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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6. 6.15~17 (2박3일) □ 지 역 : 백담사-대청봉-천불동계곡-설악동매표소 □ 날 씨 : 맑음,흐림,맑음 □ 총산행시간 : 19시간 □ 산행 거리 : 총 20㎞ □ 산행코스 첫째날 ○ 09:50 서울 강변역 동부터미널 출발 ○ 11:40 백담사입구도착 ○ 12:30 백담사도착 ○ 16:30 수렴동대피소(1박) 둘째날 ○ 07:30 수렴동대피소 출발 ○ 10:30 봉점암 ○ 12:00 소청대피소 ○ 15:00 중청대피소 ○ 14:00 대청봉 ○ 15:30 중청대피소(1박) 세째날 ○ 04:30 대청봉 ○ 09:30 중청대피소출발 ○ 11:00 희운각대피소 ○ 12:00 양폭산장 ○ 14:00 비선대 ○ 15:00 설악동주차장 ○ 15:40 속초출발 ○ 21:30 동서울터미널 도착--------------------------------------------------------------------------- 얼마나 일탈을 꿈꾸었던가... 삶을 짓누르는 밥벌이의 따분함과 그 고단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보름간의 철야작업으로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고 지쳐있는 심신을 달래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떠난 설악산... 20년지기 친구와 시간을 맞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용대리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얼마나 졸았을까... 간밤까지 호우주의보에 정신없이 쏟아지던 빗줄기는 오간데 없고 너무나 파란 하늘과 구름이 나그네를 반긴다. 백담사입구에 도착해 부랴부랴 미리 짜둔 식단대로 식거리를 사서 주섬주섬 주어담고는 꿈에도 그리던 산행길을 나선다. 백담사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백담계곡으로 출발 맑고도 맑은 계곡물은 간밤까지 내린 비 덕분에 많이 불어있었다. 계곡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는다. 세상 부러운 것 하나 없는 냥 백담의 맑은 공기를 만끽한다. 평일이다 보니 산행은 한적하다 못해 적막하다. 오직 우리의 발소리와 가끔씩만나는 산님들만의 소리만이 계곡의 물소리와 섞이며 흐를뿐이다. 걸음걸음마다 지난 회한과 후회를 묻고 간다. 큰 산은 넉넉하게 나의 속울음을 받아주고 있었다. 소망은 작은 돌 하나 하나에 담겨 계곡을 메우고 있었다. 친구는 어떤 바램을 담아 돌하나를 남기고 왔을까... 오늘은 여기까지다. 애초에 무리하지말고 천천히 쉬엄쉬엄가고자 하지 않았는가... 우리의 삶은 그동안 너무나 숨이 가빴다. 우리는 쉴테이다. 수렴동산장에 짐을 푼다. 산장은 계곡 물소리로 우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배낭을 풀고 하룻밤 묶을 값을 치루고 자리를 잡고 앉는다. 해가 지려면 멀었지만 우리에겐 한 잔 술 나눌 거리가 충분하지 않은가... 천천히 저녁을 준비한다. 된장찌게와 삼겹살 그리고 소주... 시원한 계곡바람속에서 우리는 술한잔을 나눈다. 마침 하룻밤을 같이 묵게된 울산에서 오셨다는 백선생님과 자리를 함께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친해질 수 있는 곳... 맘터놓고 산 이야기... 인생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산장에도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언제 잠자리에 들었는지도 모르게 넓은 대피소안에서 셋이 모여 잠을 자고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주섬주섬 아침을 준비하고 곤하게 자고 있는 두 사람을 깨워 아침식사를 한다. 이른 아침이지만 제법 많은 산님들이 오고 간다. 아침을 먹고 백선생님은 공룡을 타시러 가시고 오후에 중청대피소에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본격적으로 수렴동계곡에 들어선다. 