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마지막 날
발전소 견학
해운대 구시가지 골목 안쪽에 눈길을 끄는 간판이 보인다. 바로 ‘주력발전소’다. 젊은 날 사하구 감천동과 기장 고리에 발전소를 짓기 시작하거나 준공할 때 함께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가난했지만 풋풋한 젊음에다 예비군복까지 걸쳤으니 그땐 겁날 게 별로 없었다. 우린 그렇게 1960~70년대를 관통했고 행사장에서 ‘우리도 한 번 잘살아보자’던 카랑카랑한 음성의 대통령 훈시도 잊히지 않는다.
해운대 신시가지가 들어설 때는 현직이어서 열병합발전소가 그곳에 준공된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골목 안에 발전소라니 참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로로 제법 규모를 갖춘 간판은 ‘주력’을 황색으로, ‘발전소’를 백색으로 나타냈다. 굵은 고딕체였고 밑엔 네이버 검색창 표시와 전화번호까지 붙이고 있었다. ‘해운대시장 쪽 일방통행 끝나는 지점 골목 안’으로 알리고 있지만 해운대구청 뒷골목이라야 빠르게 찾을 것 같았다.
어두운 조명 원탁테이블 입구에 소주병 뚜껑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옛날 주막집 같은 분위기다. 주당들이 만나서 에너지를 만드는 곳이라고 주력발전소라 했다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가끔씩 만나 뵙다가 근래는 뜸했던 부산문단 원로 두세 분을 주력발전소에 모시고 싶은 것은 발전소 견학 후 문학작품을 쓸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여든 고개를 넘기고도 열정적인 활력을 보이는 분들이다.
김석규 시인과 강중구 허정 수필가 세 분 외에 재직 때 고리원자력이 곤경에 빠졌을 때 크게 공헌한 장정규 박사와 발전소 은퇴자모임을 맡고 있는 정정고 회장 그리고 강원도와 부산에서 발전소 근무 후 변전소장을 역임했던 박덕길 인형, 한전전우회 부산지회 여성회원 1호 홍외자 여사 그의 다정한 후배 이미경 여사 등을 견학행사에 초대합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 저녁 6시에.
주력발전소는 한자로 酒力發展所라 쓴다. 벽에는 서예작품들이 나붙었고 게시된 글에 諸行無常 於斯 下心 諸法無我라는 것도 보이니 받아들이는 건 각자의 몫일 터이다. 얼음물을 약수터 바가지에 담아서 내주면서 낭만을 얘기한다. 이색적인 분위기의 술집이라 주당들은 마음 맞는 친구들과 찾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두부김치와 미역국이 기본안주로 나오는데 생선구이 철판볶음 등 안주류도 있다. ‘돼지 오징어 주꾸미가 고추장에 빠진 날’ 안주도 있다.
010-8737-8358
(051) 744-1231
NAVER ‘주력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