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2005년 유시민에 대해 같은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 유명한 평가다. 유시민은 정치권에서 논쟁적 인물이다. 그는 대학생 때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구속돼 1985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직접 쓴 ‘항소이유서’로 유명해졌다. 이후 칼럼니스트와 작가, 방송인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자문 역할을 하며 노무현과 가까워졌고 2003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며 친노(친노무현) 그룹 핵심이 됐다. 2006년 노무현이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유력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급부상했다.
하지만 자신이 했던 ‘말’이 발목을 잡았다. ‘싸가지’ 딱지가 주홍글씨처럼 계속 따라붙었고,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강준만 교수 책 제목처럼 진보 진영에서 그의 존재가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기도지사 선거 등에서 잇따라 패배하자 그는 2013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정계 복귀론이 거론됐지만 자의든 타의든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 유시민을 상대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유시민은 2019, 2020년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한 장관이 자신과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 장관이 반발하자 유시민은 공개 사과했다.
한 장관은 민형사 소송을 걸었고 유시민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심이 진행 중이지만 이미 승기는 한 장관 쪽이 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분쟁 중인 두 사람은 묘하게 닮았다. 둘 다 말과 글이 논리정연하고, 타고난 ‘쌈닭’이다. 노사모와 후니월드 등 팬덤이 있고 각각 ‘빽바지’와 ‘뿔테안경’ 등으로 주목받은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각 정권의 황태자로 차기 여권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한 장관은 유시민을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 장관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의 체포동의안을 보고한 걸 두고 논란이 일었다. 공개되지 않은 노웅래의 혐의와 관련한 새롭고 디테일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체포동의안 부결이 유력한 상황에서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돈을 줘서 고맙다고 하는 노웅래의 문자메시지도 있다.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돼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한 장관에 대해 “명백히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중죄를 저질렀다”고 반발했다. 법무부는 두 차례나 설명 자료를 내며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국회에 나가 한 장관은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올바른 얘기도 계속 면전에서 ‘따박따박’하며 맞설 경우 상대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한 장관이 정말 ‘정치인 한동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손자병법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공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황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