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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불여(吾不如)
나는 누구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자신의 능력을 알고 처세에 임한다는 말이다.
吾 : 나 오(口/4)
不 : 아닐 불(一/3)
如 : 같을 여(女/3)
출전 : 사기(史記) 卷08 고조본기(高祖本纪)
이 성어는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이 자신이 천하를 통일한 이유를 설명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다. 사기(史記) 卷08 고조본기(高祖本纪)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고조(高祖; 유방)가 낙양의 남궁(南宮)에서 주연을 베풀었다. 고조가 말했다. '열후와 장수들은 감히 짐에게 숨김없이 속내를 말해 보시오.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며,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은 무엇이요(高祖置酒雒陽南宮. 高祖曰: 列侯諸將無敢隱朕, 皆言其情. 吾所以有天下者何, 項氏之所以失天下者何)?'
고기(高起)와 왕릉(王陵)이 답했다. "폐하는 오만하시어 다른 사람을 모욕하지만 항우는 인자하면서도 사람을 아낄 줄 압니다. 그러나 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성을 공격해 땅을 점령하게 한 뒤 항복을 받아 낸 자에게 그곳을 주어 천하와 이로움을 함께하셨습니다(高起王陵對曰: 陛下慢而侮人, 項羽仁而愛人. 然陛下使人攻城略地, 所降下者因以予之, 與天下同利也).
항우는 어질고 재능있는 자를 시기해 공이 있는 자에게 해를 끼치고 어진 자를 의심하며 싸움에 이겼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공적을 주지 않고 땅을 얻고서도 다른 사람에게 이로움을 나누지 않았으니, 이것이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입니다(項羽妒賢嫉能, 有功者害之, 賢者疑之, 戰勝而不予人功, 得地而不予人利, 此所以失天下也)."
그러자 고조가 말했다. "그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아직 모르는구려. 무릇 군 막사에서 군사를 운용하고, 천리 바깥의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내가 자방만 못하다(高祖曰: 公知其一, 未知其二. 夫運籌策帷帳之中, 決勝於千里之外, 吾不如子房).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어루만지며, 군량을 마련해 보급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내가 소하만 못하다(鎮國家, 撫百姓, 給餽馕, 不絕糧道, 吾不如蕭何).
백만 대군을 이끌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기필코 취함은 내가 한신(韓信)만 못하다(連百萬之軍, 戰必勝, 攻必取, 吾不如韓信).
이 셋은 모두 뛰어난 인재인데 내가 그들을 기용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다(此三者, 皆人傑也, 吾能用之, 此吾所以取天下也).
항우는 범증(范增) 한 명도 제대로 쓰지 못했으니, 이것이 나에게 사로잡힌 이유이다(項羽有一范增而不能用, 此其所以為我擒也)."
(史記/卷08 高祖本纪)
史記列傳(사기열전)
卷101 袁盎鼂錯列傳(원앙조조열전)
원앙조조열전(袁盎鼂錯列傳)은 전한(前漢)의 관료인 원앙(袁盎)과 조조(鼂錯, 晁錯)에 대한 합전(合傳)이다.
◼ 원앙(袁盎)
원앙(袁盎)은 초(楚)나라 사람으로 자는 사(絲)이다. 서한(西漢) 시대의 대신으로 개성이 강직하고 재간과 담력이 있었다. 서슴없이 직간(直諫)을 하여 한 문제(漢 文帝)의 노여움을 사서 농서도위(隴西都尉), 오상(吳相)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한경제(漢景帝)가 즉위한 후에 오초칠국(吳楚七國)의 반란이 일어나자 조조(晁錯)를 주살할 것을 간청하여 제후들의 원망을 잠재웠다. 그 공으로 태상(太常)이 되고, 오(吳)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반란을 평정한 후에 초(楚)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이 장에서는 원앙의 강직함을 서술하는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강직하게 간언하여 환관 조담과의 관계가 악화된 것과 황제에 대한 거침없는 질책, 신도가의 예의 없는 행동에 대한 면전 비판 등을 기술하고 있다.
○ 袁盎常引大體慨.
원앙은 항상 대국적인 도리를 인용하여 격앙되어 강개 있게 말했다.
宦者趙同以數幸, 常害袁盎, 袁盎患之.
환관 조담(趙談)은 여러 차례 황제의 총애를 받았는데, 항상 원앙을 해치려고 했기 때문에 원앙은 그것을 우려했다.
盎兄子種為常侍騎, 持節夾乘, 說盎曰: 君與鬬, 廷辱之, 使其毀不用.
