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쌍계사의 그 아름다운 꽃 문살을 보았는가?
쌍계사를 처음 찾아가던 1991년에는 작달비가 내리던 늦은 여름이었을 것이다. 길이 비좁은 절골 마을에 들어서서는 길가에 세워둔 경운기 때문에 집집마다 경운기 임자를 찾아다니기도 했는데 가끔씩 찾다보니 어느새 길은 포장도로로 바뀌었고 골짜기에는 한국신약을 비롯 그림 같은 집들이 여러 채 들어서 있다. 작은 저수지 위로 조선시대 새워진 것으로 보이는 부도 9기가 있다. 대부분이 석종형이고 옥개석이 있는 부도들 중에 취붕당 혜찬대사지도가 있고 중건비는 자연석 기단 위에 장방형 비신이 있는데 김낙중이 짓고 이화중이 글씨를 썼으며 김남조라는 사람이 새겼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산천’조에 “불명산 : 현동쪽에 33리에 있다. 산이 청산현 도솔산으로부터 꾸불꾸불 서쪽으로 흘러 본현으로 와서는 나란히 세 산이 되었으니 동쪽으로는 불명산 남쪽으로는 마야산 북쪽으로는 반야산이 있다.” 또한 ‘불우조’ 에 “쌍계사 : 불명산에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이 절에 관한 기록은 고려 말의 삼은(야은 길재, 목은 이색, 포은정 몽루) 중의 한 사람인 이색이 지은 사적기에 의하면 쌍계사는 창건주는 전하지 않고 극락전, 관음전, 선원, 동서당, 명월당, 백운당, 장경각, 향로전, 해외, 삼보, 요사 등이 있는 500~600여 칸의 대찰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절은 불에 타 없어지고 고려 충숙왕 때의 대문장가 행촌 이암이 발원하여 중건하였지만 그 절 역시 불에 타 없어지고 현재의 건물들은 조선 영조 때에 지어진 것이다. 숙종 42년(1716) 승려 자영이 2층으로 된 대웅전을 중창하였지만 영조12년 11월 화재로 전소된 것을 그 뒤 다시 세웠다고 한다. 1964년 9월 보물 제408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이 집은 돌축대 위에 세워진 겹처마 팔각 다포집으로 굵은 느티나무 기둥은 배흘림기둥이다.
기둥 위에 창방과 평방을 짜돌리고 그 위에 외사출목 내사월목의 공포를 배열하였으며 그 위에 받혀진 보머리에는 사자와 연꽃모양을 새겼다. 대웅전 안에는 높은 우물 천장을 하고 있고 석가모니를 주불로 우측에 아미타여래 좌측에 약사여래불이 따로 따로 봉안되어 있는데 제각각 화려한 닫집으로 치장되어 있다. 닫집에는 연꽃봉우리가 조각되어 있으며 나무학들이 날아갈 듯한 자세로 정면 5칸에 매달린 2개씩의 문살에는 국화, 연꽃, 모란, 무궁화 등의 꽃살무늬들이 섬세하게 조각된 후 채색되어 있다. 그래서 일제시대에 공진회에서 이 꽃살무늬 문짝을 서울까지 가지고 가 출품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절 대웅전의 오른쪽 세 번째 기둥은 굵은 칡덩쿨로 만든 것으로 노인들이 이 기둥을 안고 기도하면 죽을 때까지 고통을 면하게된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절 명부전의 문 양쪽에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가 없는 인왕상이 험상궂은 모습으로 칼을 들고 서있고 지장보살을 가운데 두고 명부시왕은 ‘어서오게’하고 손을 내밀 듯이 인자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양옆으로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목조상들이 서있다. 또한 웅진전에는 거조암의 나한들처럼 생각에 잠겨 턱을 괴고 있는 모습 마음씨 좋게 웃고 있는 모습 등 제각각의 모습의 나한상들이 들르는 사람을 맞고 있다.
명부전 뒤쪽에 누군가의 기원과 정성이 가득 담긴 기왓장들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포개져 있었다.
눈이 내려도 산은 올라가야지 대웅전에서 조금 떨어진 우측에 석조불이 모셔져 있고 그 앞에 바쳐진 꽃들은 겨울 바람에 얼어붙어 있다.
그래도 유리창 안의 촛불은 활활 타오른다. 그렇다. 저렇게 타고 있는 불꽃들처럼 시들지 않는 사랑 꺼지지 않을 희망들이 역사를 발전시켜 왔을 것이고 우리들 역시 그 역사 속에서 한 몫을 다하기 위해 이렇게 헤매이고 고뇌하고 그런 날들을 수없이 보내고 있으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는 이성부 시인의 시 구절처럼 봄은 봄이라고 골짜기의 물은 소리를 내며 흐른다. 헐벗은 낙엽송나무 군락을 벗어나며 흐르는 물은 이슬처럼 영롱하다. 칡인지 다래 넝쿨인지 확실치 않은 넝쿨은 물 위에 걸쳐져 있고 그 위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계룡산 갑사에 있는 월인석보 판각이 원래 이곳에서 만들어 보관되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불영산 쌍계사(지도에는 작봉산으로 나와있음)는 드문드문 찾아오는 겨울 나그네들을 그렇게 맞으면서 보내고 있었다.
신정일의 <사찰기행> 중에서
2021년 2월 2일 화요일
첫댓글 쌍계사 한번 가보고 싶네요..
찾아갈 수 있는 봄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