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함장-부함장까지 82% 확진…“軍지휘부 책임져야”
파병 301명 방역 무대책 방치… 장병 전원 오늘 수송기로 귀국
아프리카 현지에 파병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구축함)에 탑승한 장병 301명 가운데 82.1%에 달하는 247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장교 33명 가운데 함장(대령)과 부함장(중령)을 포함해 19명이 감염되면서 지휘 기능과 작전 임무가 사실상 불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군 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최악의 감염이 현실화된 것이다. 감염 비율로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외를 통틀어 군의 단일 함정 내 최대 감염이라는 오명도 안게 됐다. ‘노(No) 백신’ 상태의 해외 파병 부대를 사실상 방치해 유례없는 집단 감염 사태를 초래한 군 지휘부에 대한 책임론이 군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19일 군에 따르면 현지 보건당국의 유전자증폭(PCR) 진단 검사 결과 34진 장병 가운데 179명이 추가로 확진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47명으로 늘어났다. 밀폐된 함정에서 승조원들이 밀집해 생활하고, 함 내 공조시스템이 서로 연결돼 있어 확진자·유증상자에 대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가 거의 효과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인원 중 50명은 음성, 4명은 ‘판정 불가’로 통보받았다고 군은 전했다.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15일 이후 확진자 7명을 시작으로 18일 61명에 이어 이날에만 179명이 무더기로 감염이 확인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판정 불가 및 음성 판정을 받은 장병 가운데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현지 병원 입원자는 1명 늘어난 16명이 됐다. 폐렴 증세가 심해 집중 관리를 받던 3명 중 2명은 상태가 호전됐으며 나머지 1명은 집중 관리가 계속 진행 중이다. 200여 명의 특수임무단을 태우고 급파된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는 19일 오후 현지에 도착한 직후 방역 조치를 거쳐 34진 장병 전원을 태우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들은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직후 전담 의료기관 및 생활치료센터, 격리시설로 이동할 예정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신규진 기자
“軍, 불안한 가족에 사태 설명도 제대로 안해줘”
[청해부대 집단감염]애타는 청해부대 장병 가족
“수송기 급파 소식도 기사 보고 알아… 현지 장병에게서 짧은 통화가 전부
내내 기운 빠진 목소리 마음 아파”
청해부대 34진이 승선한 문무대왕함과 동급인 충무공이순신함 침실. 밀폐된 공간에 여러 침대가 붙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에 파병된 장병 가족들은 19일 오전 부대원의 82.1%인 247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전원 무사 귀환”을 염원하면서도 군 당국이 노심초사하는 가족들에게 함정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대응 조치와 향후 계획 등을 자세히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장병 가족 A 씨는 이날 동아일보에 “(가족들이) 잠도 못 자고 (현 상태를) 알아볼 길이 없어 하루 종일 기사만 찾아보고 있다”며 “부산 김해공항에서 18일 수송기 2대가 급파된 것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확진 소식이 나온 뒤 현지에서 가족인 장병으로부터 전화가 와 “잘 있으니 걱정 말라”는 짧은 통화를 한 것 외엔 당국의 추가적인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해당 장병이) 가족들에게도 군사 보안 문제로 말을 아끼는 것 같았다”면서 “전화를 하는 내내 기운이 빠져 있고 속상해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조기 귀국하는 것에 대해 장병들이 불명예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청해부대 34진 부대장은 17일 청해부대 34진 온라인 카페에 두 차례 공지 글을 올리고 “대량 확진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후 일부 장병 가족은 추가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 국방부 민원실에까지 청해부대 상황을 문의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장병 가족 B 씨는 “어떻게 격리되고 있고 귀환하면 어떤 조치가 이뤄질지 가족들에게라도 설명이 명확하게 이뤄졌다면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많은 장병 가족들은 청해부대가 현지인을 접촉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군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역만리에서 항해하는 4개월간 백신 공급이 아예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감염 사태 이후 문무대왕함 장병 전원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