원앙의 조카 원종(袁種)은 상시기(常侍騎)로서 부절(符節)을 지니고 황제의 곁에서 호위하였는데 원앙에게 이렇게 권고했다. '숙부님께서 조담과 암투를 벌이고 있는데,조정에서 그에게 모욕을 주어 그의 비방을 받지 않도록 하십시오.'
孝文帝出, 趙同參乘, 袁盎伏車前曰: 臣聞天子所與共六尺輿者, 皆天下豪英. 今漢雖乏人, 陛下獨奈何與刀鋸餘人載.
어느날 효 문제가 순시를 나갈 때 조담이 황제를 모시고 수레에 동승했는데 원앙이 수레 앞에 엎드리며 말했다. '신은 천자께서 육척의 수레에 함께 태우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천하의 호걸과 영웅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 비록 한(漢)나라에 인재가 없다고 하나 폐하께서 어찌하여 환관 나부랭이를 수레에 함께 태우십니까!'
於是上笑, 下趙同. 趙同泣下車.
이에 황제는 웃으면서 조담을 내리게 했다. 조담은 눈물을 흘리면서 수레에서 내렸다.
○ 文帝從霸陵上, 欲西馳下峻阪. 袁盎騎, 并車擥轡.
효문제가 패릉(霸陵) 산위에서 서쪽의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수레를 몰고 내려가려고 했다. 이때 원앙은 말을 타고 접근하여 수레를 끄는 말의 고삐를 잡았다.
上曰: 將軍怯邪.
황제가 말했다. '장군은 겁이 나는가?'
盎曰: 臣聞千金之子坐不垂堂, 百金之子不騎衡, 聖主不乘危而徼幸.
원앙이 말했다. '신은 천금을 가진 집의 아들은 마루 끝에 앉지 아니하고, 백금을 가진 집의 아들은 누대의 난간에 걸터앉지 않으며, 성군은 위험한 것을 타고서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今陛下騁六騑, 馳下峻山, 如有馬驚車敗, 陛下縱自輕, 柰高廟, 太后何.
그런데 지금 폐하께서 여섯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몰아 험준한 산비탈을 내달려 내려가려고 하시는데, 만일 말이 놀라 수레가 부서지게 되면 폐하 자신의 몸은 하찮게 보시더라도 고조(高祖)의 사당과 태후(太后)를 장차 어찌 하시겠습니까?'
上乃止.
이에 황제는 그만두게 하였다.
○ 上幸上林, 皇后慎夫人從.
황제가 상림원(上林苑)에 행차했을 때 두황후(竇皇后)와 신부인(愼夫人)도 따라갔다.
其在禁中, 常同席坐.
그녀들은 궁중에 있을 때에 항상 나란히 앉았다.
及坐, 郎署長布席, 袁盎引卻慎夫人坐.
상림원에서 좌석을 마련할 때도 낭서장(郎署長)이 동석의 자리를 만들자 원앙이 일부러 신부인의 좌석을 뒤로 밀어놓았다.
慎夫人怒, 不肯坐. 上亦怒, 起, 入禁中.
신부인이 노하여 자리에 앉지 않았다. 황제 또한 노하여 일어나 궁중으로 돌아가 버렸다.
盎因前說曰: 臣聞尊卑有序則上下和.
원앙은 이 때문에 황제 앞으로 나아가 설득하여 말했다. '신은 존귀함과 비천함에 질서가 있어야 위 아래가 화목하다고 들었습니다.
今陛下既已立后, 慎夫人乃妾, 妾主豈可與同坐哉. 適所以失尊卑矣.
지금 폐하께서는 이미 황후를 책봉하신 후에 신부인은 첩에 불과하니, 첩과 정처(正妻)가 어찌 나란히 앉을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바로 존귀함과 비천함의 분별을 잃은 까닭입니다.
且陛下幸之, 即厚賜之. 陛下所以為慎夫人, 適所以禍之.
또한 폐하께서 신부인을 총애하신다면 그녀에게 후하게 상을 내리십시오. 폐하께서 하신 행동은 신부인을 위한 것이었지만 바로 신부인에게 재앙이 되는 일입니다.
陛下獨不見人彘乎.
폐하께서는 혹시 여태후가 척부인을 인간 돼지로 만든 일을 알지 못하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於是上乃說, 召語慎夫人. 慎夫人賜盎金五十斤.
이 말을 들은 황제는 비로소 기뻐하며 신부인을 불러 원앙의 말을 알려주었다. 이에 신부인은 원앙에게 황금 50근을 하사했다.
