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를 하기전 마지막 경기.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마지막 6강 티켓의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SK와 안양 KT&G와의 5차전 경기. SK의 부진의 모든 원인이 콜린스에게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용병이 하나밖에 없음에도 최근 5경기 4승 1패의 호조를 보이면서 어느덧 6강까지 위협하게 된 SK와 최근 2승 3패로 부진했지만 워너의 복귀로 다시 기회를 잡은 KT&G와의 대결. 일주일전 모두의 예상을 깨고 KT&G를 거의 가지고 놀다시피하며 대파한 경기도 있어 더욱 흥미를 모은 양팀의 대결이였습니다.
SK로써는 이길경우 한 경기차로 접근하고 사실상 반게임차(상대 전적 3승 2패에 득실마진이 좋아 동률시 6강 진출)인 상황이 되고 KT&G로써는 승리할 경우 3게임차로 한숨 돌릴 수 있던 아주 중요했던 경기였죠. 작년 BEST 5였던 주희정과 김태술의 맞대결도 관심사였고 새넌과 첸들러의 득점 대결에 과연 김민수가 워너를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도 매우 흥미로웠던 경기.
요즘 SK의 경기를 보면 용병이 하나임에도 오히려 1,4쿼터에 매우 좋은 모습을 보이고 2,3쿼터에 밀리는 이상한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오늘 역시 그랬습니다. SK는 빠른 KT&G에 대항하기 위해 한정훈을 선발로 투입. SK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골밑을 지닌 KT&G의 우위가 점쳐졌으나 김민수가 워너를 잘 막으면서 1쿼터는 26대 24로 KT&G의 단 두 점의 리드로 종결. 양팀 모두 외곽보다는 골밑 공격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 워너와 첸들러가 17점을 합작한데 반해 새넌과 김민수는 18점을 합작하며 대등한 1쿼터를 만들어냅니다.
2쿼터엔 KT&G에선 김일두와 신제록 SK에선 김기만과 이상준을 투입하며 용병의 자리를 채워나가고, 김일두에겐 김민수가 너무나 버거웠고 골밑에서는 새넌과 김민수가 첸들러, 워너를 압도하는 모습. 하지만 번번히 수비를 잘 해놓고도 매끄러운 속공 처리가 되지 않으면서 도망가지 못하는 SK. 특히나 김기만의 속공시 주희정에게의 멋진 패스는 5점을 까먹는 효과를 가져오고, 결국 44대 43. 한 점을 따라잡는데 그치고 맙니다.
3쿼터 초반엔 양팀 모두 시소게임으로 경기가 벌어집니다. 하지만 갑자기 코트가 요란해지기 시작하고, 방성윤의 깜짝 등장. 들어오자마자 방성윤은 레이업을 성공시키면서 분위기를 띄우지만 그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였고, 3점슛 2개와 2점슛 1개를 연이어 실패하면서 갖춰져있던 수비도 흐트러지기 시작. 경기는 순식간에 10점차로 벌어집니다. 연이은 SK의 악재. 새넌은 4파울로 벤치행. 약해진 SK의 골밑을 워너가 두드리고 KT&G의 장기인 컷인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황진원, 김일두, 정휘량 등이 컷인으로 득점에 가세하면서 63대 56. 7점차로 3쿼터 종료.
이 날의 승부처이던 4쿼터. SK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라인업을 가동. 김태술-문경은-방성윤-김민수-새넌의 라인업이였는데 네임벨류로는 KBL 최강으로 꼽히지만 과연 수비가 될까 싶던 라인업. 외곽슛에 약점이 있고 새넌의 4파울로 약해진 골밑을 보완하기 위한 2-3지역방어를 쓰기 위한 방법이였죠. 하지만 초반엔 역시 삐걱거리는 모습. 그리고 나온 워너의 터치아웃. 이 터치아웃 하나가 승부를 결정지었는데 KT&G의 이상범 감독은 정장 상의를 집어던지며 파울이라며 격렬하게 항의. 거기서 나온 테크니컬 파울. 단 한 점이였지만 코트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던 매우 중요한 장면이였죠. KT&G의 해결사 주희정은 지역방어의 파해법인 스위치를 통한 패스 후 앤드라인에서의 연이은 3점슛 두 방으로 지역방어를 어느정도 파해하는데 성공했느나 이것으로 끝.
SK는 2-3지역방어를 통해 무려 7분간 2점으로 KT&G의 득점을 꽁꽁 묶어버립니다. 양희종과 황진원이라는 슈팅력 제로의 두 선수 때문에 가능한 작전이였죠. 주희정에게 3점슛 두 방을 맞으면서 초반엔 흔들렸지만 이후 주희정을 따라가고 대놓고 두 선수를 버리는 작전을 구사하던 SK. 공격에서는 새넌이 10점, 김태술이 5점을 넣으며 결국 역전에 성공. 하지만 SK도 공격이 잘 되던 경기는 아니였으나 조직적인 수비로 KT&G를 침몰시킵니다. 2-3지역방어의 핵심은 골밑의 두 선수가 든든히 버티어주고 결국 뛰어다니는 앞선의 세선수의 수비 센스에 달려있는데 김태술과 문경은은 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 수비가 구멍으로 알려져 있는 문경은이지만 오늘은 완벽하게 지역방어를 이해한듯 2개의 스틸을 해내며 매우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최근 SK 상승세에는 팀의 주포 방성윤,문경은이 아닌 새넌-김민수-김태술의 엄청난 시너지가 그 원인입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결장한 김태술은 슛난조에 체력적인 문제까지 나타내며 좋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은 듯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고 있고 김민수는 콜린스의 공백을 메꾼다는 표현이 무색할만큼 콜린스 따위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활약. 새넌은 이틀 간격으로 매 경기 40분을 풀타임 뛰면서도 지치지 않고 경기당 30점에 육박하는 득점력을 과시하고 개인 플레이의 오명은 포웰에게 다 물려주었는지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었죠.
