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출국하는 날….
"가서 잘하고… 아프지 말고…."
엄마는 나 혼자 한국으로 떠나보내려니 마음이 무거우신 모양이다.
나라고 마냥 기쁠 리도 없다.
"알겠어요.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래. 엄마는 우리 딸 한국에서도 잘할 거라 믿어."
"그럼요! 근데 아빠는 오늘 바쁘시대요?"
"오늘 일이 많아서 바쁘신가 봐… 아빠한테 서운하더라도 너가 이해해.
겉으론 너한테 그렇게 엄하셔도 항상 널 위해주시니깐…."
"저도 알아요. 엄마 이제 비행기 시간 다 됐다. 저 들어가볼게요."
더 이상 엄마와 함께 있으면 내 마음이 너무 약해질 거 같아서…
엄마를 뒤로 하고 탑승구로 향했다.
"채연아, 힘들면 다시 돌아와. 엄마도 아빠도 우리 채연이 기다릴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마지막 한마디 한마디가 날 더 힘들게 만든다.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결국엔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엄마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가족들의 품을 떠나 멀게만 느껴지는 한국이란 땅으로 가려니 두렵고 착잡하
기만 하다.
한국은 내가 떠나올 때 느꼈던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
이렇게 가까운 곳을 난 한 번도 다시 찾지 않았었다.
우리 지연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한국의 어딜 가도 지연이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아버지도 엄마도 나도 한 번도 한국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곳에 가면 너무 많이 아플 것 같아서… 너무 많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근데 이렇게 막상 와보니 지연이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우리 가족 모두가 힘들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멀리했던 이 한국 땅에 지연이가 뿌려져 있는데… 혼자서 얼마나 쓸쓸했을까?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제각기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
고 어수선하다.
내 이름도 있나? 호기심에 찾아봤는데… 우와!! 저기 내 이름도 있네??
윤·채·연. 내 이름을 들고 있는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정장을 입고 있긴 한데 어딘지 모르게 학생처럼 어려 보이기도 하고….
"저기…."
"너가 윤채연이냐?"
다짜고짜 반말부터다.
"언제 봤다고 반말이에요!"
"너가 윤채연 맞냐고!"
"맞으면 어쩔 건데요!!"
"조용히 하고 따라와!"
저 남자 정말 매너 없다.
엄마가 공항에 도착하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했지만 저렇게
싸가지 없는 사람이 나올 거였으면 차라리 나 혼자 찾아가는 것이 나을 뻔했다.
지금 가는 곳은 당분간 오갈 데 없는 내가 신세를 질 집이다.
아버지께서 아시는 댁이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를 보니 기분이 영
좋지가 않다.
검은색 차 한 대가 내 앞에 서고 남자가 먼저 뒷좌석에 탄다.
나보고 타란 말도 안 하고 자기 혼자 올라타는 저 남자. 정말 재수 뽕이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렇게 싸가지 없게 하기도 힘든데 저 남자의 성격이 어떨지 무
지 궁금하다.
"안 타고 뭐 해!"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가 차에 올라타는 것도 깜빡했다.
내가 차에 타자 기다렸다는 듯 차가 출발했다. 참 어색한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딱 질색인데….
"성함이 뭐예요?"
"민정우."
"아∼ 나이는요?"
"열아홉."
"우와! 나랑 동갑이네! 반말해도 돼?"
"……."
"반말해도 되지?"
"니 멋대로 해라."
말하는 것하고는!!
"근데 지금 이 시간에 학교 안 가?"
"그런 것까지 니가 일일이 신경써야 한다고 니네 부모가 그러디?"
"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지금 여기서 우리 부모님 얘기가 왜 나와?"
"모른 척하는 거냐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거냐?"
"난 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럼 됐어. 알아봤자 골치만 아프다!"
이 남자가… 아니다. 지금 정우란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르겠다.
"저기…."
"됐어. 조용히 하고 가자!"
말도 못하게 하냐!! 치사하게∼ 나도 너 같은 녀석이랑 말하기 싫다!
한참이 지나서 차는 한 주택 앞에 멈췄다.
"안 내릴 거야?"
"어? 내려야지∼."
아까 얘가 했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그래도 정우란 녀석 아까 공항에서 나에게 했던 게 미안했던지 지가 내 짐을 들고 집
에 들어간다.
"저 왔어요."
"정우 왔니? 채연양은?"
"뒤에 오잖아요."
"어머! 윤채연 양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그래요. 이렇게 만나서 너무 반갑네요."
"연우야!"
정우란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분은 참 자상하시게 생긴 분이셨다. ^.^
"정우야, 올라가서 연우 좀 내려오라고 해. 손님이 왔는데 인사는 해야 하잖니."
"알아서 내려오겠죠!"
"저 녀석은…."
아주머니는 민망했던지 2층으로 올라가신다.
"동생 있어?"
"……."
"남자야? 여자야?"
"왜? 남자면 니가 어떻게 해보려고?"
"너 왜 아까부터 말을 그렇게 해!"
"관두자!"
"쳇! 나도 너랑 말하기 싫다! 차라리 혼자 올걸...."
정우란 아이도 내 모습에 당황스러웠던지 날 쳐다본다. 참 민망하네∼.
2층에 올라가셨던 아주머니가 한 남자와 함께 내려왔다.
정우와 어딘지 모르게 비슷해 보이긴 하는데 똑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연우야, 인사하렴…."
"누군데?"
"엄마가 아까 설명했잖아!"
"반갑다. 난 민연우라고 한다."
"네."
아무 말도 없던 정우가 갑자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전 윤채연이라고 해요…."
"채연이 피곤할 텐데 연우가 채연이 묵을 방 좀 안내해주련…."
"알았어. 나 따라와라."
아주머니는 주방으로 들어가시고 난 연우란 남자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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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new 미운 오리 새끼』<2편 - "언제 봤다고 반말이에요!">
전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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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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