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식 준비로 오전이 분주해요.
그런데 은정이가 계속 옆에서 어디로 가지 못하게 붙잡아요.
왜 그런지 물어도 대답도 안 해주고 그냥 그럴 일이 있다고만 합니다.
궁금해도 묻지 못하고, 수료식 준비도 못하고
오전 내내 은정이와 2층 열람실에서 이야기 했어요.
그런데 해주에게 전화가 옵니다.
“선생님, 오늘 졸업식해요?”
“응? 무슨 말이야? 수료식은 내일인데..”
“아니요. 선생님 졸업식 오늘 한다고 효정이 언니가 문자왔던데...”
“응?”
“선생님 졸업식 몇 시에 해요? 12시에 하는 거 맞아요? 12시까지 가면 되나요?”
놀라서 아래층에 있는 우석선배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옆에 있던 은정이와 우석선배 모두 놀라서 정지 상태가 되어요.
우석선배 힘없이 12시라고 말해줘요.
해주에게 12시에 졸업식을 한다고 알려주고 전화를 끊으니
은정이가 절망한 표정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는 다른 선생님들께 이야기 하니 다른 선생님들도 실망한 표정입니다.
내가 전화를 잘못 받은 것처럼 미안해져요.
아이들이 설레이면서 준비했는데 미리 알아서 실망하니 말이예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꼼짝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2층 열람실에 있었지요.
그리고 얼마 후 교수님이 도착했다고 우석선배가 알려주어요.
김환준 교수님과 98학번 박진영선배가 저 졸업시켜주러 온다고 했었는데 도착했다는 것이지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니 교수님과 선배, 동기와 후배 두 명도 함께 왔습니다.
꼬불꼬불한 길을 3시간이나 달려서 도착했다고 해요.
고마운 마음에 어쩔 줄 몰랐어요.
수박 3통과 포도 한 상자를 가지고 오셨어요.
아이들도 기뻐하면서 서로 수박을 들어요.
수박 들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조금씩 힘을 모아서 돌아가면서 수박을 들어서 도서관에 가져가요.
그리고 교수님께 활동을 말씀드리고 아래에 있으니
비밀의 방에서 아이들이 나와서 동그란 계단 쪽까지 두 줄로 서서 노래를 불러줘요.
그리고 제게 올라오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두 줄로 나란히 서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을 들으면서 비밀의 방에 갔어요.
비밀의 방 벽에 ‘박아름 선생님 졸업 축하해요.’라고 붙어 있어요.
그리고 교수님과 진영선배가 졸업장 같은 것을 가지고 들어와요.
모두 졸업장을 주러 왔냐고 물었더니
졸업장은 학교에서 따로 받으라고 말씀하시고는 감사장을 주신답니다.
학교의 동료들이 주는 감사장.
그 내용이 참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눈시울을 붉힙니다.
농담처럼 졸업시켜주겠다며 멀리까지 와서 참 감동스러운 내용의 감사장을 줍니다.
그것을 듣고 동료들이 감동을 받았는지 울어요.
참 고마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감사장과 꽃을 받기만 했어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준비한 ‘마법의 성’을 불러주어요.
아이들이 하나 되어 준비한 노래. 참 감미롭고 감동적 이예요.
미리부터 노래를 연습하고 맞추어보면서 준비한 아이들이 참 고마워요.
이렇게 선생님 졸업을 준비한다고 아침부터 아이들 내에서 역할분담을 하고,
비밀의 방을 꾸미고, 노래 연습을 한 아이들에게 참 고맙습니다.
아이들의 정성이 담겼기에 그 하나 하나가 귀하고 소중합니다.
내가 들었던 어떤 노래보다 감동스러웠습니다.
광활 일정과 겹쳐서 졸업식에 갈 수 없는 제자를 위해
멀리까지 한 걸음에 달려와 주신 교수님과 진영선배, 동기와 후배들에게 고맙습니다.
비록 학사모는 없지만 어느 누구보다 빛나는 졸업식을 했습니다.
꾸민 글씨 속에 있는 아이들이 그린 학사모가 있었고,
졸업장 보다 더 뜻깊은 감사장도 받았고,
아이들의 축하와 노래 선물도 받았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거예요.
광활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복은 제가 전부 누리고 가는 거 같아서 참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준비한 생일파티도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철암에서, 도서관에서 졸업식을 하는 것도 처음이겠지요?
처음으로 하는 것이 많아서 기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다 준비하고 함께 해 준 것이 무엇보다 잊지 못할 거예요.
아이들에게 받은 이 축하 꼭 잊지 않겠습니다.
항상 아껴주고 때때마다 챙겨주는 우리 철암어린이도서관 아이들,
광활 8기, 김동찬선생님, 박미애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첫댓글 졸업 축하해요. 철암어린이도서관에서 맞이한 대학교 졸업식을 평생 못 잊겠다. 아름이는 복 받았습니다.
아름이 졸업이었구나...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대학 교육 과정을 잘 마친 것도 축하하고, 아이들에게 그리고 교수님과 선배 동료 후배들에게 감동적인 졸업축하를 받은 것도 축하합니다. 어느 곳에 가든지 이렇게 사랑과 감동을 소통시키는 복덩이, 아름이는 그렇게 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