이날 경기에서는 김태술의 엄청난 활약이 눈부셨는데 김태술은 KBL NO.1포가 주희정을 상대로 저번 경기는 무득점으로 막은데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는 11득점 8리바 7어시 8스틸의 그야말로 쿼드러플더블급의 맹활약. 8개의 스틸로 KT&G의 패스웍을 무산시키며 속공으로 전개하던 능력이나 돌파 후에 이어지는 날카로운 패스. 2개의 공격리바를 포함해서 8개의 리바를 잡아내며 궂은 일까지 해주는 모습.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야투 적중율이 조금 좋지 않았다는 것이 옥의 티. 주희정 역시 16득점에 9어시 5리바 3스틸로 나쁘지 않았지만 무려 5개의 턴오버를 범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김민수 역시 20득점 9리바 3스틸 3블락에 약해진 SK 골밑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워너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승부처이던 4쿼터에 워너에게 강력한 블락을 선보이며 그야말로 용병급 맹활약. 새넌 역시 3쿼터 중반 4파울에 걸렸음에도 끝까지 코트를 지켜주었고 속공에도 열심히 참여하면서 마무리해주는 모습. 31득점에 7리바 5어시. 무엇보다 콜린스가 빠져나간 다음의 새넌은 궂은 일부터 팀플레이까지 완벽한 리더의 모습입니다. 잘되는 선수가 있으면 밀어주기도 하고, 자신이 해결해야할 때만 공격하고 수비에서도 성의 있는 모습.
방성윤이 단 4점에 그치고, 문경은,이병석,김기만 등 슈터들이 전부 침묵했음에도 KT&G를 상대로 승리한 SK. 체력적인 문제 탓이였는지 3점슛 성공율은 30%에 불과해 오히려 KT&G에게 뒤졌지만 SK에게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조직적인 수비로의 승리는 참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또한 문경은과 방성윤의 동시 기용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도 SK에게는 좋은 소식. 오늘은 공격에서의 시너지는 별로 없었지만 워낙에 공격력은 흠잡을데 없는 선수라 오늘 같은 지역방어가 된다면 승부처에서 5분 정도는 두 선수의 동시기용도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T&G는 첸들러가 8개 중 1개, 양희종이 5개 중 1개의 3점슛만 성공하면서 SK의 지역방어를 깨지 못했습니다. 4쿼터엔 첸들러와 주희정, 워너만이 득점에 성공하고 다른 국내선수의 지원이 없으면서 10점차이까지 벌어졌던 경기를 역전패하고 맙니다. 시즌 초반부터 끈끈한 조직력으로 높이와 외곽슛의 약점을 커버했던 KT&G인데 턴오버가 무려 17개. 그것도 팀의 든든한 두 축인 주희정과 첸들러가 9개를 합작하면서 자멸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위안은 워너가 나날이 좋아진다는 점이겠죠.
이제 5라운드 첫 경기를 끝으로 KBL은 약 보름간의 휴식기를 갖습니다. SK는 똘똘한 센터를 보강하는게 가장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어설한 용병을 데려올 바에는 없는게 나을 정도로 최근의 분위기는 너무도 좋고, 김민수는 용병급 활약을 선보이고 있죠. 사실 이번 휴식기는 SK에게 가장 좋아보이는 군요. 온 몸이 성한데가 없는 방성윤이 보름 후에는 자신의 진가를 나타낼 수 있을테고, SK는 그 사이 실력 있는 센터를 구해오겠지요.
아직 고작 7위인 하위권 팀이지만 시즌 말미 전망이 너무나도 밝은 SK. 김태술-방성윤-김민수의 국대급 국내 선수진의 화려한 플레이는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과연 SK와 KT&G의 불꽃 튀는 6강 대결은 어찌 될지.
첫댓글 글 너무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한게 너무너무 아쉽네요
태런스의 활약도 있었지만 민수가 일단 ㄷㄷㄷ이었음 공수 모든면에서
진짜 새넌은 잘 주은듯..크럼프까지 있었으면 하는 맘은 아직까지도 아쉬움으로,,,
글 맛이 진짜 최고입니다..^^
김민수가 있기때문. 요즘 너무 잘하던데요
리뷰를 올리고 싶어도 이런 글 보믄, 걍 임프레션만 대충 비비게 된다는...~~ 추천...날림 꽝
방민술에 문경은까지... 이름값으론 국대 저리가라 했던 라인업이 아니라 그냥 국대죠... 하지만 그 순간 전 감독이 정신줄 놓은 줄 알았습니다. ^^
어제 담배가 안들어가서 그렇지 무모한 선수 기용이죠.한명은 목부상으로 정상이 아니고,한분은 연로하신 문옹이신데 김진 정신줄은 돌아오지 않을듯 합니다.
문옹의 투입은 김기만의 4파울 때문이였고, 방성윤은 자신이 너무 뛰겠다고 원했다고 하죠. 어제는 담배의 슛이 안 들어간 것이 아니라 수비가 너무도 좋았던 것이였습니다. 와이드 오픈 기회는 거의 없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