○ 然袁盎亦以數直諫, 不得久居中, 調為隴西都尉.
그러나 원앙은 역시 여러 차례 직간(直諫)을 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조정에 머물지 못하고 농서(隴西) 도위(都尉)로 좌천되고 말았다.
仁愛士卒, 士卒皆爭為死.
원앙은 병사들을 어질고 자애롭게 보살폈기 때문에 병사들은 모두 그를 위한 일이라면 앞을 다투어 목숨을 돌보지 않을 정도였다.
遷為齊相.
뒤에 원앙은 제(齊)나라의 재상으로 승진하였다.
徙為吳相, 辭行, 種謂盎曰: 吳王驕日久, 國多姦.
이어 오(吳)나라의 재상으로 자리를 옮겼고, 작별 인사하고 오나라로 떠나려 할 때 조카인 원종(袁種)이 원앙에게 일러 말했다. '오왕(吳王)은 교만에 빠진지 오래되었고, 그 나라 안에는 간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今茍欲劾治, 彼不上書告君, 即利劍刺君矣.
지금 만약 숙부님이 그들을 죄상을 들추어내 처벌하려 한다면 그들은 폐하께 상서를 올리지 않으면 날카로운 검으로 숙부님의 목숨을 노릴 것입니다.
南方卑溼, 君能日飲, 毋何, 時說王曰毋反而已. 如此幸得脫.
남방은 지대가 낮고 습한 곳이니 숙부님께서는 그냥 날마다 술이나 드시고, 정사는 일절 거론하지 마시고 가끔 오왕에게 조정을 배반하지 말라고 권고만 하시면 됩니다. 이와 같이 한다면 다행히 화를 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盎用種之計, 吳王厚遇盎.
원앙이 원종의 계책을 받아들여 그대로 따르니, 오왕이 원앙을 후하게 대접했다.
○ 盎告歸, 道逢丞相申屠嘉, 下車拜謁, 丞相從車上謝袁盎.
원앙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승상 신도가(申屠嘉)를 만나 수레에서 내려 배알했지만 승상은 단지 수레 위에서 형식적으로 원앙에게 답례했다.
袁盎還, 愧其吏, 乃之丞相舍上謁, 求見丞相. 丞相良久而見之.
원앙은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하니 자기의 부하 관리들에게 부끄러워 승상의 관저로 가서 직접 뵙기를 청했다. 승상은 한참 지나서야 그를 접견했다.
盎因跪曰: 願請閒.
원앙은 바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좌우의 사람들을 물리쳐 주십시오.'
丞相曰: 使君所言公事, 之曹與長史掾議. 吾且奏之. 即私邪, 吾不受私語.
승상이 말했다. '만일 공이 하고자 하는 말이 공적인 일이거든 관청에 가서 장사(長史)나 아전들과 상의하게 하시오. 그러면 내가 황제께 보고하겠소. 만일 사적인 것이라면 나는 비밀리 이야기하지 않겠소.'
袁盎即跪說曰: 君為丞相, 自度孰與陳平絳侯.
원앙은 곧 무릎을 꿇은 채 설득하며 말했다. '공께서는 승상으로 계시면서 스스로 헤아려서 진평(陳平), 강후(絳侯)와 비교하여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丞相曰: 吾不如.
승상이 말했다. '나는 그들만 못합니다.'
袁盎曰: 善, 君即自謂不如.
원앙이 말했다. '좋습니다. 승상께서는 스스로 그들보다 못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夫陳平絳侯輔翼高帝, 定天下, 為將相, 而誅諸呂, 存劉氏.
대저 진평과 강후는 고조를 보좌하여 천하를 평정했고, 장군과 재상이 되어서 여씨 일족을 주살하여 유씨의 왕조를 보전시켰습니다.
君乃為材官蹶張, 遷為隊率, 積功至淮陽守, 非有奇計攻城野戰之功.
그런데 승상께서는 재관 부대의 궁노수로서 대장(隊長)으로 승진하셨고, 공을 쌓아 회양(淮陽)의 군수가 되었지 기이한 계책을 낸 것도 아니며 성을 공략하여 야전에서 전공을 세운 것도 아닙니다.
且陛下從代來, 每朝, 郎官上書疏, 未嘗不止輦受其言, 言不可用置之, 言可受採之, 未嘗不稱善. 何也.