용아장성릉을 옆에끼고 아직까진 갈만한 계곡길을 천천히 내닫는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아주머니들과 스님 일행과 엇갈려가면서... 몸을 던지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맑은 계곡... 그러기엔 아직 물이 차다. 돌틈사이 질긴 생명력은 그림같은 풍경을 보여주고... 얼마못가 들른 영시암에서 찬물로 목을 식히고 뒷뜰의 텃밭을 바라보며 어제 떠나온 그 곳에서 얼마나 많은 욕심을 부리며 살아왔는지... 나를 돌아본다. 곳곳에 폭포들은 우릴 또 얼마나 반갑게 맞아주는지... 천불동계곡과는 또 다른 멋을 주는 계곡이다. 너무 좋다. 한동안 멈춰서서 물소리,새소리와 하나가 되어본다. 신록이 물들이는 설악의 하늘은 눈이 시리다. 날씨가 어제만은 못하다. 시간이 갈수록 흐려지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비가 올것도 같고... 그래도 상관없다. 쌍폭에 도착한다. 두 계곡의 폭포가 떨어진다고 해서 쌍폭인가보다. 사진엔 안나오지만 왼쪽에 폭포하나가 더 있다. 쌍폭엔 쉬어갈 쉼터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그냥 갈 수 없어서 자리에 누워 한참을 눈을 감아본다. 눈위로 부셔지는 햇살은 바람의 흔들림대로 따라 춤추며 눈거풀을 간지럽히고... 그 간지럼에 다시 스틱을 잡고 일어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길이다. 껄떡고개라 했던가... 그야말로 숨이 껄떡껄떡 넘어간다. 뱀도 몇 마리 만나고... 별로 안반갑다. 죽을 힘을 다해 봉정암입구의 사자바위에 오른다. 탁트인 시야속에 보이는 용아장성능... 맘놓고 조망하기엔 바람이 심상치 않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정도로 바람이 불어대고... 늘 그렇듯이 숨이 막힐 정도로 오르막에 오르다보면 내가 여기 왜 왔는지... 후회막심을 하게되지만 탁트인 능선위를 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저 웃고만 있다. 사자바위에서 조금더 가면 만나는 봉정암 불공을 드리러온 많은 분들이 계시고... 두어시간 그나마 힘들었다고 퍼질러 앉아 쉬어본다. 깊은 산중의 커피자판기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게다가 공짜아닌가... 기웃거리다가 주먹밥도 주워와 우물우물 먹으며 산사의 오후를 바라본다. 여기서 소청을 지나 중청대피소까지 갈려면 반드시 이곳에서 식수를 보충해가야한다. 소청대피소는 150미터를 내려가야 샘터가 있고 중청대피소는 물인심이 박하기 때문이다. 뭐 사마시면야 할 수 없지만... 봉정암에서 한시간을 더 올라가면 소청대피소가 있다. 한눈에 용아장성능을 조망할 수 있어 사진작가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곳... 그리고 가족단위로 잘 수 있는 유일한 산장이기도 하다. (6인기준 한 방에 4만원이란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을 데리고 와보고 싶다. 날씨가 않좋더니 시야가 흐려지고 빗방울도 간간히 뿌리기 시작한다. 안개가 몰려오고... 서둘러 점심을 해먹고 쉬고자 했으나 거세지기 시작하는 바람탓에 그저도 포기한다. 설악산의 다람쥐들은 분명 훈련을 받고 방사된 놈들임에 틀림없다. 사람을 겁내기는 커녕 먹이를 달라고 졸졸 주위를 맴돌다가 맘씨좋은 등산객이라도 만나면 바로 손에 달려들어 먹이를 챙겨간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점심을 먹고 우리가 올라온 길을 내려다본다. 벌써 이맘큼이나 올라왔구나... 한 걸음 한 걸음씩 오다보니 여기까지 와있구나... 인생이 팔십이라면 이미 반을 살았다. 나머지 반도 잘 살아야 할텐데... 소청대피소에서 희운각과 중청의 갈림길을 지나자 드디어 대청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년겨울, 눈보라 치던 밤에 중청에 섰던 생각에 잠시 상념에 잠겨보고... 목적지를 향해 스틱을 내딛는다. 공룡도 보이고... 오후 두시도 안되어 중청대피소에 도착한다. 바람은 너무나 거세졌고 기온은 뚝 떨어져있다. 게다가 대피소는 공사중이었다. 옆자리에 돗자리깔고 한숨자려던 계획을 수정해야만한다. ... 