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LG와의 플레이오프전을 하루 앞둔 25일 2억원의 보너스를 풀었다. 이번 보너스는 선수단이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한 대가성으로, 플레이오프는 물론 한국시리즈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는 구단의 격려금이다. 구단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포스트시즌 성적에 따라 남은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다.
24일 주장 이종범과 만난 정재공 단장은 이같은 보너스 지급을 통보했으며, 아무런 흔들림없이 포스트시즌을 잘 치러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지급된 보너스는 코칭스태프와 전 선수들에게 일정 비율로 나눠진다.
기아는 당초 포스트시즌이 모두 끝나는 시점에서 보너스를 일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LG가 이미 준플레이오프 때 2억원의 돈보따리를 풀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혹시나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급작스레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시즌 내내 1·2위를 오르내리며 잘 나가던 선수단은 구단 차원의 보너스와 격려금 등을 받아본 적이 없다. 사실 지난해 기아가 새로 출범하면서 해태 시절 상대적으로 다른 구단에 비해 연봉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선수들은 올시즌에는 성적만 잘 내면 '화끈한' 격려금을 받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해 왔다.
시즌 초 3억∼4억원이 풀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았고 팀이 1위로 전반기가 끝났을 때만 해도 선수들은 뭔가를 기대했다. 하지만 올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구단이 정작 내놓은 '돈보따리'는 한푼도 없었다.
이 때문에 시즌 동안 부상도 무릅쓰고 전력을 다했던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은 당연한 일. 더구나 플레이오프 상대인 LG에서 "2억원을 쏘았다"는 소문은 기아 선수들의 힘을 쏙 빼놓았다.
그동안 기아는 선수들에게 잘하는 만큼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당근책'을 내놓았지만 그 시점이 항상 시즌 뒤로 미뤄왔던 터라 이번 구단의 보너스는 플레이오프를 앞둔 선수들에게 '가뭄 끝의 단비'와 같다.
기아는 시즌 초만 해도 4위권 전력으로 폄훼됐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창단 2년 만에 '최강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번 기아의 '2억원 당근'이 과연 플레이오프 때 그 힘을 발휘할지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