또한 폐하께서는 대(代) 땅에서 오신 이래로 매번 조회를 할 때마다 낭관(郎官)들이 상주서를 올리면 폐하께서는 타시던 가마를 멈추게 하시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으신 적이 없었으며, 그 의견 중에서 채용할 만한 것이 아니면 한 곁에 남겨두고 채용할 만한 의견이면 채택하시고,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러셨겠습니까?
則欲以致天下賢士大夫.
이것은 바로 이런 방법으로 천하의 현명한 사대부를 불러 들이기 위함입니다.
上日聞所不聞, 明所不知, 日益聖智. 君今自閉鉗天下之口而日益愚.
폐하께서는 날마다 아직 듣지 못하신 사정을 들으시고,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명확하게 아시게 되어 날이 갈수록 성스럽고 지혜로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승상께서는 스스로 천하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여 날로 더욱 우매해지고 있습니다.
夫以聖主責愚相, 君受禍不久矣.
대저 성군이 우매한 재상을 질책할 때가 되면 승상께서 그 화를 받을 때가 멀지 않았습니다.'
丞相乃再拜曰: 嘉鄙野人, 乃不知, 將軍幸教.
이에 승상은 원앙에게 정중하게 두 번 절하고 말했다. '제가 비루하고 속된 사람인지라 아는 것이 없으니 다행히 장군께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引入與坐, 為上客.
그리고 원앙을 이끌고 들어가 자리를 같이하고 상객으로 대우했다.
논어(論語) 제13 자로편(子路篇) 제4장
예와 의와 신을 좋아하라
번지가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하길, "나는 늙은 농부만 못하다." 채소 재배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하길, "나는 채소 재배하는 늙은 농부보다 못하다." 번지가 나가자 공자께서 말하길, "번지는 소인이구나.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들은 그를 공경하게 되고, 윗사람이 의를 좋아하면 백성들은 복종하게 된다. 윗사람이 신(信)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진심을 다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방의 백성들이 자식을 등에 업고 찾아 올 것인데 농사를 배울 필요가 있겠느냐."
공자의 시대에는 군자와 백성의 계급이 분명했기 때문에 역할 분담에 대한 사고 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예와 의와 신으로 백성을 다스린다면 백성들은 위정자를 공경하고 복종하며 진심을 다해 일하게 되어 나라가 평안해 질 것이다.
樊遲請學稼, 子曰: 吾不如老農, 請學爲圃, 曰: 吾不如老圃, 樊遲出.
번지청학가, 자왈: 오불여노농, 청학위포, 왈: 오불여노포, 번치출.
子曰: 小人哉 樊須也. 上好禮則民莫敢不敬, 上好義則民莫敢不服, 上好信則民莫敢不用情. 夫如是則四方之民襁負其子而至矣, 焉用稼.
자왈: 소인재 번수야. 상호례즉민막감불경, 상호의즉민막감불복, 상호신즉민막감불용정. 부여시즉사방지민강부기자이지의, 언용가.
번지가 오곡 농사일을 배우기를 청하자, 공자께서 "내가 늙은 농부보다 못하다"고 하시었다. 채소농사일을 배우기를 청하자, 공자께서는 "내가 늙은 채소꾼보다 못하다"고 하시니, 번지가 밖으로 나갔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소인이로고 번수(번지)가!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윗사람이 의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복종하지 않음이 없으며, 윗사람이 믿음을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사정대로 하지 않는 이가 없게된다. 대저 이와 같다면 사방의 백성이 그 자식을 포대기에 업고 와서 따를 것인데, 어찌 농사일을 쓴다는 것인가?"라고 하시었다.
이번 장(章)의 내용은 제자 번지(樊遲)와의 대화입니다. 번수(樊須)인데, 자(字)가 자지(子遲)여서 번지(樊遲)라 했으며, 공자보다 36살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字)가 遲(지)이니 지식의 습득이 느린 사람이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실제로도 배움이 다른 제자들보다 드뎠던 것인지, 주로 스승 공자의 수레를 모는 일을 주로 하였고, 시(詩), 서(書), 예(禮) 등의 군자학을 배우는 것은 자기 힘에 딸리니, 자신은 농사일을 배우고자 청하고 있는 듯한 상황입니다.
그러한 상황이지만, 스승 공자는 번지에게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군자로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자신의 수레를 모는 일을 맡겨서 가까이 하면서, 군자학의 학습을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기도 하고, 농사일을 물어오자, 그런 것은 내가 가르칠 것이 아니다고 대답해 줍니다.