그런데 저 포크레인은 도대체 어찌 올라와있단 말인가... 내일은 저기로 내려가야한다. 5시에 입실을 할 수 있으니 하는 수 없다. 대피소안 대기실에 돗자리를 깔고 자는 수밖에... 두어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공룡을 타고 오신다던 백선생님이 오셨다. 참 빠르기도 하시지... 내일은 12선녀탕계곡으로 내려가신다는데... 정말 존경스럽다 못해 경외롭기까지 하다. 북적대는 대피소지하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해먹고 일곱시도 안되어 잠자리에 든다. 내일 일출이 멋져야 할텐데... 일출시간은 새벽 5시5분... 4시반에 일어나 대청봉을 오른다. 구름이 많이 끼어있다. 별 기대없이 오르긴 하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몸을 가눌수도 바람을 피할 곳도 없다. 모 증권회사에서 단체로들 수련회를 온 모양인데... 사람들 사이에서나 바람을 피해볼 수 밖에... 구름사이로 해가 잠시 보였다가 사라진다. 언제나 온전히 동해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아침햇살을 받고 있는 중청대피소와 중청... 이 한컷을 찍기위해 필름을 석장을 버려야했다. 바람이 너무 세서 사진이 모두 흔들려버린것이다. 아까운 내 필름... 벨비아... 설악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이만큼 잘 올라왔으니... 내리막길도 잘 가야지... 공룡과도 인사하고... 내 언젠간 널 꼭 타리라... 희운각과 양폭을 지나 그 지겨운 너덜바위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내딛는다. 정말이지 이 길은 너무너무 싫다. 언제 또 만날까... 설악의 아름다운 능선들을... 아쉬움에 셔터에 손이 간다. 천불동계곡에 들어선다. 양폭에서 마신 캔맥주에 다리가 풀린다. 이곳엔 바람도 없다. 계속 계곡에 들낙날락 몸을 식히며 걷는다. 늦은 점심과 동동주한잔 그리고 나물전으로 3일간의 산행을 정리하고... 설악동을 빠져나와 집에 가는 버스에 오른다. 산은 나에게 항상 손을 내민다. 넉넉한 품으로 ... 때론 모진 비바람으로... 항상 오르기만 하지말고 뒤도 돌아보며 살으라고 일러준다. 그곳에 산이 있었다. 서울로 가는 버스안에서... 밥벌이의 지겨움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언젠가 또다시 날 맞아줄 산을 바라다 본다. 산은 그렇게 거기에 있었다. 촬영데이타 contax G1 | G 2/45mm | RVP / e100VS | epson 4870 film scan |
첫댓글 늘 그렇듯이 숨이 막힐 정도로 오르막에 오르다보면 내가 여기 왜 왔는지... 후회막심을 하게되지만 탁트인 능선위를 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저 웃고만 있다. 딱~맞는말입니다 그림잘보고갑니다
멋진 풍경과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멋지네요,,,
몇년전에 똑 같은 코스로 가려고 수렴동 산장에서 자던중 폭우로 쫓겨 내려왔던 적이 있습니다. 멋진 산행이었네요. 멋진 사진과 글 잘 보고갑니다.
잘보고갑니다,,,멋진 픙경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저도 16일과 17일 서북능선으로 해서 공룡과 데이트하고 왔는데 멋진 광경에 아직까지 힘나네요..
스크렙해서 보관해두었다가 ,,,,, 언젠가 님이 간길로 가보고 싶습니다...멋있는 일탈입니다...일탈을 꿈꾸며....
멋진 사진 잘 감상 했습니다....
무박으로 갔다왔던 공룡이 그리운 이유는? 님때문에 다시가보고싶습니다..^&^
멋진 일탈입니다!!!
한계령에서시작해 희운각에서 하루묵고 공룡으로 마등령에서 백담사로 가보고 싶습니다...
오색에서 대청봉 중청소청가서 봉정암으로 해서 수렴동계곡으로 가을에 단풍을 따라 갔던 기억...백담사까지...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설악을 언제나 설레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너무조아서 가져가요 나도 이대로 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