 저녁에는 책도 읽고 신학 대학교 다니며 레포트를 쓰기도 하곤 하였습니다.
이 계란 가게 고객의 절반은 시장 내에서 영세식당을 하는 상인들과 커피를 파는 다방들이었고 그중엔 요즘 말하는 티켓다방의 원조격되는 그런 다방도 여럿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삼년동안 장사를 하며 인간의 가장 나약하고 본능적인 우울한 인생들을 많이 만나볼 수가 있었습니다.
나는 2평 않되는 좁은 공간안에 얇은 유리로된 양쪽 여닫이 문을 닫으면 거의 밀폐된 공간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수백판 쌓인 계란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히 공포스런 계란냄새에 머리가 띵해지고 자다가 가끔 호흡이 막혀 숨이 아득해질 때는 이러다 질식해 죽을까봐 죽음의 공포에 떨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잘때마다 내일아침도 죽지않고 살아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곤 했습니다.
더욱이 한여름 밀폐된 공간안에 문까지 걸어 잠구고 계란 상할까 염려되어 무려 세대나 되는 선풍기를 밤새 돌리며 잠잘때에는 계란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에 목이 컬컬하고 간지럽고 가래가 끓고 귓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며...
왼쪽 오른쪽 위에서 쉴새없이 불어대는 선풍기 바람에 온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어지러워 밤마다 말못할 생 지옥 고문을 당하는 느낌 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생활하며 죽을까봐 병들까봐 두려워 덜 덜 덜 앵 앵 앵 소리 내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선풍기소리에 잠 못 이룰땐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하나님께 눈물흘려 기도했습니다.
가난한 자의 설움, 고난에 처한 자의 아픔, 죽을까봐 병들까봐 두려워 떠는 젊은이의 고통을 아무 듣는 이도 없고 선풍기 소리 외엔 들려지는 소리 하나 없던 적막한 그곳에서 흐느끼며 기도하다 잠들곤 했습니다.
다방 아가씨들이 계란을 사러올 때 민망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옷을 벗었는지 입었는지 알 수 없는 가슴을 거의 드러낸 야릇한 옷차림에 허연 살 허벅지를 다 드러내고 역겨움이 올라올 정도의 짙은 화장품냄새를 뿌리며 지난 저녁 손님접대하며 술먹고 노래부르다 지친 목을 달래려고 싱싱한 계란 두어개를...
그 자리에서 쇠 젓가락으로 구멍을 깨서 쪽쪽빨아 먹고 가기도 하고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가기도 하면서 한마디씩 던져놓고 가는 이야기 속에 양지바른 장미빛 세상 속에서 볼 수 없었던 베일에 가려진 우울한 그늘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영혼의 목마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어느샌가 계란만 사러 오는 것이 아니고 지난밤에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기도 하고 이곳에까지 흘러 들어오게 된 가슴 아픈 사연들의 넋두리도 하고 신부님에게 고해성사 하러 오는 사람들처럼 나를 대했습니다.
가끔 "예수님이 있긴 있어요" "천국이 있긴 있어요" 하는 삶의 진지한 물음도 물어오고 "나같은 버림받은 몸파는 사람도 구원 받을수 있나요" 하며 되묻는 아가씨들도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볼때는 몸을 파는 술을 파는 정죄받아야 할 대상처럼 더럽고 추한 사람들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22살 청년이었던 내 눈에는 불쌍한 한 영혼들이었고 하나님을 찾는 그들의 갈급한 마음들이 가슴 아프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계란가게 아저씨 신학생이래"
"나중에 목사님 되는거래"
"30대 후반 유부남 아저씨가 아니고 22살 젊은 아저씨래"
어린나이에 않해본 일 없이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이순신 장군처럼 날카롭게 치켜올려진 눈썹에 짧은 스포츠머리에 광대뼈 튀어나온 길쭉하고도 마른 얼굴에 몸매가 깡마르고 햇볕에 얼굴과 몸이 시커멓게 그을린 나는 영낙없는 인생 험하게 살아온 30대 후반의 유부남 아저씨 몰골 이었습니다.
어느날 부터인가 나는 "계란가게 총각아저씨"라는 별칭으로 유흥가 아가씨들과 시장 상인들에게 널리 불려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있었던 3년여 시간, 일어났던 목격했던 모든 일을 적자면 책 한권 분량은 족히 나올 듯 싶습니다. 그 많은 일중에 두가지 사건만은 기억에 오래오래 남습니다.
자주 거래하던 ○○다방에 제일 작은계란(초란이나 소란)을 갖다 주었는데 오늘 수금하는 날입니다.
이곳은 업주나 포주가 따로없고 소위 물 장사하다가 독립한 대략 다섯여명의 10대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아가씨들이 함께 영업하는 곳이었는데, 나는 보통 저녁 다섯시정도에 수금을 가는데 다섯시에 가니까 다방 아가씨중 제일 큰 언니격인 아가씨가 지금은 손님이 많고 바쁘니까 조금 있다가 나중에 오라는겁니다.