그런 스승의 도움으로 번지(樊遲)도 군자학의 학습의 끈을 놓지 않고서, 잘 성장하여 스승 공자에게 인(仁)을 묻고, 지(知)를 묻는 단계로 발전하여, 후세에 이름을 전하는 인물이 되었으니, 번지의 성장 단계에서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번 장(章)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樊遲請學稼(번지청학가)는 '번지가 농사일을 배우기를 청하다'는 말인데, 번지가 공자학단에 처음 와서 스승 공자에게 농사일을 배우기를 원한다고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제자들과 같이 배우다가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어서 포기하고 농사일이나 배우기를 청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자 공자께서 吾不如老農(오불여노농)이라고 대답하는데, '내가 경험있는 농부보다 못하다'는 말이지만, 내면의 뜻은 '그런 일들은 나에게 배우려 하지 말거라'라는 의미입니다. 稼穡(가색)이라는 말이 '오곡을 심어서 키워 수확하는 일'을 말하고, 뒤에 나오는 爲圃(위포)는 '채소(남새)를 심고 키우는일'을 말합니다.
請學爲圃(청학위포)는 '남새(채소)를 심어서 키우는 일을 배우기를 청하다'는 말인데, 농사일을 물어서 '그런 일일랑 나에게 묻지 말라'는 대답을 듣고도, 또 爲圃(위포), 즉 '채마밭을 가꾸는 일'을 배우기를 청하니, 공자께서 또 吾不如老圃(오불여노포), '나는 경험많은 채소 농부보다 못하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대답을 듣지 못반 번지가 밖으로 나가는데, 樊遲出(번지출)로 표현했습니다.
번지가 밖으로 나가자, 공자께서 小人哉, 樊須也(소인재, 번수야), '소인배로고, 번수는!'이라고 되뇌이면서, 예(禮),의(義), 신(信)을 배워 윗사람이 되어 실천하면, 백성이 공경하게 되고, 복종하게 되며, 있는 그대로의 사정을 쓰게 되어 실정(實情)에 맞게 판단하게 되는 것인데, 왜 능력이 있는 네가 농사일을 배우려 하는가? 라는 의미의 가르침을 주려 합니다.
물론 번지(樊遲)가 나가고서 다른 제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하신 말씀이어서 전해져서 논어에 기록으로 남았겠지만, 이런 뜻이 번지에게 전해지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신 가르침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번수(樊須)는 번지(樊遲)의 이름입니다.
上好禮則民莫敢不敬(상호례즉민막감불감)은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라는 말이며, 上好義則民莫敢不服(상호의즉민막감불복)은 '윗사람이 의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복종하지 않음이 없다'는 말이며, 上好信則民莫敢不用情(상호신즉민막감불용정)은 '윗사람이 믿음을 좋아하면 백성이 실제 사정을 쓰지(말하지) 않음이 없다'는 말인데, 윗사람이 재판을 진행하면 백성이 실제와 다른 진술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조금 쉬울 듯 합니다.
夫如是則四方之民襁負其子而至矣(부여시즉사방지민강부기자이지의)는 '이와 같다면, 사방의 백성이 자기 아이를 강보에 싸서 업고서 올것이다'는 의미인데, '윗 사람이 예(禮),의(義),신(信)의 군자학(君子學)을 배워서 잘 펼치면, 사방의 백성들이 귀의하여 다 농사 등의 제반 실무적인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焉用稼(언용가)는 '어찌 농사일에 쓰려 하는가?'란 말인데, 위에서 말한 예(禮),의(義),신(信)의 군자학을 배워, 윗사람(군자)가 되어서 잘 정사를 펼치면, 농사일, 장인의 일 등을 할 백성이 제 발로 찾아과 그러한 일들을 잘 해 줄 것인데, 왜 네가 군자학의 공부를 포기하고 농사일을 배우려 하는가?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표현입니다.
물론 현대적 관점에서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듯한 느낌이 없지는 않으나, 그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해서 그 의미를 이해하고, 또 현대 산업사회, 또는 정보화 사회라 하더라도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더 맞는 분야가 있다는 관점으로 생각하면서, 공자께서 번지에게 해준 가르침을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관인지법(觀人之法)
사람을 알면 세상을 얻고, 알지 못하면 세상을 잃는다
인재경영에 관한 깊은 내공을 키워주는 인재학의 보고 공자의 '지인지감(知人之鑑)', 제갈량의 '지인지도(知人之道)', 강태공의 '팔관법(八觀法)' 등 뛰어난 리더십과 용인술로 천하를 호령했던 리더들의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 및 한 고조 유방, 유비, 당 태종과 현종 등의 인재 식별법과 활용법,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인재의 조건 등을 중국 역사 속 다양한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총칼이 아닌 머리로 싸우는 두뇌 전쟁의 시대를 사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 및 리더의 자질에 관해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인재 때문에 고민하는 리더들의 꽉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5천 년 중국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치열한 삶을 통해 인재경영에 관한 깊은 내공 역시 키울 수 있다.
