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드라마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연이 반복돼 사랑하게 된 열정적인 단 한 명의 연인과, 내가 무슨 짓을 하든 항상 따뜻한 위로만을 건네는 친구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내 영웅적인 활약에 박수를 보내는 일터가 존재한다면. 그뿐인가. 한 시즌 마무리할 때마다 만사가 착착 정리되고, 눈 깜짝하면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 무한한 가능성의 새 일상이 펼쳐진다면. 불행히도 드라마처럼 매끄럽고 깔끔한 인생은 없다. 인생은 때로 구질구질하고, 주로 너저분하다. 티빙(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은 이런 ‘현실 인생’을 다뤘다. 연인은 나를 떠나고, 친구는 내게 쌍욕을 하며, 직장은 나를 소진시킨다.
위소영 작가(38)는 작품 속 주인공들만큼이나 꾸밈이 없었다. 그는 <술도녀>가 “아르바이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했던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오죽하면 한지연 역을 맡은 배우 한선화가 배역 수락을 망설이자 “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된다. 저도 하고 싶어서 한 작품 아니다. 하고 싶은 작품이 있는데 ‘드럽게’ 안 풀려서 어쩌다 보니 하게 됐다. 작품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했다. 위 작가의 말에 한선화는 답했다. “왜 이렇게 내 인생이랑 똑같지? 작가님, 이 작품 꼭 성공시켜 드릴게요.”
주인공들의 진한 우정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상황이 다르다. 전교 수석을 다투던 이들이 자라 직업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성공을 거두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달리, <술도녀> 주인공들은 여러 면에서 처참히 실패한다. 소희, 지구, 지연은 아등바등 안착한 첫 직장에서 쫓겨나듯 나온다. 새로 구한 직장도 변변찮다. 첫 사랑은 물론 두 번째 사랑도 이뤄지지 않는다. 성격도 모났다.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너무 우악스럽고, 사람을 잘 믿지 못한다. 기분이 계속 오락가락한다. 어딘가 많이 부족한 세 여성이 각자의 너저분한 일상을 꾸역꾸역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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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녀>에는 작가가 겪은 사랑과 우정의 경험이 녹아있다. 위 작가는 “매번 열심히 사랑하는 편인데 매번 실패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랑은 끝나면 원점, 도루묵이 됐다”며 “반면 우정은 보험처럼 축적이 되더라. 그렇다고 사랑을 등한시 하라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말도 열려있다. 그는 “술 되게 좋아하는 세 여자 아이들이 ‘한잔 적시는’ 이야기인데 딱 어떤 결말이 있는 거야 말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사가 그렇다. 대단한 매듭을 짓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첫댓글 술도녀봐야지
술도녀2 기다리는중 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