그래서 두어시간 뒤에 갔더니 문 닫을시간이 저녁 10시니까 그때오면 수금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냥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계란 장사하며 기다리다 10시가 되어 수금 약속 지키려고 가게 문을 닫고 그곳에 갔습니다.
"수금하러 왔거든요"
"계란가게에서 왔어요"
"누구 안 계신가요"
불러도 다방 안은 불이 다 꺼져 있었고 숙식 하는 곳으로 보이는 작은 방 하나가 있는데 그곳에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수금해 줄테니 이쪽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방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방문 앞에서
"계란가게 총각인데요" "수금받으려고요" 했더니
"어머 계란가게 총각아저씨 왔어" "총각아저씨 문 열고 이리 들어와요"
"돈 여기 있으니까 내가 수금해 줄께" 하며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부릅니다.
애교스럽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문열고 들어와서 돈을 받으라고 하지 뭡니까?
그때까지는 별다른 의심없이 순진하게 아무 생각없이 문을 살짝 열었더니 "이게 왠 충격적인 광경입니까?" 얼굴이 화들짝 달아오르며 숨이 막혀 기절할 뻔 했습니다.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고 벌거벗은 알몸으로 내 쪽으로 바라보면서 한 여인이 서 있는겁니다.
살결이 백옥처럼 희고 그 어떤 미녀대회 미스코리아 보다 아름다운 몸매를 한 여인이 벌거벗고 서 있는데 왜이리 가슴이 두 방망아질 치고 어찌할바 몰라 정신이 황망하고 넋 나간 이처럼 정신이 아득하고 멍멍해지는 것입니다.
순간 얼른 얼굴을 다른쪽으로 휙 돌리면서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나중에 수금하러 올께요" 하며 돌아 서려는데
"잠깐만요!" 하며 내 발걸음을 붙잡으며 그 다방가게 아가씨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일부러 다른 다방 아가씨들 일찍 퇴근시키고 자신만 남았다고 합니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날(그녈) 마음껏 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미 내가 신학생인걸 알고 있었고 훗날 목사님 될 계란가게 총각 아저씨하고 한번 자보고 싶었다고 대담스러울 정도로 솔직히 말을 합니다.
매일 매일 상대하는 돈주고 몸을 사는 그런 중년의 남자들과는 어딘가 달라보이고 순수해 보여서 그래서 나하고 잠자리를 하자고 애교스럽게 청합니다.
"총각 아저씨 부끄러워 할 것 뭐있어" "차려논 음식 사양치 말고 어서 방으로 들어오라니깐" 하며 다그치며 유혹을 합니다.
수금이고 뭐고 지금 벌어진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민망하고 부끄럽고 어찌 처신해야 할지 몰라 할 사이입니다.
민망해서 고개를 돌린채 다방 아가씨의 몇 마디 이야기를 듣던 나에게 어느순간 불쑥 다가와 벗은 가슴을 내 등짝에 밀착하며 내 양 손을 꽉 붙잡는 겁니다.
어리둥절함과 당혹스러움 속에서도 "까짓거 어때" 하는 마음이 불끈 불끈 올라오며 감추어져 있던 20대 젊은이의 성적 본능이 일어나려고 합니다.
순간 마음이 흔들리려고 합니다. 그때 그 옛날 성서 속에서 하나님의 사람 요셉이 보디발의 아내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쳤던 것처럼 나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나는 하나님 믿는 자녀입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일은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하며 외치며 벌거벗은 몸으로 나를 응시하며 유혹하던 아가씨의 두 손을 뿌리치며 도망치듯 허겁지겁 그 다방을 달려 나왔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거부할수 없이 다가오던 유혹을 떠올리면서 하나님의 일꾼으로 살아갈 앞으로도 돈의 유혹이든, 성의 유혹이든, 명예의 유혹이든 나를 타락시키고 하나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든 세상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내야 함을 상기시키게 됩니다.
두 번째 잊지못할 기억은 계란가게에서 선풍기 소리와 씨름하다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가게문 앞쪽 내가 잠자는 머리맡 앞, 그곳 하수구 앞에서 누군가 오열하며 우웩하며 내장까지 쏟아낼 정도로 토를 하며 울부짖듯이 욕을 퍼부어대기 시작합니다.
제(고한영 목사)가 눈물 쓴 천국 체험 간증기 "하나님은 하나님이신 것을(천우刊)" 중에서 내용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저희 카페는 "하나님은 하나님이신 것을" 책을 소개하고 신앙 생활속에 경험하는 천국(지옥)체험과, 꿈 해석, 영들 분별함, 나만의 신앙간증, 성령체험, 은사체험, 예언사역(상담)과 그에 대한 실제적인 궁금점들과 고민들 영들 분별함의 해결책 그리고 올바른 성령 사역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배울수 있는 카페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저자의 답변도 직접 들을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