◼ 사람을 볼 때는 '시(視)'가 아닌 관찰(觀察)하라
예부터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인지감(知人之鑑)'이라 하여,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자질로 꼽았다.
하지만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겉모습, 즉 첫인상과 말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곤 했다. 공자 역시 그런 실수를 범했다가 크게 후회한 적이 있다.
이에 한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자처럼 지혜로운 사람도 그런 실수를 하는데, 하물며 그보다 못한 이들의 안목으로는 결과가 뻔하다. 겉만 보고 사람을 쓰면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선입견과 편견이 작용해서 사람을 잘못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태공의 '육서'를 보면 '인재를 등용하는 8가지 방법'이 나온다. 이른바 '팔관법(八觀法)'이다.
첫째, 인재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 능력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쌓이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만이 진정한 인재로 거듭나게 한다.
둘째, 인재는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일수록 위기에 강하다. 모두가 도망치고 주저앉을 때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부딪혀서 이기는 사람이라야 최고의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셋째, 인재는 조직에 충성해야 한다. 앞에서는 충성하는 척하고, 뒤돌아서 조직을 배신하는 사람은 인재가 절대 될 수 없다.
넷째, 인재는 높은 인격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윤리와 도덕은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도덕성이 없다면, 그 능력은 모래 위에 쌓은 누각과도 같다.
다섯째, 인재는 청렴하고, 물욕이 없어야 한다. 재물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만이 조직을 이끌 수 있다. 재물에 약하고,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조직을 이끄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섯째, 인재는 절개가 있어야 한다. 여색은 예나 지금이나 인재의 앞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여색에 빠져 자신은 물론 조직을 무너지게 한 예는 무수히 많다.
일곱째, 인재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은 뒤로 물러서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앞장서라고 하는 사람은 절대 인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인재는 유혹(원전에서는 '술'이라고 함)에 강해야 한다. 유혹은 사람의 정신을 혼란하게 해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따라서 인재는 모든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공자 역시 '논어' 위정(爲政) 편에서, 사람을 알아보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시기소이(視其所以)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을 잘 살펴야 한다. 말과 행동을 잘 보고, 그렇게 하는 까닭이나 이유를 알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둘째, 관기소유(觀其所由)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는 남의 말을 함부로 듣지 말라는 뜻 역시 포함되어 있다.
셋째, 찰기소안(察其所安)
말과 행동의 원인을 알았다면 그것이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서 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즉, 품성과 사람 됨됨이를 살펴야 한다.
사람을 볼 때는 '시(視)'가 아닌 '관(觀)'과 '찰(察)'의 관점으로 살펴야 한다. 시(視)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라면, 관(觀)은 저울의 눈금을 살피듯 세세하게 살피는 것이며, '찰(察)'은 본질까지 꿰뚫어 보는 것을 말한다.
그 때문에 사람을 속속들이 알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고 깊이 헤아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다.
◼ 인재경영의 성패를 결정하는 4단계 철칙
인재를 알고(知人), 알았으면 쓰고(用人), 소중하게 써야 하며(重用), 썼으면 믿고 맡겨야 한다(委任).
인재를 보는 안목이 인재 활용의 기초라면, 인재관리는 인재경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옥석을 가린 후에는 능력을 잘 헤아려서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인재경영의 4가지 철칙이 있다. 인재는 직접 찾아야 하며(知人), 찾았으면 써야 하고(用人), 능력에 맞춰 소중히 쓰고(重用), 썼으면 절대 의심하지 말고, 믿고 맡겨야 한다(委任)는 것이다.
인재와 범재를 한 눈에 구분하고, 능력을 헤아려서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것이야 말로 리더의 핵심 역할이다.
높은 연봉을 주고, 핵심 요직에 앉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작은 그릇이 필요한 곳에 큰 그릇을 대신 써서는 안 되듯, 큰 그릇이 필요한 곳에 작은 그릇을 써서도 안 된다. 나아가 썼으면 믿고, 맡겨야 한다. 의심하는 리더는 사람을 절대 키울 수 없다.
관인지법(觀人之法), 사람을 보고, 쓰고, 키우는 법은 5천 년 중국 역사 속에서 탁월한 리더십과 용인술로 천하를 호령했던 리더들의 치인(治人)의 지혜를 알기 쉽게 전하고 있다. 수많은 리더가 고민하는 지인(知人)과 용인(用人)의 해법을 제시하는 셈이다.
공자의 '지인지감(知人之鑑)', 제갈량의 '지인지도(知人之道)', 강태공의 '팔관법(八觀法)' 등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 및 한 고조 유방, 유비, 당 태종과 현종 등의 인재 식별법과 및 활용법,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인재의 조건 등을 중국 역사 속 다양한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총칼이 아닌 머리로 싸우는 두뇌 전쟁의 시대를 사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 및 리더의 자질에 관해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인재 때문에 고민하는 리더들의 꽉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5천 년 중국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치열한 삶을 통해 인재경영에 관한 깊은 내공 역시 기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직 리더는 물론, 리더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놓쳐서는 안 될 지인과 용인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 사람을 알면 세상을 얻고, 사람을 알지 못하면 세상을 잃는다
수많은 리더와 조직이 '쓸만한 사람이 없다'며 아우성치곤 한다. 사람들은 그런 조직과 리더를 향해 '용인술이 없다'며 오히려 혀를 찬다. 리더의 능력이란, 결국 사람 쓰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천하 제패를 다투었던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람을 쓸 줄 아는 리더가 결국 천하를 얻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런 점에서 탁월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차이는 능력과 역량이 절대 아니다. 사람을 잘 알아보고, 중용하는 것, 그것이 리더의 진정한 차이를 결정한다.
리더들이 말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법'의 공통점은 말만 믿고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술, 색, 감정 등을 자세히 관찰해서 사람됨을 살피며, 주위의 평판을 고루 참고해서 평가하되, 다양한 질문과 테스트로써 능력과 역량을 평가해 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검증된 인재를 등용해 중용하면 국가와 조직은 저절로 다스려진다는 게 그들이 말하는 지인과 용인술의 핵심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과 용인술은 옛날뿐만 아니라 복잡한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다. 고전 속의 인재들이 어떻게 발탁되고, 능력을 발휘했는지, 혹은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보면서 그에 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吾(나 오, 친하지 않을 어, 땅 이름 아)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五(오)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형성문자로 吾자는 '나'나 '우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吾자는 五(다섯 오)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五자는 숫자 '다섯'이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吾자는 본래 '글 읽는 소리'나 '나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던 글자였다. 그러나 후에 吾자가 자신을 지칭하는 '나'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言자를 더한 語자가 '말씀'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吾(오, 어, 아)는 ①나 ②그대 ③우리 ④글 읽는 소리 ⑤짐승의 이름 ⑥막다, 멈추게 하다 그리고 ⓐ친하지 않다(어) ⓑ친하려고 하지 않다(어) ⓒ소원(疏遠)한 모양(어) ⓓ땅의 이름(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글 읽는 소리 오(唔), 나 아(我)이다. 용례로는 우리들을 오등(吾等), 우리네를 오제(吾儕), 나 또는 우리 인류를 오인(吾人), 우리의 무리를 오배(吾輩), 나의 집을 오가(吾家), 우리 임금을 오군(吾君), 우리 문중을 오문(吾門), 우리 당을 오당(吾黨), 옛날에 동쪽에 있다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일컫던 말을 오동(吾東), 나의 형이라는 뜻으로 정다운 벗 사이의 편지에서 쓰는 말을 오형(吾兄), 맞서 겨우 버티어 나감을 지오(枝吾), 참된 자기를 진오(眞吾), 나는 그 일에 상관하지 아니함 또는 그런 태도를 이르는 말을 오불관언(吾不關焉), 우리 집의 기린이라는 뜻으로 부모가 자기 자식의 준수함을 칭찬하는 말을 오가기린(吾家麒麟), 자기가 도와서 출세시켜 준 사람이라는 말을 오가소립(吾家所立), 내 집의 걸출한 자식을 이르는 말을 오문표수(吾門標秀), 나도 또한 모른다는 말을 오역부지(吾亦不知), 나의 혀는 아직 살아 있오?라는 뜻으로 몸이 망가졌어도 혀만 살아 있으면 천하를 움질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을 오설상재(吾舌尙在), 맞부딪치기를 꺼리어 자기가 스스로 슬그머니 피함을 이르는 말을 오근피지(吾謹避之)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如(같을 여, 말 이을 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계집녀(女; 여자)部와 말을 뜻하는 口(구)로 이루어졌다. 여자가 남의 말에 잘 따르다의 뜻이 전(轉)하여, 같다의 뜻과 또 음(音) 빌어 若(약)과 같이 어조사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如자는 '같게 하다'나 '따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如자는 女(여자 여)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口자는 사람의 입을 그린 것으로 '말'을 뜻하고 있다. 如자는 여자가 남자의 말에 순종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부권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순종을 미덕으로 삼았던 가치관이 낳은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는 '순종하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와 같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어 쓰이고 있다. 그래서 如(여, 이)는 법의 실상(實相)이란 뜻으로 ①같다, 같게 하다 ②어떠하다 ③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닿다 ④좇다, 따르다 ⑤가다,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⑥당연히 ~하여야 한다 ⑦맞서다, 대항하다 ⑧비슷하다 ⑨어찌 ⑩가령(假令), 만일(萬一) ⑪마땅히 ⑫곧, 이것이 ⑬~과, ~와 함께 ⑭보다, ~보다 더 ⑮이에, 그래서 그리고 ⓐ말을 잇다(=而)(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대상이 변함이 없이 전과 같음을 여전(如前), 이와 같음을 여차(如此), 얼마 되지 아니함을 여간(如干), 사실과 꼭 같음을 여실(如實),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을 여하(如何), 왼쪽에 적힌 내용과 같음을 여좌(如左), 이러함을 여사(如斯), 일이 뜻대로 됨을 여의(如意),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람을 결여(缺如), ~만 같은 것이 없음을 막여(莫如), ~만 못함을 불여(不如), 혹시나 설혹을 혹여(或如), 어떠함을 하여(何如), 뒤섞여서 어지러움을 분여(紛如), 뜻하지 않은 사이에 갑자기를 홀여(忽如), 3년과 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뜻으로 무엇을 매우 애타게 기다리는 것을 이르는 말을 여삼추(如三秋), 얇은 얼음을 밟는다는 뜻으로 몹시 위험함을 가리키는 말을 여리박빙(如履薄氷), 거문고와 비파를 타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부부 간에 화락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고금슬(如鼓琴瑟),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이 일이 썩 쉬움을 일컫는 말을 여반장(如反掌), 바람이 귀를 통과하는 듯 여긴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여풍과이(如風過耳),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이르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여러 사람의 말이 한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결같음을 이르는 말을 여출일구(如出一口), 시키는 대로 실행되지 못할까 하여 마음을 죄며 두려워함을 이르는 말을 여공불급(如恐不及), 물고기가 물을 얻음과 같다는 뜻으로 빈궁한 사람이 활로를 찾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득수(如魚得水),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모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모(如怨如慕), 개미가 금탑을 모으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근검하여 재산을 축적함을 이르는 말을 여의투질(如蟻偸垤), 천금을 얻은 것 같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이루어 마음이 흡족함을 이르는 말을 여득천금(如得千金), 강을 건너려 하는 데 마침 나루터에서 배를 얻었다는 뜻으로 필요한 것이나 상황이 바라는 대로 됨을 이르는 말을 여도득선(如渡得船),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환히 앎을 일컫는 말을 여견폐간(如見肺肝), 아주 작은 고을을 콩 만 하다고 비유하는 말을 여두소읍(如斗小邑),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과 같은 뜻으로 무슨 일을 하는 데 철저하지 못하여 흐리멍덩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수투수(如水投水), 물고기가 물을 잃음과 같다는 뜻으로 곤궁한 사람이 의탁할 곳이 없어 난감해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실수(如魚失水), 얼굴의 생김생김이나 성품 따위가 옥과 같이 티가 없이 맑고 얌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여옥기인(如玉其人), 나는 새가 눈앞을 스쳐간다는 뜻으로 빨리 지나가 버리는 세월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조과목(如鳥過目), 발과 같고 손과 같다는 뜻으로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사이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족여수(如足如手),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호소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소(如怨如訴), 한 판에 찍어 낸 듯이 조금도 서로 다름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여인일판(如印一板),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는 뜻으로 괴로운 일을 벗어나서 시원하다는 말을 여발통치(如拔痛齒), 한쪽 팔을 잃은 것과 같다는 뜻으로 가장 믿고 힘이 되는 사람을 잃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실일비(如失一臂),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뜻으로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과 같이 하늘로 비상하여 더 큰 일을 이룬다는 의미를 일컫는 말을 여호첨익(如虎添翼)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